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축사를 맡은 신랑 친구 이정윤입니다. 재훈이가 장가를 가는 날이 드디어 오네요. 사실 너무 떨려서 잘 할 수 있을까 싶어
이렇게 축사를 적어왔습니다. 잘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이신 신부 박주희 양. 저희 다같이 처음 뵈었던 술자리 기억 하시나요. 재훈이 대체 어디가 좋냐고 저희 친구들이 다 물어봤더니
잘생겨서 좋다고 하셨었죠. 미안해요, 그 말 믿지 않았어요. 저희 중 그 누구도 그 말 믿지 않았어요. 아, 콩깍지가 무서운 거구나,
사랑이 참 위대한 거구나 싶긴 하더라구요. 그래도 오늘 보니까 재훈이 좀 멋있긴 한데.. 그날은 아니었어요.
잘....잘생겨서 장가 잘 가는 내 친구 재훈아. 먼저 결혼한 선배로서 너에게 피와 살이 되어줄 얘기를 해줄게. 제발 새겨들어.
살다보면 무조건 다툼이 생겨. 싸울 일이 생긴다. 그리고 그 다툼의 대부분은 너의 잘못에서 비롯될 거야.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하렴. 가정의 평화는 타이밍이야.
근데 또 다투다보면 가끔, 아주 가끔 어, 이번엔 내가 맞는 것 같은데. 내가 말싸움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은 순간이 찾아올 거야.
그 때가 위험해, 그 순간을 조심하렴. 거기서 입 잘못 놀리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야. 전투에서 이긴들 전쟁에서 지게 될 테니까
정신 차려. 정신 아주 바짝 차려.
우리가 살면서 갑인 경우가 별로 없죠. 억울한 일도 많고, 사과도 많이 하고, 내 잘못 아닌 일에도 고개 숙일 일도 자꾸 생겨요.
그렇게 밖에서 고생하고 서러웠던 서로에게 집과 가족은 ‘져주는 존재’가 되어주세요. 고생했다, 당신이 옳다, 당신 말이 맞다 얘기해주세요.
그렇게 이긴 사람은 또 다음날 져주세요. 그렇게 살아가면 됩니다. 위대한 뮤지션 Amy winehouse가 말했죠, Love is losing game.
사랑은 지는 게임이에요. 지는 게 이기는 겁니다.
어디 보자, 두 번째 장 와이프 몰래 라면 먹기, 와이프에게 비밀로 하고 친구랑 여행가기..는 시간 관계상 따로 알려줄게.
신혼여행 갔다와서 빨리 한잔 하자. 축하한다, 내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