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이미지가 일반적입니다만, 이러한 형태로 제공되는 국밥을 흔히 따로 국밥이라고 부릅니다. 메인이 되는 국물 요리와 공깃밥이 따로 제공되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따로 국밥입니다.

"아지매, 여그 국밥 한나 주는데, 한대 말아주덜 말고 따로 따로 주소!"

라는 주문의 따로와 국밥이 합쳐지게 된 것입니다. 이런 형태의 국밥이 존재한다는 것은 반대로 일체형 국밥이 존재하거나 존재했었다는 것을 증명해 줍니다. 한대 말아줬으니깐 한대국밥이냐, 당연히 그건 아니고 기존의 이름은 국밥이었습니다. 따로 구분하지 않았어요. 그럴 필요가 없어서요. 기존의 레시피대로라면 국에 밥을 말은 형태로 제공 되었던 게 국밥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주문에 착오가 생기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식사 주문입니다. 따로 국밥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기존의 국밥을 원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라 기존의 레시피인 토렴 방식으로 만들어 내어주는 국밥이라 하여 이를 토렴식 국밥이라 합니다. 

고깃국에 이밥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된 기간 자체는 길다 할 수 없습니다. 권세가에서는 당연히 상을 차릴 때 밥과 국을 따로 준비했기 때문에 과거라 해서 따로 국밥이 존재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서민들은 이야기가 달랐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하여 우린 권세가가 아니니깐 음식명을 서민 국밥이라 지으면 먹기도 전에 짜칠 수 있기에 레시피+메뉴명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뜻을 알아 들을 수 있는 투박한 이름이란 점이 국밥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러한 형태가 토렴식 국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밥이 들어가되, 건더기가 넉넉하여 밥의 존재를 잘 가려줄 수록 주인장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이었습니다. 

여기서 이러한 의문이 생길 법 합니다. 왜 토렴식을 하였느냐 하는 것...

● 토렴?

토렴이라는 레시피의 탄생은 우리네 주식인 밥의 특성에서 기인한 바가 큽니다. 밥을 상온에서 보관하면 식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제대로 먹기 힘들 정도로 굳어지는데 이를 흔히 말라 비틀어졌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주막에서는 투숙객들의 허기를 해결해즐 수 있어야만 했습니다. 호랑이와 만나지 않길 기도하며 등산로도 깔려 있지 않은 험난한 산을 넘어 왔더니 주막에서 마땅히 먹을 것이 없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굶어 죽을 줄 알았다면 차라리 내가 범의 허기라도 달래주었을 것이다,

라며 주막 주인을 쳐 죽이는 수도 있으니까요. 참고로 한반도에 서식했던 우리네 호랑이의 최대 기대 성장치는 꼬리 포함 3.5미터에 달하기 때문에 정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산을 넘어온 것이 맞습니다. 심지어 호랑이 외에 표범도 살았는데 어떻게든 살아 왔더니 굶어죽게 되면 빡칠만 할 것 같긴 합니다. 이에 국을 덥히고 찬 밥을 말아주던 것이 시조의 국밥이 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심장은 바치실 필요 없구요.

（최근 완결난 애니의 밈이니 넘어갑시다.）

● 레시피

일단 굳은 밥덩어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열을 가할 기구, 국물 요리만 갖춰지면 만드는 방법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 국을 팔팔 끓이도록 합니다. 그리고 밥을 담은 그릇을 가지고와 조리 기구속에서 팔팔 끓고 있는 국물을 밥에 부어줍니다. 크기가 좀 있는 국자등의 조리기구로 밥 손실을 최소화하며 국물을 다시 원래 냄비에 붓습니다. 그리고 다시 국물을 밥이 담긴 그릇에 붓습니다. 다시...

를 반복하며 굳어진 밥을 풀어주면서 먹기 알맞게 덥혀준 뒤, 따뜻한 국물을 맛깔나게 담아 김치나 장류같은 간이 될법한 찬과 제공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과거에는 고추장이나 된장 그 자체만으로 반찬 삼아 먹기도 했습니다.주막 주인도 먹고 살아야 하니 구색만 갖추면 그만이었죠.

거 왜, 시장이 반찬이랬댜고...

● 인기의 비결

세상 일이란 생각보다 단순하면서 복잡하며 재미 있을때가 있습니다. 

