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난 수원지방법원에
상속재산파산 선고를 받으러 다녀왔어

왕복 650키로의 험난한 여정이었지..

오늘 야간근무 출근이라
버스나 기차를 타려고 했는데
차편이 너무 불편해서 그냥 운전해서 다녀왔어..

상속재산파산..

작년에 나만 남겨두고 먼저 떠나버린 형의 흔적을 정리하는 중이야

나 기억해주는 친구들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엄마가 내 결혼식 2달 앞두고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지금은 치매랑 편마비로 요양중이시라
힘들다는 이야기 몇 번 쓴적이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 우리형은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먼저 떠나버렸어

벌써 해가 바뀌고 곧 계절이 또 바뀌겠네


시간은 참 바쁘게 흘러가버리네

지난 5월 갑작스런 형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르면서 정말 많이 울었던거 같아

난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한테 자꾸 이런 시련만 주느냐고
나도 좀 행복해지면 안되냐는
원망과 형에대한 미안함과 뭐.. 그런 감정 덕분이었겠지

장례를 치르면서 마냥 형을 그리워 하고 슬퍼 할 겨를이 없더라
형이 남긴 채무가 좀 있어서 그걸 정리해야 했거든

장례가 끝나기 무섭게
법무사 사무실을 찾아가서
엄마 아빠의 상속포기
내가 한정승인을 받고 상속재산파산을 진행하고 있어

그러는 와중에 다가오는 5월이면 우리 아기가 태어나네

아내는 나한테 시집와서 정말 고생 많이 하고 있거든

내가 힘든 상황에 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는지
엄마의 병환으로 미루던 2세를 더이상 미루지 말자고 하더라
아내도 힘든 신혼생활 덕분에 우울증을 앓았었거든
더이상 내 가정이 흔들리면 안되겠단 생각에 2세를 만들었고
다행히 너무 빨리 잘 찾아와줘서 예쁜 공주님이 5월에 나올 예정이래

같이 병원도 한번 밖에 못 가줬네..

엄마는 치매.. 형은 자살..

아빠는 한량이시라 뭐...
그냥 나한테 바라는거 없는거 만으로 감사해..ㅎㅎ


오늘 수원까지 왕복 7시간 운전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내 지난 3년의 시간이 어떻게 흘럿는지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은건지
내가 지은 죄가 많았는지

근데 진짜 모르겠더라

왜 내가 이런 힘든 상황을 겪어야 하는지..
힘들게 버티고 버텨서 이까지 겨우 왔는데
왜 또 발목을 잡혀야 하는지

그냥 눈물이 흐르더라

세상이 너무 원망 스러워서


내 친구들은 가끔 티비나 주변에
누가 자살 했다는 연락이나 뉴스를 보면
내가 너무 걱정된대

근데 웃긴건 나도 내가 걱정스럽다

우리형이 너무 불쌍하고 원망스러운데
한편으론 차라리 현명했구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들때면
내가 무섭다


그래도 우리 불쌍한 아내랑 예쁜 아가랑 생각해서 버텨야지
아마 우리 아내가 내가 세상을 버틸 이유를 만들어주려고
아기를 만들자고 한거 같아
물론 자기도 그런 이유를 만들고 싶었겠지..

경제적으로는 많이 힘들었는데
최근에 여기저기 도움 받은 것도 있고
형 보험금이 조금 나와서 숨통이 트였어

근데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아서
그리고 막막해서 참 답답하네

상속재산파산 선고를 받았는데
준비해야 할 서류가 너무 많아

죄다 다시 재출하라고 그러네..

내가 지내는 지역에는
형이 거래하던 은행이 없어서 1시간 거리의 타 지역으로 가야하는데
그래도 이건 드라이브 삼아 가겠는데

형이 거주하던 경기도로 가야 할 일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이야

돌아오는 금요일 까지 파산관재인 한테 서류를 보내줘야 하는데
난 야간근무라 낮에는 잠을 자야하는데
오늘도 잠 못자고 출근해서 지금 머리가 어지러운 상탠데
걱정이다..ㅎㅎ

아.. 진짜 빨리 내 앞에 놓은 숙제를 다 해결하고
어디든 좀 쉬러 다녀왔으면 좋겠다

너무 답답해서 횡설수설 해봤어

친구들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자

우리 진짜 행복해지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