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내려..


서둘러 진이네 학교 앞으로 갔다.


교문 앞에..


진이가 쪼그려 앉아 있고..



몇 명이 주변을 둘러싸고


걱정스럽게 쳐다 보고 있었다.






나: 진아..





진이는 정신 없는 듯 하고..


옆에 서 있던 여자가 대신 대답한다.





여자: 진이 남자 친구?



나: 네





진이를 살펴보니..


얼굴이 백짓장 같은게..


매우 안 좋은 상태였다.


나는 화가 나서..






나: 아니 술도 처음 먹어 보는 애 한테

왜 이렇게 많이 먹였어요







그말에... 진이 선배들 움찔.. 하며..








여자: 미.. 미안해요.

쪼그만게 홀짝홀짝 잘 받아 마시는게 신기해서.. 그만..





나: ......-_-+





여자: 그..그럼 잘 부탁해요







그 말을 남기고..


슬금슬금 가버린다.






진이의 뺨을 톡톡 때려 보았다.






나: 야.. 예진아 손예진.. 정신 차려~



진이: 우에에엥..







이상한 소리를 내는군...







나: 진아.. 나야.. 집에 가야지






그제서야 약간 정신이 드는지..






진이: 진이 자요~ 안녕히 주무세요오~






옆으로 확 쓰러져 버린다.



윽..



데려 가려면..죽었네..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워..


등에 업어보니..









음..


엉덩이가 제법 토실토실 한데?







몇 걸음 가다가...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어..


허벅지로 손을 옮겼다..







큰 길로 나가 택시를 잡는 동안..





잠에서 깬 진이..


진이는 갑자기 등 뒤에서 몸을 동동 구른다..






진이: 음냐아~ 음냐아~

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세요~

많이 사주세요~




나: 응.. 사줄게 좀만 참아



진이: 진짜?



나: 응.. 사줄게 사줄게..



진이: 몇 개 몇 개?



나: 백만개 사줄게..



진이: 우와...





... 하고는...


잠시 조용 하더니..






진이: 진이에게 아슈크림을 사주세요오~







진이의 술버릇은


Type1: 잔다.


Type4: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한다..


Type167: 자기를 3인칭으로 부른다..


..의 복합형 인 듯 하다..






10분이나 기다려서..


겨우 택시를 잡았다.





자리에 앉자..


진이는 털썩 내 쪽으로 머리를 기댄다..


풋풋한 샴푸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수능 본 이후로 머리를 길러..


이제는 꽤나 어깨를 덮을랑 말랑할 정도로 자랐다.





요즘들어..


좀 더 기르면..


어떻게 할까.. 하고 즐겁게 고민 하고는 한다.





새근 새근 자고 있는 진이를 내려다 보다가..


나도 잠들락 말락 할 무렵..





갑자기 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내 뺨을 찰싹 찰싹 때린다.





나: 아야.. 깜짝이야..





눈을 떠보니..


진이..


나를 째려 보다가..




덮썩..


내 뺨을 잡고 좌우로 흔들며..






진이: 아! 슈! 크! 림! 어! 딨! 어!



나: 아야.. 아야..택시 내려서 사줄게..







그러고는..


진이..


다시 잠들어 버린다..




아이고 깜짝이야..


뭐.. 뭐지 이건?


후기 증상인가-_-?






음..


이래서야..


맘 놓고 잠들지도 못하겠군..






나: 휴..







한 반쯤 왔을까..


어딘지 알지도 못할 동네를 지나가고 있을 때..





진이 또...


버로우 되었던 저글링이 튀어 나오듯..


벌떡 일어난다.






나: 그.. 그래 진이야 다 왔어 내려서 사줄게 좀 만 기다려..




그런데 이번에 튀어 나온 용건은..


그게 아니었다.





진이: 진이 우웩.. 할 것 같아..



나: 어 진짜?






그 말을 들은 택시기사..


차를 끼익~ 세우며..






기사: 거기 여자분 토하실것 같은데 내려서 해요..


나: 그.. 그럼 저기 세우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기사..


돌아보며 짜증을 낸다.


20대 중반 쯤 되어 보이는데..


딱 봐도 싸가지 없었다.






기사: 한창 할증 붙어서 돌아다닐 시간에

그거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어딨어요..

차비 내고 내려서 탄 차 잡으세요..






울컥해서..


한 마디 해주고 싶었으나..


워낙 급한 상황이라..


만원짜리 한장을 던져주고..


얼른 진이를 데리고 내렸다..






나: 진아 토해 토해..





