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쟁해군 소속으로 9C형 유보트 U-156의 함장이었던 베르너 하르텐슈타인（Werner Hartenstein）은 기사십자 철십자장도 수여받은 전쟁영웅이었다

1942년 9월 12일 당시 대위 신분이었던 그는 평소처럼 적 무장상선 RMS 라코니아를 격파하고 침몰신호를 수신하던 중

신호에서 동맹국이었던 이탈리아어가 수신되는 것을 확인하고 아군과 함께 물에 빠진 적 포로도 구조하기로 했다

잠수함 공격으로 격침된 함선들 중 8번째로 거대했던 RMS Laconia

이 배에는 70명의 영국 민간인과 268명의 영국 육군, 1900여 명의 이탈리아군 포로가 타고 있었고

방금 공격한 무장상선이 사실 포로 수송선임을 뒤늦게 알아차린 U-156은 쥐꼬리만한 유보트 한척만으로는 많은 사람들을 구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즉시 증원을 요청하였다

유보트 갑판을 가득 메운 수많은 생존자들

하르텐슈타인 대위는 '조난당한 라코니아호 탑승자들을 구조하는 함선이 있다면, 본 함은 공격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 약속은 본 함정이 함선이나 군용기의 공격을 받기 전까지만 유효할 것입니다. 또한 본 함정은 193명의 생존자들을 구조 중입니다.

현재 라코니아호와 저희의 위치는 남위 4도 53분경 서경 11도 26분입니다' 라는 무전을 보내온다

이 보고는 당시 잠수정 지휘관이었던 카를 되니츠에게도 알려졌으며 되니츠는 7척의 유보트를 지원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하르텐슈타인의 U-156은 공격중지와 인명구조임을 알리는 적십자기를 내걸고 구조를 하던 와중 위기가 닥쳐온다

바로 미군의 B-24 리버레이터가 공습을 가해온 것이다

하르텐슈타인이 인명구조를 위해 무전을 보냈고 연합군도 그것을 듣고 B-24 대잠초계기가 사건을 확인하였는데

미 육군항공대 대위였던 로버트 C 리차드슨 3세가 '적 잠수함이 이탈리아 포로 위주로 구조를 한다' 며 공격명령을 내렸고

5발의 폭탄이 U-156를 향해 떨어져 선체에 큰 손상을 입어 자칫하다간 남은 생존자들과 부하들도 다칠 수 있었기에 급하게 잠항해버린다

이탈리아군 위주로만 구조한다며 적 잠수함을 공격했던 미국의 생각과 달리 구조된 생존자들은 영국군 위주였다

오히려 국제법을 위반한 미군은 철저하게 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으며 훗날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에서

카를 되니츠의 사형 여부를 두고 재판을 했을 때 이 사건이 다시 재조명되어 미국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어 되니츠의 죄질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아무튼 불행 중 다행으로 하르텐슈타인의 U-156만 타격을 입고 그의 지원요청을 받고 구조작업을 도우러 온 

U-506, 507, 이탈리아 해군의 코만단테 카펠리니는 손상을 입지 않아 계속 구조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카를 되니츠는 격분하며 '앞으로 격침된 적 선박의 승무원의 구조를 금지한다'고 명령했지만

일부 독일 해군은 여전히 적 선박 승무원 구조를 지속했고, 만약 들통난다고 해도 '심문을 위해 지휘관인 줄 알고 일단 살렸다'고 핑계를 댔다

베르너 하르텐슈타인은 이후에도 익수자 구조를 멈추지 않았고 1942년 9월 19일에도

영국군의 상선 '퀘벡시티'의 생존자들에게 약간의 식량과 구명정을 지급하고 가까운 육지인 아프리카 해안의 위치를 알려주고 떠났다

하르텐슈타인과 생사를 함께한 9C형 유보트 U-156은 1943년 3월 8일 미해군 항공대 PBY카탈리나의 공격을 받고 격침, 승조원들과 함께 전원 전사한다

좋은 여행 되시고 안전하게 육지에 도착하길 바랄게요

우리 언젠가 보다 나은 세상에서 보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다시 만나길 바래요

여러분 안녕히 가세요

-퀘벡시티 생존자들을 구조하고 건낸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