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내 몸에 묻은 거적데기 위에 햇빛이 업혔다.
나는 그게 너무나도 무거워 발이 굼떠졌는데
햇빛은 또 까슬까슬한 제 피부를 내 목에 문대 날 괴롭히는 것이다.
따사로움이라는 단어로 포장한 모양새가 내 눈을 찌푸리게 할때면 나는 내 앞 그림자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한다.


경애하는 그림자 양반, 나는 밤이 좋소
멀리서 나를 바라봐주는 수줍은 달빛이 좋소
이른 저녁 줄줄이 출근한 가로등 사원들이 나로 하여금 여러겹의 수많은 선생들을 불러와 외롭지 않음이 좋소
낮에는 익숙했던 거리가 해씨를 보내고 스스로 빛나며 평온한 미소로 말없이 나를 안아주는 것이 좋소


그렇게 밤이 되고 해를 떠나보낼때면 또 왜인지 모르게 참 간사하게도 섭섭함이 느껴진다.


해씨는 뭘 그렇게 바삐도 가시나
그대에겐 말하지 않은게 있지만 내 사실 낮을 좋아하오


그대가 나한테 업혀 내 목을 부비적할적에 내가 외로움을 잊은 것이 좋소
당신이 만들어준 그림자 양반과 나누는 대화가 좋소
밤에 날 안아주는 거리의 스산함이 따스함으로 바뀌어 좋소


그렇게 해씨와 짧은 작별인사를 마치고
내 살갗보다도 더 축축한 침대에 누워 잠에 들때마다 깨닫는다.


아아 내가 두려워했던건 낮도 밤도 아닌 외로이 걷는 나 자신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