일종의 아류인 따로국밥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습니다만 토렴식 국밥이 살아남은 것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수요는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어째서일까요...토렴식 국밥은 위생관리적인 면으로 볼 때는 자영업자에겐 불리한 레시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인정할 법한 토렴식 국밥을 먹기 위항 장소는 시골장에서 보이는 n일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스를 가설치한 뒤 음식을 판매하고 가설치한 설비를 거둬 다른 장터로 이동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토렴식 국밥의 또 다른 이명이 장터 국밥입니다. 장터에서 따로 국밥을 판매하다 시시비비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제 그러한 모습은 보기 드물어졌습니다. 장터에서 국밥을 판매하고 싶다면 토렴식이어야 한다는 상식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러한 장터의 정보를 구하고 발품을 팔아 먹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칭 미식가인 경우도 있고 추억의 맛을 찾아온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수구레를 제대로 먹고 싶다면 장터에서 !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구레 전문점은 흔하지 않습니다. 비교적 장터에는 흔한데 장담은 못하는 식자재에요. 이름 자체가 낯설고 그러다 보니 낯선 음식은 가능한 안 먹는 유형의 손님들을 모두 놓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대로만 조리되었다면 단어 그대로 기가 막힙니다. 이 수구레라는 것이 소의 가죽과 살 사이에 존재하는 막 같은 부위라서 고유의 식감이 있는데 싸게 많이 먹고 싶다면 장터 국밥이 최고의 선택지가 되어줄 겁니다. 

맛 탐방이 취미인 자칭 미식가, 추억을 찾아 떠나는 아재,  국밥 애호가라는 사람들이 토렴 국밥의  주요고객층입니다. 애호가쪽이 왠지 만만할 거 같지만 사실상 최강의 고인물입니다. 

●원리

토렴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추억꾼이나 미식충이냐. 그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토렴식 국밥만의 맛을 내는 비결이 존재합니다. 과학적인 비결인데 옛 사람들이 의도하여 이런 조리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저 가지고 있는 식자재를 가능한 맛깔나게 먹기 위해 최선을 다 했을 뿐... 현재도 최상의 맛만을 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연산과 양식의 맛 차이가 대동소이한 광어를 본인이 직접 낚아서 먹어야만 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분들입니다. 바닥생선이라 찌쳐박기만 해도 잘 낚이는 게 광어다, 라는 분들이 있으신데 사실이 아닙니다. 그건 광어가 아니고 게고 자연산 광어가 싯가로 매매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굳이 제 기준에서 이유를 찾자면 희소성? 기생충으로부터 안전한 양식 쫏이 나을 것 같군요. 

과거에도 이런 분들이 있었고 주로 이런 분들을 통하여 내려온 레시피를 흔히들 전통 있는 레시피라 합니다. 

원리라는 건 찬밥에 뜨거운 육수를 부었다가 쏟아내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토렴이라 미리 밝혔는데 라면에 찬 밥을 말았을 때 더 맛있다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습니다. 밥을 덥히는 과정에서 밥알 하나 하나에 자연스럽게 육수가 코팅이 되고 한번 말랐던 쌀알이 육수를 빨아들이면서 일반적인 밥에 비해 포실포실해지기 때문에 특유의 맛이 나는 겁니다.

그러나 이는 엄청난 차이라 보긴 힘듭니다. 미식가, 국밥 애호가, 선천적으로 미각이 뛰어나거나, 안성재 셰프님처럼 훈련을 통해 미각을 섬세하게 유지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맛이라거들 하지만 일반인의 기준에서는 조금 색다르고 양이 많은 국밥!! 그 정도입니다. 국물보다는 밥알 쪽이 맛이 좋은 편입니다. 

다만 조리사가 고인물인 경우가 많아 찬이 맛있어서 입맛을 돋우워주어서 좀 더 맛있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리고...

부산에서 국밥을 먹을때 소면 사리로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대부분의 업장에서는 소면 사리로 국수 1인분을 만들어 먹으려 들어도 가격을 더 받거나 눈치를 주지 않는 것이 부산만의 정 같은 것이니 그냥 원하시는 만큼 더 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 주류에서 밀려난 이유 

그러니깐 지금까지의 말을 합쳐보면 토렴이 오히려 오리진에 가까운데 따로국밥에 밀려나 버렸다는 건데 말이 되나, 이유가 뭐냐 싶으실 수도 있습니다. 이는 몇가지 사유가 있는데 3개만 언급하자면...

■ 웰빙 열풍

기억하실 겁니다. 일반적인 우유가 마치 악마의 젖이라도 되느냥 까이며 저지방 우유 연관 상품이 쏟아져 나온 시절이 있다는 걸... 그 시기가 흔히 웰빙 열풍이 불었던 시기에 해당됩니다. 

짜장면도 이때 대부분 돼지 기름을 사용하지 않았고 저가 제품으로 대체되었고 모 PD의 엉터리 프로그램에 인해 라면에서 MSG가 빠졌다 돌아와 현재 라면들이 맛 없어진 이유로 언급되는 그 폭풍과도 같았던 시절...이때 토렴 국밥의 성도 함락되게 된...

것은 아닙니다. 이 시기는 어느 정도 영향력만 행사했지 이미 토렴보다 따로가 선호되고 있던 시절입니다.전체적인 국민들의 위생관념이 높아지면서 법의 허들도 높아지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토렴집에 여파를 미치긴 했습니다.

