나는 무능한 인간이기에 결정권을 박탈당했고 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조직에서 완전히 무쓸모한 인간이 되었다. 내가 설 자리는 없었고 할수있는 일이라곤 복귀한 전 대표의 들쑥날쑥한 감정을 지척에서 정면으로 받아내는 허수아비역할 뿐이었다. 그는 어떨땐 한없이 유쾌한 사람이었지만 주변사람 들을 상대로 하는 간헐적인 욕설들은 게으르고 무책임한 전임자인 나에게 꽂히는 비수와도 같았다. 출근길 운전하며 가졌던 오늘부터는 저녁식사에 반주를 곁들이지 않겠다는 다짐은 점심시간을 지날때 쯤엔 자기비하와 자격지심으로 만들어진 가시가 빼곡히 박혀 고슴도치가 되었고 퇴근길에 하루를 곱씹으며 때로는 혼자남은 차안에서 악에받친 소리도 질러가며 하나하나 가시를 빼내니 집에 도착해서는 아직 덜 굳은 피딱지와 흘렀던 핏자국이 얼룩덜룩해 아주 넝마가 되어버렸기에 이른 저녁식사를 하며 그 자리에 소주 두병으로 소독을 하고 급하게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