진이는 헛 구역질을 몇번 하더니.






진이: 안햇~!






-_-;; 어쩌자구?






나: 왜.. 우웩 하고 싶다고 그랬잖아.



진이: 너 보는 앞에서 우웩 안해~ 챙피해~





고집을 피워댄다..


억지로 등을 두들기고..


배를 꾹꾹 눌러 주었더니..






진이: 우~~~~웩 ....

할 줄 알았지?

안햇!!





음..


술 마시면 고집쟁이가 되는구나..






앗 그런데..


거스름돈을 안 받았다!





이런....


겨우 차비 달랑거렸었는데..


이런 망할...





지갑을 열어보니..


텅텅 비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CD 몇장 산다고..


돈을 다 써버렸었지..


아까의 만원이 마지막 이었다.






진이는 또 수면 모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표정이 너무나 평온하다..




길가에..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다가..



나: 그래... 진이도 돈이 좀 있겠지




주머니를 뒤져서..


지갑을 꺼내 열어 보았다.





지갑을 열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내 사진..






나: 아.. 언제 이런 걸...







흐믓하게 미소를 지으며 한참을 들여다 봤다.


그 놈 참 잘생겼군..





아..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지갑을 살펴보니..


3 천원-_-;; 아싸 조쿠나






음..


위기다..





아직은 이른 봄... 이라고 하기에도 빠른..


2월 말..





진이는 추워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어깨에 덮어주자..






진이: 엄마.. 이불 안 덮을래..






막내스러운 잠꼬대를 한다.


우리 엄마는 왜 나 잘 때 이불을 한번도 안 덮어 준거지?-_-







나: 진아 진아 일어나..

집에다 전화 하자 응?





진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으로 수화기 모양을 만든다..






진이: 따르르릉..

여보세요..

엄마? 진이예요..

안녕히주무세요오~





-_-;; 그게 아니고..





몇 번 더 집 전화 번호를 물어 봤지만..


같은 짓을 반복할 뿐...






추운 날씨에..


계속 길가에 앉아 있을 수는 없고...





다시 진이를 등에 업어..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편의점 문을 들어서자 마자..


귀신같이 알고 벌떡 고개를 드는 진이..






진이: 아이스크림!



나: 그래 그래..






나는 진이의 지갑에서 꺼낸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고..




또..


뭐 필요한게 없나..


아 신문지..





막 IMF 시대에 들어서기 시작한 우리나라.


이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한국인이면 누구나 몸에 익혀야할..


필수 테크닉...


노숙...





신문지 한장이 의외로 따뜻하다는 것은..


시대의 상식 이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진이가 정신을 차릴 때 까지..


어딘가 잠시 쉴 만한 곳을 찾았다.





공중전화 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주위를 살핀 뒤..


문을 열고 들어가...




신문지를 깔고


진이를 앉히고..


옆에 앉아서.. 문을 닫았다.




신문지를 덮으니..


아늑한 기분 마져 든다.





스르르 쓰러져..


자그만 머리를 내 가슴에 뉘인다.


따뜻한 진이의 체온이 느껴진다.




진이: 아이슈크림..



나: 그래 그래 .. 알았다.





좀 춥겠지만..


정신을 차리는데 도움이 되겠지.. 하고..


껍질을 까서..


입에 물려 주었다..






진이는 손도 대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아 먹는다.






나: 진아 맛있어?



진이: 웅..






진이는 빙긋 웃으며..


실눈을 뜨고..


내 얼굴을 흘끔 쳐다본다.






진이: 고마워요오~







그러다가..


앗... 하는 사이에..


잠이 들어 버렸다.





........................





깨어나 보니..


벌써 바깥은 환하고..


시끄러운 차 소리가 들린다.


그러고보니 여기가 대로변이었다.






옆을 보니..


진이는 벌써 깨어나서..


토끼처럼 놀란 하고 있다.





진이: 자.. 잘잤어?



나: 응.. 너는?



진이: 나..나두.. 잘잤어..

근데 이게 어떻게 된거야?




나: 사정이 좀 복잡해..






주위를 둘러보니..


벌써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다.








진이: 어떻게 나가지?



나: 뭐...그냥.. 전화하러 들어온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그 때..


전화 부스의 문이 벌컥 열리며..


양복 정장을 입은 아저씨가 들어온다.






아저씨: 허억!





우리를 본.. 아저씨..


근무시간 사우나에서 김부장을 만난듯..


적잖이 놀란 표정이다.






아저씨: 뭐.. 뭐야..







나는 진이의 손을 잡고..


얼른 튀어 나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