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맞아, 나 농어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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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먹] 아 맞아, 나 농어 먹었어. [2]

작성자

자폭의가아라s

쪽지 | 작성자 글보기

번호 99539 추천 3 답글 2 조회 311 작성시간 2025-07-24 17: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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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게에 글 쓸때마다 자주 오기 위해서 밥 먹기 전에 사진을 찍어야지, 생각은 하는데 35년을 사진 안 찍고 먹어왔어서 사진을 안 찍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요게에 글도 안 쓰게 되는데 이번엔 어찌 저찌 사진을 찍었어. 그래서 이번엔 글을 쓸 수 있는거야.

솔직히 오늘 점심으로 백반 먹으러 간 친구 티배깅하려고 찍었어.

음... 여기가 내륙지방이라서 부산처럼 선도가 좋지는 않아. 별 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횟집 들어가자마자 비린내가 확 나서 엄청 긴장했다. 비린거에 엄청 약해서 못 먹을 수준이면 어쩌나 했거든. 뭣보다 별로 안 친한 형님한테 반장난으로 회 사달라고 했다가 엉겁결에 얻어 먹게 된건데 깨작거리면 형님이 너무 불쾌하시고 내가 무례한 놈으로 보일까봐 긴장했었음.

（룩만 봐도 연령대가 느껴지는 패션들.jpg）

어종은 농어야. 얻어먹는 입장이라서 어종은 형님들이 고르라고 했고 형님중 한 분이 농어 먹자고 하셨음.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는 농어 먹고 모자르면 먹는걸로 했어.

형님들은 회를 먹게 됐으니 바로 한잔해요 모드가 되셨지만 나는 여러가지 이유로 가능하면 술을 안 마시는 유형이 됐기에 술은 마시지 않았음. 이 선택이 불러올 결과도 모른 채 말이지.

난 초장파야. 쌈장이나 와사비 간장이 꽤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나는 복어도 초장에 찍어먹어. 복어집에 갈땐 혹시 모르니깐 아예 편의점에서 초고추장을 하나 구매해서 갈 정도로 내게 회=초장임.

그래서 와사비를 양념종지에 덜고 초장을 부어서 와사비 초장을 제조하고 있으니깐 그건 또 뭐하는 짓이냐고 그러심. 와사비 초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라니깐 입맛 이상하다고... 엄청 간단한거야. 그냥 와사비 맛이랑 초장맛이 동시에 나는 양념장임.

둘 다 맛이 확실히 강해서 두 가지 맛이 동시에 나. 와사비가 초장에 묻히지 않으려면 좀 많이 넣어야 하지. 생선마다 황금 비율이 다른데 농어같은 식감이 차지고 살맛이 약한 식감이 주력인 흰살 생선은 와사비 4 : 초장 6이 제일 좋다. 복어는 와사비 6 : 초장 4인데 복어가 맛난데 왜 와사비를 많이 넣는거냐면

초장의 맛이 와사비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초장의 비율이 높을수록 생선의 맛이 더욱 약해지기 때문이다. 와사비초장이라고 하면 왠지 이미지가 안 좋아서 그렇지 맛나니깐 먹어 보도록 하자.

어 상차림 8천원인데 잘려서 그렇지 8천원만큼 나왔음. 농어 k당 4.5만 이었고 저게 2k임. 굵게 썽그리줘서 좀 작아보이지만,

작아. 원래 회란 게 그렇잖아. 소주가 4천 5백원이라서 타 도시에 비하면 싸다고 할 수 있는데 난 술 잘 안 마시니깐 큰 매력포인트는 아니고 갈아만든 배를 판다는 건 좋았음. 흰살 생선 먹을땐 특히 탄산 먹기 애매해서. 오징어 추가 안 하고 걍 농어 2k 추가해서 먹었는데 어차피 똑같은 사진이라 안 찍었음.

솔직히 선도가 약간 떨어짐. 비린 맛이 살짝 나긴 하는데 먹는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닌 정말 애매한 수준의 비린 맛이 났음. 해산물 한정으로 아가리가 고급이라 비린맛 감지를 잘해. 어린 시절을 어촌에서 보내고 많은 시간을 부산에서 보내서 그럼. 성장환경이 영향을 끼친거라 어쩔 수 없음.

일행 중 한명이 50대였기 때문에 추가한 농어 사진 찍기 좀 그랬음.

（이렇게 말하면서 먹는내내 웃대하면서 먹고 담배도 수시로 피러 나가곤 했다.） 오징어를 좋아해서 오징어 먹고 싶긴 했는데 술 안 먹으면서 먹고 싶은 걸 다 먹으려 들긴 애매해서 그냥 농어 먹는거에 동의함.

일단 내 돈이 아니니깐. 술을 거부한 결과 오징어를 못 먹게 됐지.

음. 이건 회를 먹으면 자동으로 따라오곤 하는 속칭 대가리 매운탕이라는 친구인데 추가 비용 발생하더라. 저기 홍합 내가 다 먹었음. 홍합은 와사비 초장과 궁합이 잘 맞거든. 뭣보다 내 앞에 있었으니깐.. 정확히 말하면 이건 홍합탕이 아니라 홍합 사촌탕인데 그냥 홍합탕인걸로 하자. 진짜 홍합탕 먹으려면 생각보다 돈도 꽤 들고 내륙지방 소도시에선 찐 홍합을 만나려면 참치 전문점엘 가야 한다.

（대신 찐홍합탕은 존나 시원하고 존나 맛있음.）

난 밥을 김치랑 먹음. 대가리 매운탕은 확실히 비리더라. 콩나물 하나 건져먹어보고 이건 내가 먹을 수 없다（정말로 비린맛에 취약함）는게 느껴지는 그런 맛인데 리얼 찐 아재인 형님들은 없어서 못 먹는다고 잘 드시더라. 이 형님들 어릴적엔 우리 나라가 많이 힘들었으니깐..?

횟집에 들어갈때부터 먹어치워주마, 라고 생각한 오징어는 못 먹어서 그냥 사진만 찍어왔어. 다음 방문때 이거 먹으면 되겠다 싶음. 친구는 부산 살때 회 많이 먹었다고 잘 안 먹는데 오징어는 좋아하니깐 친구랑 먹으러 올거 같아.

약간 추억의 먹거리지. 우리 할머니 생전에 오징어회를 정말 많이 먹었거든. 그땐 오징어가 엄청 저렴해서 친구가 집에 놀러오면 높은 확률로 집에 오징어회나 아나고 회가 있었어. 그래서인지 오징어를 보면 정겹게 느껴지는 거 같다.

오징어들의 입장은 많이 다르겠지만 말이야.

* 컨텐츠 출처 : 작성자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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