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츠 （2003-12-08 05:08:47, Hit : 1630, Vote : 25）



사이타마에서 직접 보고 온 넘.


딴지사커에 올린 글이라 이너서클적입니다.. -_-
적당히 알아서 걸러서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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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졸라!
그리 오랜만은 아니구나...-_-

맨날 버퍼링의 압박으로 흘끔흘끔 정지사진만 보다가 모처럼 확트인（졸라 추웠다만） 경기장 가서 보니 완전 딴 세상에 온 듯 하더구나. 울집에서 무려 1시간 30분이나 가야하는 사이타마 촌구석. 역에서 내려 스타디움을 들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걸어야만 하는 1.5 킬로미터 산책로 좌우로 펼쳐진 무한대의 논과 밭...-_-

한국에 있는 스타디움도 다 그러냐? 일본에 있는 것 중에는 사이타마만 이렇다. 게다가 경기장 지붕 양사이드로 펑뚫린 곳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추웠는지 경험해보지 않은 넘들은 모른다. 지난번 우라와하고 젭 싸울때는 그 뻥뻥 뚫린 지붕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넘넘 시원해서 베리굿이었는데...

씨바, 어떤 미친 넘이 12월에 축구시합을 잡냐?..-_-

기사에서는 미처 못 밝힌 것들을 적는다. 이번 한국게임은 경기장에서 본 넘들은 누구나 동의하겠지만（근데, 경기장에서 몇 넘이나 봤을까?....） 한국이 지배한 시합이었다. 솔직한 내 느낌으로는 작년 폴란드전과 비슷한 양상. 정환이가 후반전 25분에 때린 그 슛만 들어갔다면, 모든 논란은 아마 동면했을 거다.. 머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로 한국팀은 시합을 지배했다.

그런데, 그 지배라는 게 딩크형님과 좀 틀렸다. 음, 머랄까? 딩크형님이 추구한 압박은 관객들을 매료시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이야! 저런 걸 다 뺏네! 라는, 매초마다 관객들의 감탄사를 유발시키는 그런 '지배'라면, 코감독의 '지배'는 전반 10분 딱 보고, 어! 이거 머야? 그러면서 느긋하게 자리에 앉아 커피 홀짝거리면서 보는 그런 지배라고나 할까?

글타. 전혀 질것같은 분위기가 하나도 안드는, 무진장 안정적인 분위기의 축구였다. 물론 짱깨하고 폴란드하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거 나도 잘 안다. 근데, 이 안정적인 분위기 잘 살리면 또다른 독특한 맛의 한국축구가 탄생되지 않을까 머 그런 기대를 해보기도 한다.

옛날에 다녔던 겜회사 사장님하구, 축구평론가 아저씨하고, 스포츠카페 점원 이렇게 4명（나만 빼고 다 일본인들）이서 보러 갔는데, 모두들 그랬다.

"히딩크하고 전혀 다르네. 그런데, 시합은 질거 같지가 않다.. 코엘류가 명장은 명장 맞구나."

이거, 을용이 형이 퇴장당하고 한 10분 정도 지난 후의 평이다. 니네는 텔레비젼으로 봤으니까, 볼 밖에 못봤지? （역시 이래서 시합은 경기장에서...흐흐） 난 볼 말고 딴 것도 많이 봤는데, 진짜 수비하나는 기막히게 했다. 4번넘인가 22번넘인가 암튼 2명이 공격수였는데, 완전 밀착마크 당해가지구 게다가 그 밀착마크 앞에 상처리형 서있고, 그 측면 45도 옆에 두현이 서 있고.. 두현이가 좀 나갈라 그러면 상처리형이 손짓하고. 암튼 분위기 장난 아니었다.

저런 수비라면 네덜란드나 체코나 머 그런 애들이 와도 절대 안뚫릴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이거 구라 아냐...-_-

정말 중국넘들 볼 다 컷트할 것 같더라니까. 물론 셋플레이는 어쩔 수 없더라도. 하긴 결정적인 챤스 두번도 다 셋트플레이였군. 암튼 그라운드 플레잉 상태에서는 거의 완벽했다는 게 내 생각되겠다.

이탈리아 가데나치오 나 사실 졸라 싫어하는데, 저런 게 가데나치오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열명 이었어...세상에...-_-） 일자파이브백으로 좍 늘어서서 위에 두현이랑 관우 서있고, 그 위에 도훈이형이랑 정환이 치고나갈 만반의 자세 잡고 있고. 캐논포로 본진방어하고, 한방의 리버드롭으로 끝내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긴 후반의 역습포진이었다.

글구, 을용이형 머라 그러는 넘들이 많은데..
머..머라 그래라. 다 일리 있으니까...-_-

근데, 내 생각에는 을용이형이 넘 표나게 한 거 같다. 짱깨넘이 가위후리기로 덤벼들면 일단 졸라 멋지게 쓰러지고, 옐로우 카드를 그 넘한테 선물한 후 나중에 심판 안볼때 대가리 한대 때리는 그런 전략으로 갔어야 하는데....-_-

사실 그 이후, 상처리형이 중국넘들 많이 때렸다. 골에어리어 근처에서 포지션 자리잡으면서 팔꿈치로 짱깨넘들 옆구리 쥐어 박고, 또 그거 맞고 짱깨넘이 쓰러질라 그러면 일부러 막 잡아주고.... 웃겨서 뒤지는 줄 알았다. 같이 간 일본인들이 전부다 후반 한 30분쯤 지나서는 상처리형만 쳐다봤다.

"어! 저거 봐, 유（상철）상, 또 친다..ㅋㅋ"

진짜 상처리형 대단하신 분이다. 나의 존경을 받을만한 형님이시다.
오! 상처리 형님!!

암튼, 이번 경기때문에 코감독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은 코메디다. 코감독은 열명밖에 안되는 현실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 아니,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열명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더욱더 열악한 조건에서 코감독이 선택한 쓰리백 + 포백이 얼만큼 통하나를 실험해 볼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기회가 아닌가 한다.

글구 비록 짱깨지만, 그래도 월컵 본선에 진출한 넘들인데 그 후반 30분동의 맹공에도 불구하고 그 쓰포백을 뚫지 못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한 거라고 생각한다. 동진이 하고 원권이 진짜 잘하더라. 글마들 원래 그렇게 잘 했냐?...-_-

관우는 오랜만에 나와서 적응을 못 한듯. 좀 쓰러지란 말이다. 넌 두리가 아냐!!
객관적（?）으로 이번 경기를 봤을 때, 이번 경기는 3-0 게임이었다. 골운이 없어서 1골 밖에 안들어갔지만, 3골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줬다.

10일날 또 붙는다. （도대체 올해 한일전 몇번째냐? 세다가 포기했다. 내가 일본에 있다고 이러는 거냐?...-_-） 암튼 비기믄 우승이지만, 이왕 싸우는 거 지코재팬도 졸라 잘 하긴 하던데, 한번 제대로 싸워서 돈따서 돌아가길 바란다.

이상 졸라!

"스테이크는 잘 썰었는데, 먹다가 지겨워서 반쯤 남긴게 오늘 시합이었다."
- 별 4개.（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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