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실 이상형 기준이 되게 까탈스러운 편이야! 첫사랑의 기억이 너무 강렬하게 박혀 있어서, 그리고 주변인들도 너무 좋은 사람들 뿐이라 모든게 그런 비슷한 기준으로 맞춰진...? 간단하게 조금만 추려보자면 키 나보다 크고, 착하고, 공부잘하고, 어느정도는 돈 좀 있으면 좋겠거든... ㅋㅋ 사실 마지막은 그냥 내 사심이야 ㅋㅋ 그니까 우리집이랑 어느정도 재정적인 상황이 비슷한? 그래서 공감대가 더 쌓일만한? 그리고 무엇보다 언어 잘하는 남자, 책 많이 읽고 박학다식한 남자. 체육도 잘하고 잘생긴 남자 ㅋㅋ 대충 봐도 엄청 장황하고 맞추기 어려워보이잖아. 사실 나도 이거에 부합하는 애 본 적 한 번도 없어...
여튼 이 조건 비스무리한 애라도 본 적이 없어서, 난 그냥 몇년간 대충 아 쟤 좀 잘생겼다~ 하고 잠깐 반한게 끝이었어. 그냥 쟤 좀 멋지다! 하고 좋아하다가도 시야에서 사라지면 잊어버리는...? 그나마 고등학교때까지는 한두명 정도 비교적 진지하게 좋아했던 애 있었던것 같아 ㅋㅋ 그 애 머리카락 색은 바로 알아보고, 되게 감성에 취해서 혼자 설레하고 ㅋㅋ 그냥 뭐 읽냐 물어본건데도 엄청 설렜고. 근데 그것도 일년동안이었지, 반이 좀 멀리 떨어지니까 차게 식더라고 마음이 ㅋㅋ 콩깎지 싹 벗겨져선.
그랬는데 좋아하는애가 생겼다! 원래는 다른 사람을 좋아했어. 알바에서 처음 본 사람인데, 난 나름 진지했다 ㅋㅋ 그 사람은 좀 잘생겼다? 기 보단 훈훈한 편이었어. 근데 머리 짜르고 오자마자 훅 식었고...
이번에 좋아하게 된 사람은 같은 강의 듣는 사람! 사실 위의 어느 조건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이야. 아, 굳이 따지자면 체육은 좀 하려나...? 공부는 그럭저럭, 키도 별로 크진 않고 사람이 되게 유치하고 중딩같아 ㅋㅋ 며칠전엔 집 가면서 보니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자기 친구들이랑 축구하더라고. 끝나고 알바도 아니고 피시방 가자고 하는 것도 그렇고... 언행도 욕을 좀 쓰는 편이야. 사실 예전의 나는 절대 안좋아했을 타입인데 ㅋㅋ 그냥 어느순간 눈에 들어오더라. 머리를 뽀글거리게 짧게 잘라 촌스러운 망둥어처럼 생겨도, 그게 그렇게 잘생겨보일수가 없어. 학창시절 짝사랑처럼 설레 죽을 것 같은건 아닌데, 은근히 설레는거. 사실 그 친구 입장에선 당연한 호의일 일도, 나는 그냥 설레고 ㅋㅋ
전에 이 친구가 나가다가 내 책상쪽을 쳐서, 레포트 뭉치들을 다 떨어트린거야. 그래서 그 친구가 사과하면서 다시 주워주고, 걔 친구들은 걔 등짝 때리면서 놀리고 ㅋㅋ 그냥 지극히 당연한거잖아, 자기가 떨어트린거 치우는건. 근데 그게 뭐라고 다정해보이더라. 그 외에 복도에서 실수로 쳤을때 미안하다 하는거나, 팀플 과제 성실히 하면서 친하지도 않은 조원들한테 개그치는거나... 여러모로 대학생보단 중딩같은 사람인데, 그게 은근 설레는거 있지 ㅋㅋ 사실 걔는 내가 있느지도 몰랐던 것 같아. 그 증거로, 학교 근처 피씨방에서 알바를 하게 됐는데, 사장님이 나도 걔랑 같은 대학교라고 걔한테 얘기하니까 걔가 그 다음 강의때 너 피씨방 알바 아니냐고 하더라고.
자기 친구들 앞에서 자기만 인지 못하는 엄청 큰 목소리로
"어, 너 피씨방 걔지! 짜파구리 잘 끓인다고 배우랬는데!"
라고 해서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그것조차 귀여운 거 있지... 나 원래 관심 집중, 그것도 원하지 않는데 관심집중 당하는거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데 걔가 그러는건 좋더라. 그 뒤론 피씨방에서 마주칠때마다
"하이, 천천히해라~"
라고 공과 사 구분 못하고 반말 찍찍해대는데 그것도 너무 좋더라. 나 진짜 중증이야...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어. 그 독보적인 뽀글머리도 이젠 그냥 너무 귀여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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