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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야간 근무하며 빠르게 3편을 써보겠음.

1.

이번엔 내가 교도소 복무하며 유일하게 부럽다 라고 느꼈던 아줌마에 대한 썰을 풀어보려고 함. 2편에서 이야기했듯 나는 여자 교도소와 남자 교도소가 같이 있는 곳에서 복무했기 때문에 여죄수도 있었음. 하지만 여죄수의 사동에는 여자 교도관만 들어갈 수 있었고, 내가 여죄수를 대면하는 일은 여죄수가 운동하러 나오거나 외부로 호송 데려갈 때 뿐이었음.

참고로 내가 있던 교도소는 남여 교도소만 함께 있는게 아니라 구치소와 교도소도 함께 있는 아주 많은 기능을 하는 교도소였음. 구치소와 교도소의 차이는 미결수와 기결수의 차이임. 미결수와 기결수의 차이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죄수와 형량이 확정된 죄수라는 차이임. 즉, 구치소에 있는 죄수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미결수, 교도소에 있는 죄수는 이미 형이 확정된 기결수임. 물론 가끔 예외는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러함. 옷도 미결수는 황토색, 기결수는 파란색을 입었음.

내가 복무하던 중에 새로 들어온 아줌마 죄수가 있었음. 이 아줌마 재판이 있어서 법정을 데려가는 호송에 내가 동행하게 됐음. 그런데 이 아줌마 재판이 처음이 아님. 항소하는 재판이었음. 근데 이 아줌마가 뭔 죄를 지었는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추징금 500억인가（정확하게는 기억안나지만 이쯤이었음）를 때려맞음. 와 아지매 인생 ㅈ됐네 싶어서 교도소로 돌아가는 길에 뭘 하셨길래 추징금이 저렇게 나오냐고 슬쩍 물어봄.

알고보니 세녹스를 들여온 아줌마였음.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알텐데 2천년대 초반에 세녹스라는 유사 휘발유가 한창 우리나라에서 붐이었음. 휘발유 대용으로 쓸 수 있지만 가격이 싸서 당시 세녹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음. 이 아줌마의 주장에 따르면, 자기는 환경부의 허가를 받고 세녹스를 팔았는데 이게 너무 잘나가니까 국내 석유회사들이 로비를 해서 도로교통부와 국세청이 치고 들어왔다는 거임. 그래서 자기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거.

근데 추징금이 몇백억이 나와도 상관 없으니 자기는 돈 낼 거 빨리 내고 형량 줄여서 나갈 거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함. 자기가 실제로 번 돈은 추징금의 두 배가 넘으니까 상관 없다고...

와 이 아줌마 길어야 3년 살고 나가면 몇백억 자산가가 돼있다는 소리네 싶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죄수를 부러워해봤음.

2.

죄수를 호송하는 건 재판에 갈 때만이 아님. 병원에 데려갈 때도 죄수를 호송함. 교도소 내에도 의무실이 있지만 거기서 처치가 힘든 환자는 교도소와 미리 계약이 되어 있는 외부 종합 병원으로 보냄. 당연히 그런 곳은 일반 병원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바글바글거림. 그래서 죄수 호송에 좀 더 만전을 기함.

양 손에 수갑을 채운 다음 수건을 묶어 수갑을 가림. 그리고 양 팔을 몸에 밀착한 상태로 포승（밧줄）으로 몸과 팔을 묶음. 그 상태에서 교도관 또는 우리 대원 두 명이 양쪽에서 팔짱을 끼고 데려감. 잘 뛰지 못하게 하기 위해 운동화는 무조건 꺾어 신게 함. 사고사례집 보면 이렇게 해놔도 튀다가 붙잡힌 놈도 있고 그랬었음.

여튼 이렇게 하고 병원에 호송을 데려가면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음. 파란 죄수복을 입고 몸이 묶인 사람이 시커먼 군복 입은 두 사람한테 양쪽으로 붙잡혀서 걸어가는 모습인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니까. 종합 병원이다보니 로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거짓말 안하고 진짜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사람들이 양쪽으로 쫙 갈라짐.

빡치는 건 이렇게 죄수들을 병원에 데려가는 비용도 전부 우리 세금임. 내가 있던 교도소의 죄수가 총 1200명 정도 됐는데 이새끼들 1년 병원비만 60억이 나갔음. 병원 안 데려가서 사고나면 교도소 책임이기 때문에 꾀병이든 뭐든 아프다고 지랄하면 병원을 데리고 나갈 수밖에 없는 거임. 그래서 바깥 공기 쐬고 싶어서 꾀병 부리는 새끼들도 꽤 있었음. 참고로 밖에서 아픈데 병원갈 돈 없으면 절도 같이 비교적 가벼운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와서 치료 받는 새끼들도 있었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새끼들 병원비가 내가 있던 교도소 하나에서만 1년에 60억이 나갔음.

