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일기

가슴이, 심장 쪽이 찢어질 듯 아프다.
어처구니 없는 타이밍에 눈물이 흘러 나온다.
시간이 멈춰 있는 듯 하다가도,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다.
어딜 가도, 무엇을 먹어도 그 사람이 떠오른다.
그 사람이 좋아했던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마다 걸음이 멈춰진다.
닮은 뒷모습이 보이면 심장이 덜컥 하고 멈추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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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현들이,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연애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꽤 있었던 편이다.
그렇다고 그 연애들이 다 거짓 감정이었나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실제로 좋아했었고, 사랑했었고, 함께 있고 싶었고, 많은 것을 희생했었다.

하지만 10대 때부터 어렴풋이 생각했던,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30대가 될 때까지 변하지 않았고, 여러 번의 연애를 겪었지만, 모든 연애가 1년을 채 넘기질 못했다.

연인에게는 1년이 제일 고비라는 흔한 말이 있다.왜 흔한 말이 된 건지는 뻔한 일이다. 거의 대부분의 연인이 그 때 즈음 권태기가 오니까.

그런 고비 때마다. 나는 그 권태기를 극복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맞지 않으면 헤어지면 그만이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기에.

상대로부터 헤어짐을 통보받은 적도 있고, 내 쪽에서부터 헤어짐을 통보한 적도 있지만, 어느 쪽도 나에게는, 덤덤한 이별이었다.

슬픔, 적적함, 그리움의 감정도 있었지만, 그렇게 아플 정도는 아니었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굳이 권태기가 원인의 전부는 아니었다. 상대가 결혼 얘기를 꺼내면, 나는 급격하게 마음이 식어갔다. 상대와의 연애가 즐겁고, 상대를 사랑하지만, 결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마음 한구석에 항상 생각했었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연애도, 이번 상대도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30대가 되고 나서의 첫 연애, 아니. 사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지.

상대는 나보다 5살이 많았으며, 한번 이혼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고, 첫 번째 결혼이 빨랐기에 벌써 중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와,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작은 아이가 있었다.

자주 가던 바에서 옆에 앉은 것을 계기로 조금 친해지게 되었고, 둘 다 술을 좋아했기에 두 세번 따로 만나 술을 마시고, 그 다음에는 취기의 힘을 빌려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그 밤조차 잘 맞았기에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다.

딱히 꼬실 마음을 가지고 처음에 접근한 건 아니었기에, 모든 걸 솔직하게 오픈한 만남이었다.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지금까지의 연애 경험도 모두 얘기했으며, 상대방도 이혼을 했다는 것, 아이가 있다는 것, 두번다신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모두 첫 만남에 얘기해 주었었다.

그런 것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결혼하고 싶지 않은 두 남녀였기에 오히려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고 사귀게 되었고, 그렇게 1년 반 동안 때로는 다투기도 하며, 때로는 술에 취해 실수도 했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연애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딱히 누군가가 잘못한 것은 없지만, 상대방으로부터 조금 거리를 두고 싶다는 말이 나왔다.
한 달 정도, 조금 예전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도대체 요새 왜 그러냐고 보채자 나온 말이었다.

-요새는, 잠깐 거리를 두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해

이 말을 듣고, 내가 뭐라고 하겠는가. 헤어지자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데. 흔쾌히 그러라고 했고, 3주 정도의 시간을 원하는 그녀에게 3주 후에 연락하겠다고 쿨하게 내뱉었다.


그리고, 지옥 같은 하루하루가 시작되었다.

가슴이, 심장 쪽이 찢어질 듯 아프고,
어처구니 없는 타이밍에 눈물이 흘러 나오고,
시간이 멈춰 있는 듯 하다가도,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다.
어딜 가도, 무엇을 먹어도 그 사람이 떠오른다.
그 사람이 좋아했던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마다 걸음이 멈춰진다.
닮은 뒷모습이 보이면 심장이 덜컥 하고 멈추는 것 같다.

3주는 커녕,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난 무너져 내렸다. 그 말을 들은 날, 저녁을 먹다가 구역질이 나왔고, 눈물과 함께 쏟아낸 토사물을 보면서, 아, 오늘은 속이 안 좋네, 애써 냉정하게 생각했다.
이틀째부터는 일에 몰두해야겠다 생각했다.
출근하고 퇴근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일 이외의 것은 생각하지 않으려 했고, 과연,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퇴근 후, 어둡고 습한 집에 도착하자 일에 몰두하며 외면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왔다. 현관에서부터 쓰러지듯 무릎을 꿇고 헛구역질을 했으며,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다음날에는 일부러 잔업을 하면서 집에 돌아가지 않으려 했으나, 어쨌든 혼자의 시간은 온다. 사실, 아침에 출근하면서도 가슴이 뻐근해지는데, 퇴근 후의 여파는 상상 이상으로 다가왔다.
그 다음날은 조금 나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밤 12시까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쓰러지듯 잠든게 도움이 되었다.
헤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울지 않은 날이었다.


지금껏 봐 왔던 이별 후의 친구들, 드라마 속의 이별, 연애 소설속의 인물들의 감정을, 이제야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에게 했던 위로들이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위로였구나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지금 난 어떤 위로를 들어도 울적해질 뿐이니까.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 지 모르겠다.

새로운 만남도 필요 없다. 난 누군가 애인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필요한 거니까.

3주일 중 1주일이 지났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아픔에, 나 자신을 잃어버린 기분마저 든다.

2주 후에도 연락이 올지도 모르고, 연락이 오더라도 나에게 안 좋은 결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알고 있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가슴이 너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