아 먹거리 X파일의 시대는 정말 절망적인 시절이었죠. 기껏 미역국을 끓여다 줬다니 미원을 넣은 것은 아니냐는 소릴 듣기도 하고 심지어 거절 당한적도 있습니다.（의외로 지 사람은 챙기는 인간이다.） 그 미역국은 양잿물이라해도 맛나게 먹을 친구의 영양드링크 같은 것이 된 듯한데... 기껏 넣은 기장 미역（특산물로 질이 좋다.）은 다 버린 모양이지만...

...나랑 동향이니 어디 미역인지 알았을건데.

■ 기호

인정하기 싫겠지만 토렴 방식은 젊은 현대 여성에게 딱히 호감이 가는 이미지가 아닙니다.다이어트나 건강을 생각해서 국물 섭취는 줄이고자하는 인원은 남녀를 불문하고 존재하고 내 의사와 상관 없이 밥이 말아져 있는 것이 이유 없이 싫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국밥집들 중 국과 밥을 따로 내주던 가게로 인원이 분산되었고 이게 어느 정도 유행처럼 퍼지다 기본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변화는 최소 2000년대 이전에 일어난 변화라는 것이 통론입니다.

■ 높은 관리 난이도

따로 국밥은 밥을 공깃밥에 퍼서 전용보관기구에 넣는 것으로 대강 끝입니다만, 토렴의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식은 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식은 밥을 미리 떠서 주방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은 오픈 형 주방이 대부분인 현재로서는 썩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니기도 합니다. 도의적인 문제를 제하더라도 손님의 시선이라는 허들에서부터 막히는 겁니다. 

결국 수를 내봐야 맛에서 손해를 보던가 식은 밥을 밥통에 보관하다가 떠주는 것인데 다들 아시피시피 식은 밥을 딱 맞춰서 깔끔하게 퍼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바쁠 경우 제공되는 밥의 양이 들쭉 날쭉 해질 우려도 있습니다. 스텐 공기밥에 밥을 담아두고 쌓아두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사가 원활히 되는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특히 여름철에 잘못 보관하다 탈이 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분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업장이 장터국밥처럼 가설비 형태라 임시 수납에 유리하게 설계하기도 애매하고....

무엇보다 이 짓거릴 안 해도 인근 따로 국밥집들과 비교해서 엄청난 매출 차이가 있느냐하면 그것도 아니었다는 말씀.

게다가 위생관리 측면에서도 따로국밥이 조금 더 유리했기 때문에 많은 국밥집들이 토렴을 포기하고 따로 국밥이라는 선택지를 잡게 되면서

우리에게 이런 국밥이 좀 더 친숙한 이미지가 되었고 토렴을 처음 접하면 "특이한 레시피다" 라는 소리가 나오는 세대까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따지자면 토렴이 원류인데 말입니다. 좀 더 정확히 따지자면 저 머나먼 과거인 선농탕까지 가야 하나, 역사 게시판이 아닌만큼 이 정도면 적당한 듯 합니다. 

서로 무엇을 먹었는가로 안부를 묻는 게시판에 이상한 놈이 등장해서 이런 글을 적으니 좀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는데.... 간혹 가다 무언가를 먹고 생각에 잠기면 이런 글을 적으러 올 예정입니다. 너무 깊지는 않되 흥미거리는 될법한 소재의 글을 적는 것을 이상향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아니... 들어 보세요. 오늘 제가 순두부찌개를 먹으러 갔는데 말입니다. 날달걀을 제공하지 않는 겁니다. 원래는 주는 게 기본이에요. 기본적으로는... 그래서 제가 그랬죠. 날달걀을 달라고... 없다고 그러셨습니다. 그런데 찬으로 올라온 것 중에는 분명 계란 프라이가 있었고 비주얼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냉동이 아니었단 말입니다. 완벽에 가까운 반숙이었는데 그런 프라이 공산품은 없잖아요?

불쾌해지면 상대방의 기분도 불쾌하게 만들어 주는 역지사지를 실천하는 인간으로서 그러면 이 후라이는 오리알로 굽기라도 했냐고 했지만 동석해 있던 분이 그냥 먹지... 어차피 니나 내나 순두부에 날 계란을 꼭 풀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하셔서... 매번 풀어먹는 건 아니지만 오늘은 풀어먹고 싶었는데... 아 뭐... 결국 순찌에서 시작된 칭얼거림이 이 토렴글까지 된 겁니다.

요새 날계란 안 주는 순찌집이 늘어났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날계란 그거 얼마 한다고... 

뭐...주제는 요리이고 이미지 파일도 들어갔고 그리 자주 오지는 않을 것인데다 제 이름을 가지고 말장난을 쳐서 닉따지 판 정성을 봐서라도 넘어가도록 하죠. 응. 그게 좋을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