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이야기 빨리 적어달란 사람이 있어서 짬짬이 적어봄.

교도소에서 복무한 썰 1 -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pdswait&number=6951701

1.
내가 있던 교도소는 전라도에서도 깡패 많기로 유명한 지역에 위치해 있었음. 하루는 그 지역 깡패 조직 중 가장 큰 조직의 넘버 투가 출소하는 날이었음.

보통 출소날이 되면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을 경우 열두시 땡 하면 내보내고 그렇지 않으면 해 뜨는 새벽에 내보냄. 그래야 버스라도 타고 갈 수 있으니까.

내가 마침 그 날 야간 근무가 외정문（군대로 치면 부대 입구 초소）이었음. 교도관 한 명이랑 둘이서 근무중이었는데 열한시 삼십분쯤 시커면 세단 8대 정도가 외부 주차장에 줄줄이 들어왔음. 그리고 그 세단에서 덩어리들이 우르르 내려서 외정문 입구에 두 줄로 도열함.

줄 끄트머리에 서 있던 덩어리 하나（막내로 보임. 편의상 앞으론 막내라고 부름）가 와서 물어봄. 우리 형님 언제쯤 나오시냐.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으니 열두시 되면 내보낸다고 말해줌.

근데 열두시가 되면 감옥에서 내보낸다는 거지 열두시에 밖으로 나온다는 의미는 아님. 안에서 출소 수속 서류절차 밟고 입소할 때 본인 옷이랑 물품 돌려받고 하다보면 열두시 이십분쯤은 돼야 나옴.

열두시 오분쯤 막내가 다시 와서 물어보길래 서류 절차 끝나면 나올거라 말해줌. 열두시 이십분쯤 됐을까. 저 멀리서 하얀 츄리닝을 입은 아저씨 하나가 휘적휘적 걸어오는 게 보임. 그러자 막내가 갑자기 주차장으로 막 뛰어감. 그러더니 차 트렁크에서 박（예능에서 뚝배기 깨는 그 박） 하나를 꺼내서 가져옴.

츄리닝 아저씨가 외정문 밖으로 발을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도열해 있던 덩어리들 일제히 90도로 인사하며 수고하셨습니다 행님! 이라고 인사함.

막내가 호다닥 뛰어와 박을 바닥에 내려놓음. 츄리닝 아재는 발로 그 박을 밟아서 깨버림.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쟤들은 두부를 먹는 게 아니라 징역을 깼다는 의미로 박을 깬다고 함.

그러고 나서 츄리닝 아재는 휘적휘적 부하들과 주차장으로 걸어감. 그 와중에 막내는 다시 주차장으로 뛰어가더니 트렁크에서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가져와선 깨진 박을 막 쓸어담음 ㅋㅋㅋㅋ . 청소를 하고 나서 우리한테 수고하십쇼 행님 하더니 가더라. 이것이 공권력이구나 하는 걸 느꼈음.

재밌는 건 얘들은 차 타고 갈때도 우르르 같이 가는 게 아니라 서열순으로 가더라. 최고 서열들이 차에 타고 먼저 출발하면 남은 애들이 안녕히 가십쇼 행님 하면서 인사하고 다음 서열들 또 타고 가면 또 인사하고 그런 식.


2.
원래 남자 교도소와 여자 교도소는 아예 따로 있음. 그런데 드물게 우리 교도소는 작은 여자 교도소가 같이 있었음. 물론 건물은 따로 떨어져 있었음. 여튼 그래서 우리 교도소엔 여자 교도관들도 있었음.

교도소 군인의 좋은 점이 있다면 수시로 여자를 볼 수 있다는 거였음. 이쁜 여자 교도관은 물론이거니와 주말이면 조폭들 면회오는 화류계 여성들이 많았기에 여자 구경은 수시로 함.

여하튼 내가 복무중 새로 뽑힌 9급 교도관 10명 정도가 새로 배치됐는데 그 중 네 명이 여자였음. 그리고 그 중 한명이 매우 이뻤음. 군인이 봐서 이쁜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준 연예인 급으로 이뻤음.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잘 꾸미고 다니는 여성들도 수시로 봤기 때문에 치마 입었다고 눈 돌아가고 그러지 않았음.

근데 3주쯤 지나니까 그 이쁜 교도관이 동기인 남자 교도관과 연애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짐. 남자 교도관은 객관적으로 즈엉말 못생긴 사람이었음. 다른 교도관에게 듣기론 말을 그렇게 재미나게 잘하다는 카더라. 그 남자 교도관은 한동안 우리들에게 승리자라 불렸음.

여담이지만 여죄수 남죄수가 건물을 따로 쓰더라도 서류작업 등에 필요한 주요 사무실（보안과를 비롯한）은 모두 남자 교도소 건물에 있었음. 당연히 여자 교도관들도 남자 교도소 건물을 수시로 들락거렸는데, 여자 교도관은 절대로 혼자 다니면 안되고 남자 교도관 한 명이나 우리 대원 한 명이 동행해야됐음.

그냥 위험하니까 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정확한 이유를 알게 됨. 죄수들은 원하면 교도관에게 면담을 신청할 수 있음. 그런데 예전에 미친 새끼 하나가 여자 교도관과 면담 중 면담실 안에서 교도관을 강간하는 사건이 벌어짐. 그래서 이후부터 생긴 규정이라고 함.

그 안에 있는 새끼들은 정말 노사람 새끼들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됨.

아직 썰 많이 남았는데 여전히 일하는 중이라 많이 많이 쓰긴 어려움 양해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