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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는 겉보기에 얌전한 성격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상당한 개구쟁이다.





장난을 매우 좋아해서..


이것 저것 앙큼한 수작을 걸어 오는데..


문제는..


그 수작이라는게 대부분..


뻔히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보통 속아 주는 척 하지만..


도저히 그러지 못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진이: 내가 의자 빼줄게요~





하고서는 정말 의자를 뺀다던가 하는 것이다.





수작을 걸 때는 말투 부터 틀리기 때문에..


도저히 속을 수 없다.





한 두번은.. 그러는 모습이 귀엽기도 해서..


적당한 강도로 넘어지는 척 하면서..






나: 아야.. 진이 나빴다..



진이: 속았지롱~







..했지만..


한 번 걸려 주는 척 하면..


계속 그 짓을 하기 때문에..


당하는 입장에서는 약간 괴롭다.





그래서..


그 날은..





진이: 내가 의자 빼줄게 앉아요....





의자를 탁 잡으며..






나: 괜찮아..





해버렸더니..


뾰루퉁한 표정이다.


속이지 못한게 분한 모양..


그래.. 뭐 이렇게 된 이상..


솔직하게 말하자..






나: 진아.. 그 동안 사실은 속아 준 척 한 거였어..



진이: 모야.. 거짓말..



나: 너 하는게 하도 재밌어서 그냥 속아 준척 한거야. 진짜..






진이는 진짜 발끈한 표정이다.





진이: 거짓말 거짓말.. 다 속았으면서..




억지를 쓰는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으며..






나: 내가 진이 너한테 진짜로 속음 있잖아..

너 해달라는 데로 다 해준다.





정말 자신 있다.





진이: 그래? 그거 진짜지?


나: 후후.. 그래 물론이지.


진이: 똥침 10번..





뭐.. 뭐라구-_-?





나: 지.. 진아. .그건 좀..


진이: 왜에요? 자신이 없어 졌어요?





그렇다기 보다..


18살 짜리가 조건으로 내걸만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데..





나: 그.. 그러지 뭐..




아무튼 진이한테 속을 일이란건 절대 없으니..




진이: 후후..




진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독서실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진이: 야.. 나 잠깐만 화장실 좀 다녀 올게..


나: 응..





고개를 끄덕였더니..


진이는 활짝 웃으며..





진이: 속았지?





자.. 잠깐..


이건 좀 아니잖아..





나: 야.. 이건 속은게 아니라..


진이: 내가 거짓말 했는데 니가 믿은 거니까 속은거지 뭐






뭐.. 속았다의 사전적 의미를 따지자면..


그렇게 되긴 하지만..





나: 이.. 이건 속았다고 하는게 아니야..


진이: 아니긴 모가 아냐~


나: 그.. 그럼 어떻해..

화장실 가겠다는데..

"너 거짓말이지" 그래?



진이: 후후.. 똥침 열 번~





진이는 벌써 승리감에 차 있었다.


이.. 이건 내가 알던 평소의 진이의 표정이 아니었다.





나: 이건 치사해..


진이: 모가 치사해??





또..똥침 10번이라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나: 그.. 그럼 바꿔.. 딴 걸로..


진이: 시로..


나:아.. 아이스크림 사줄게..

드럽게 내 똥침 찔러서 뭐해..

서로 손해잖아 응?


진이: 시로.. 얼른 대애~


나: 이.. 일주일 동안 사줄게..


진이: 일주일 동안 매일?


나: 응..






진이는 잠시 생각 하더니..





진이: 좋아 봐줬다.





이 일은 그렇게 넘어 갔지만..


마냥 당하고만 있기는 분하다.





며칠 후..


진이와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영화가 시작 하기 전..


진이는 나에게 가방을 맡기며..





진이: 야...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 올게..





이 때가 기회다!


나는 진이의 팔을 덥썩 잡으며..





나: 거짓말.. 안 속아.


진이: 아냐아.. 진짜야..


나: 자...얼른 들어가자.. 곧 시작해..





진이를 질질 끌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늉을 했다.





진이: 아냐... 거짓말 아냐..


나: 또 속았지롱~ 할라 그러지?


진이: 아냐.. 아냐..





진이는 거의 울상..


약간 불쌍하기도 했지만..





진이: 아닌데.. 얼른 놔.. 급해..





이 쯤에서 놓아 주어야 겠지만..


당한걸 생각 하면...


쉽게 풀어 줄 수 없지..





나: 진아.. 왜 또 거짓말 할라구 그래..

나 속이는게 재밌어?





나.. 나도 참 치사한 놈이다-_-;;


그래도...


재밌다.






나: 진아.. 얼른 와.. 영화 시작 한단 말야..





진이는 너무 급했는지..


내 손을 깨물어 버린다.





약간 아프지만..


진이의 작은 턱으로 무는건 참을 만 했다.





나: 아야.. 진이야.. 아파.. 그만해..





능청을 떨며..


진이의 등을 쿡쿡 눌렀다..


알다시피..


소변이 급한 사람에게는..


이곳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진이: 아.. 앗..





진이는 눈물을 찔끔..




진이: 미안해.. 거짓말 안할게..

놔줘.. 제발..






그 표정에..


가슴이 뜨끔해..


손을 놔줬더니..


나를 확 째려 보고는..


뛰어 들어가 버린다.





좀 심했나?


자..잠깐..


저 표정으로 봐서는..


서.. 설마..-_-?





나: 그.. 그렇담... 이 일을 어쩌지?





잠시 후..


밖으로 나온 진이..


울었는지 훌쩍 거린다.


이런 일로 여자를 울리다니..






나: 지.. 진아.. 괜찮은 거야?


진이: 모가..


나: 호.. 혹시..





내 배를 토닥 거리면서..





진이: 몰라 몰라 몰라 너 미워어~!!!





한 마디를 남기고..


계단 밑으로 뛰어가 버린다.






나: 저.. 정말.. 큰일이군..





나는 얼른 쫓아가..


진이의 옷 깃을 잡으며..






나: 진아.. 진짜 미안..


진이: 모야.. 너 시러~ 저리 가..


나: 정말 잘못했어..






진이는 귀를 틀어 막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한다.





나: 알았어.. 알았어.. 그만 말 할게..

근데.. 너 괜찮은 거야?

어디 목욕탕이라두... 갔다 올래?




진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이: 너어~!!





내 배를 또 때리기 시작 한다.






진이: 너 내가 오줌 싸개라고 생각 한거야?


나: 아.. 아니.. 혹시나 하구..





휴우..


다행이다.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할 뻔 했다.





진이 성격에..


만약 그랬다면..


다시는 날 안보려고 했을지도..





한 참 동안이나 내 배를 토닥거리던 진이..


겨우 분이 풀린듯..


눈물을 닦으며..






진이: 약간 위험 했단 말야..






이런 진이를 보니..


미안하다는 생각보다..


귀여워서 놀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나: 약간은 찔끔 했지?



진이: 너어~!! 죽어~






그 말 한마디로..


또 삐진 진이..


풀릴 때 까지는 1주일이 걸렸다.





아무튼..


이 때 이후로 깨달은 게 있다.


진이가 장난 칠 때는


그냥...


속아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