왜 이런 새끼들 인권을 이렇게 챙겨주는지 모르겠음. 그게 교도소나 교도관의 문제는 아님. 교도관 입장에서야 공무원이고, 이새끼들이 인권 어쩌고 하면서 변호사 상담하고 난리치면 자기한테 타격이 가니까 어쩔 수 없는 거긴 함. 그냥 구조적인 문제라고 봄.

3.

우리는 보통 24시간 근무 체제지만 아주 가끔 훈련이라는 걸 함. 사격도 일 년에 한 번은 함. 한 번은 육군 부대와 합동 훈련이 있는 날이었음. 오밤중에 이뤄진 훈련이었는데, 우리는 교도소 각지에서 경비를 하고, 육군 부대원들은 우리 몰래 침투해서 특정 장소에 있는 표식을 남기는 그런 훈련이었음.

총을 들고 하는 훈련이긴 했지만 총을 쏠 수 있는 건 우리 뿐이고 육군은 어떻게든 우리한테 안 들키는 게 목표였음. 근데 우리가 총을 쏠 수 있다 해도 그게 어디 진짜 총이냐. 그냥 육군이 보이면 K2 들고 입으로 '빵! 빵!' 해야됨. 그러면 자기가 들켰다고 생각하는 육군은 양심적으로 그 자리에 엎드려야 하는 거였음.

하지만 헬조선 군대에서 양심적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심지어 같은 부대도 아니고 소속도 각각 국방부와 법무부인, 완전 남이었음. 육군은 육군대로 붙잡힌 새끼는 완전군장 풀코스. 우리는 우리대로 육군 붙잡는 놈은 3박 4일 포상휴가였음. 서로 목숨 걸고 하는 훈련에 양심이 어딨어. 내가 경비 서던 곳에는 육군이 얼씬도 안했는데 저 멀리서 울리는 빵 빵 소리는 존나 많이 들었음.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 대놓고 앞에서 빵! 했는데 아이 씨발 하면서 그냥 도망가는 새끼도 있었다고 함.

그 와중에 막내기수 한 명이 육군을 붙잡아서 기어이 포상을 받음. 어떻게 잡았냐고 물어보니까 총 들고 빵 빵 해도 이새끼가 도망가길래 존나 쫓아가서 K2 소총을 그새끼한테 집어던졌다고 함. 그새끼는 소총을 다리에 맞았고, 스탭이 꼬여 자빠진 걸 붙잡았다는 거임.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냥 그 육군이 운이 나빴던 거임. 붙잡은 막내놈은 사회에 있을 때 사범대 체육교육과 에이스였거든.

여튼 그 훈련날은 평소라면 고요하기 그지없는 교도소 밤하늘에 두 시간동안 빵 ! 빵 ! 빵 ! 빵 ! 하는 고함이 울려퍼진 날이었음.

4.

휴가 하니까 생각나는 썰 하나만 더 품. 교도소 내에 담배는 절대 절대 절대 절대 금지품목임.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담배를 구해다가 꼭 피는 새끼들이 있음. 담배를 구하는 방법은 나중에 다시 썰을 풀어봄. 내가 일교（육군으로 치면 일병） 때 운동장에 담배가 묻혀 있다는 제보가 들어옴. 당연히 같은 죄수가 한 제보임. 교도소는 도박판임.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고 서로가 서로의 통수를 노림. 아마 사이가 나쁜 누군가가 찔렀겠지.

여튼 우리 부대원들 총동원 돼서 각기 삽 한 자루씩 들고 운동장으로 출동함. 담배는 우리한테도 매우 중요한 이슈임. 담배 찾으면 이유 불문 4박 5일 휴가였거든. 근무 중인 인원 제외하고 약 육십여명이 운동장을 샅샅이 파헤친 끝에 나보다 3기수 위던 일교 한 명이 담배를 발견함.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완제형 담배가 아니라, 부피를 줄이기 위해 담배잎만 따로 빼서 까만 봉다리에 고이 싸놓은 상태였음.

그 일교는 포상휴가를 나갔지만 삽질 오지게 해놓고 허탕친 수교（병장）들에게 추후에 이 일로 한 석 달을 갈굼받음. 고참 제끼고 휴가 나가니까 좋냐? 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