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를 봤어요.

변산이라는 영화였는데, 청춘드라마같은 영화였어요.

극중 미경이라는 사람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인가.. 영화는 눈에 하나도 안들어왔어요.

가벼운사랑, 가벼운잠자리를 보여주던데 그뒤로 집중 하나도 못하고 아직까지도 불쾌한 기분만 남아있어요.

저는 사람을 오래봐요. 확신이 들 때 까지 연애를 시작하지 않습니다.

3년전에 정말 예쁜 사람과 연애를 했었어요.

손예진님과 닮은 얼굴에 주변 신경쓰지 않는 공주님같은 사람이었어요.

거쳐온 연애가 많이 힘들었다했고 건강한 연애가 처음이라고 하더라구요.

모든 남자가 잘해줬을테고 받는게 익숙한 사람이라 평생을 그렇게 연애해왔다고 해요.

1년에도 몇십명의 사람과 만났다 헤어졌다 상처받았다고.

그 중에 직전연애가 제일 힘들었다고.

이미 서로의 인간관계가 많이 얽혀있었고 서로 빠른 결혼을 원했어서 그렇게 처음부터 진지하게 만났습니다.

4개월을 만나는 동안 단 한번도 존중받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받아만 왔으니 주는 방법을 몰랐겠죠.

잘 헤어지는 것도 서로에 대한 예의라던 그 사람이, 헤어진지 2주만에 임신을 하고 저희 형수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더라구요.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숨도 쉬지 못하겠더라구요. 아직도 무슨 기분이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감각이 없어지는 느낌이었어요.

마지막 연애의 끝이 그렇게 끝났습니다.

꼬박 2년을 힘들었던 것 같아요.

여자를 보면 속이 거북하고 말도 잘 못하겠고... 연애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어요.

마음을 쓰질 못하니 다가와도 부담스럽기만 했습니다.

연애를 하고 싶다가도
만약 연애할 때 일어났던 일이라면?
아 그래서 그때 연락이 안됐었구나.
아 그래서 반지도 커플티도 버리지 않았었구나
나와 함께했던 자리에서 나를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구나

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사실 지금도 그래요.

지금은 3년이나 지나서 많이 무뎌졌지만, 가끔 먹먹해질 때가 있어요.

20대 후반의 나이에 첫사랑이 있었고, 이루어지지 않아서 첫사랑이었겠네요.

올해 30대가 되고서 좀 더 나를 잘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아마 앞으로도 연애를 못할 것 같습니다.

그냥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했고 혼자 감당해왔는데,
오늘은 좀 힘들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