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세조가 자기 조카인 단종을 죽일 때 당시에도 민간에서도 민심이 엄청 흉흉했는데, 물론 조카를 죽인 패륜도 그렇지만 단종이 조선 역사 상 가장 정통성이 높은 왕이었음. （단종 아버지가 적장자였는데 단종 자신도 적장손. 이런 경우가 매우 드물고 아예 세손 - 세자 - 왕 루트를 탄 조선 유일의 왕.） 그런 왕을 쿠데타 일으켜서 잡것이 내쫓고 왕이라고 하니 혈통 사회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거.

단종이 죽자 영월 일대에서 단종이 태백산의 산신（山神）이 되었다는 소문이 퍼지고, 이게 이 지역의 신앙으로 자리잡아 "태백산신제"라는 것을 계속해서 열어 제사를 하는데, 주목할 점은 소를 잡아 올렸다는 거.

농경 사회였던 조선 특성 상 소는 엄청 귀중한 동물이었고, 때문에 소는 원래 왕의 제사에만 올릴 수 있었는데, 무속 신앙에 따른 제사에서 소를 올리는 건 태백산신제가 유일했음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중앙 정부에는 무속 신앙으로 눈속임하고 단종에게 왕으로서 제사를 드린 거라는 말이 있음. （세조가 죽고 나서도 한동안 단종은 연산군처럼 왕 취급 못 받다가 숙종 때 복위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