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4년 어느 날.


지금은 비록 21살의 늠름한 폐인인 천상이지만


그때만해도 나 역시


졸라 개념없는 한마리의 초딩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당시 한창 유행하던


새총으로 새잡기 놀이.




컴퓨터도, 오락기도 없던 그 시절


나는 그날도 베스트 프랜드 세명과 함께


새총으로 지나가던 비둘기를 맞추며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당시 내 베스트 프랜드였던 철수, 영수, 민호.


물론 가명이다-_-


나를 포함한 이 네명의 찌질이들의 이름은


초등학교1학년 '슬기로운 생활'


534페이지에 있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배껴썼다.














사실 슬기로운 생활은 534페이지가 없다-_-


아무튼.


어느 여름날


천상, 민호, 철수, 영수 이렇게 네명은


새총을 가지고


그 당시만해도


사람들이 근처에 다가가기만하면


깜짝놀라 날아서 도망쳤다는



전설의 새



'닭둘기'를 새총으로 맞추고 놀고 있었다.




참고로 현재 날개가 퇴화되버린 이 새는


사람이 발로 걷어차면


그냥 얻어맞을지언정


절대 날아서 도망치지 않는다-_-





그러나 그 당시만해도


평화를 상징하는 새.





우리는 평화를 갈구한다는 강한 목적의식으로


평화의 새인 닭둘기를


새총으로 졸라 쏴맞추고 놀기를 즐겨했다.


물론 새총 실력은 형편없었다.


하루에 한번이라도 맞추면 그나마 성과가 좋은 날이었을 정도로


실력없는 새총쟁이들이었고


그날도 우리는 잘 맞지도 않는 닭둘기를 향해


새총질을 하고 있었다.





천상 : （따악!） 헉! 졸라 아깝다!! 맞힐 수 있었는데!!


영수 : （따악!~ 팅!） 켁!!! 내 돌에 내가 맞았어 엉엉


철수 : （따악!） 우롸질!! 난 왜이렇게 못맞추는 걸까?


민호 : （따악!） 이놈의 새 잡히기만 해봐라!


이렇듯


멀쩡한 새총을 가지고


새총질이 아닌 헛총질을 하고있는 우리들 앞에


혜성처럼 나타난 한 인간이 있었으니


편의상 이 인간을 까나리액젓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_-


까나리액젓 : （따악!）


닭둘기 : （퍽~） 잇힝 나죽네~


까나리액젓 : 후후..




모든 닭둘기를 새총 한방에 맞춰서 쓰러뜨리는


새총의 귀재



까.나.리.액.젓!!






까나리액젓 : 후후.. 내 새총실력이 어떠냐?


우리들 : 우와!!!!!!!! 니 대단하다!!





정말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 까나리액젓에게


우리는 쉽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우리는 친해져갔다.





오늘 새총놀이를 즐겼으면


다음날도 새총놀이,


그 다음날도 새총놀이.





우리가 이토록 새총놀이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새총질의 귀재


까나리액젓이 우리를 너무나도 즐겁게 해줬기 때문이었다.





까나리액젓 : 새총을 들고 새를 겨눌 땐 말이야..


우리들 : +_+


까나리액젓 : 일단 눈의 동공에 힘을 빼고, 초점을 새앞 11.21cm앞에 둔뒤


닭둘기의 504번째 가슴털에 있는 부분이 나의 왼쪽 검지 손가락 두번째 마디에 오도록


조준을 하는 거야. 그다음에...


영수 : 뭐라고 씨부리노-_-


까나리액젓 : -_-


철수 : 새는 너무 작아서 맞추기 힘드니까 우리 그냥 사람이나 맞추고 놀자


까나리액젓 : 그건 너무 심하지 않냐?


천상 : 좀 심하긴한데.. 그래도 한번만 해보자


까나리액젓 : .........





까나리액젓은 왠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그때 한창 개념없는 초딩이었던


천상, 영수, 철수, 민호는 옥상에서 몰래 숨어


그 밑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새총으로 쏴맞추면서


놀아대기로 결정했다.




근데 그때쯤


철수가 소리를 질러댔다.




철수 : 어? 저기 바보지나간다!!


천상 : 응? 바보?


철수 : 응!! 지금 지나가는 놈! 저놈 다니엘학교에 다니는 바보새끼잖아~ㅋㅋ


천상 : 으응..


철수 : 우리 쟤 맞추고 놀자


영수 : 그거 재밌겠다!!


민호 : 나두 찬성!! 천상이 너는?


천상 : 어.. 나두 찬성










우리 동네에는 이 동네에서 유명한


다운 증후군 남자아이 한명이 살고 있었는데


생긴 것도 삐뚤삐뚤 이상하게 생기고


하는 짓도 영 바보같아서


항상 동네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오던 터였다.




편의상 이 다운증후군 환자의 이름을


투구벌레라고 짓기로 한다.







투구벌레 : 헤헤헤.. 나랑 놀자..헤헤..


철수 : 저리꺼져 이 또라이놈아




철수는 새총에 돌맹이를 넣고 투구벌레를 향하여 돌을 난사했다.


그래도 투구벌레는 그게 자기랑 놀아주는 줄 알고


좋다고 웃어댄다.


투구벌레 : 헤헤헤헤...




이에 질새라 영수도, 민호도


새총을 겨냥하여 투구벌레를 향해서 쏘았다.





퍽! 퍽! 퍽! 퍽! 퍽!




투구벌레 : 으윽.. 아파.. 그만....



그런데 이때 철수가 겨눈 새총의 돌맹이가


정확히 투구벌레의 왼쪽 눈을 가격했다.




퍽!




투구벌레 : 으악!!!!!!





철수 : 헉...


천상 : 헉...


영수 : 헉....


민호 : 조..좆됬다 튀자!!


까나리액젓 : ............





철수, 영수, 민호가 정신없이 도망갈 무렵


눈가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투구벌레의 곁으로


까나리액젓이 다가갔다.


나는 잠시 멍~해있다가


까나리액젓이 투구벌레와 대화하는걸 보게되었다.




















까나리액젓 : 형.....괜찮아?


투구벌레 : .......


까나리액젓 : 괜찮냐고!! 이 바보같은 자식아!!


투구벌레 : 아.. 아퍼...


까나리액젓 : 씨발.. 왜 너같은게 형인거지? 응? 아무한테나 맞고 다니지 말란말이야 좀!


투구벌레 : 헤헤헤...


까나리액젓 : 웃지만 말고 빨리 엄마한테 가자.. 병원가봐야지.


투구벌레 : 헤헤헤.....









놀랍게도


투구벌레는 까나리액젓의 친형이었다.


항상 우리가 길거리에서 만나면 놀려대던 그.


남들이 돌을 던지든, 주먹을 날리든


그저 맞고만 있으면서 환하게 웃던 그.


이 바보같은 인간이


내 친구의 형이었다는건


그 당시 꽤 충격으로 다가왔다.








눈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투구벌레를


10살짜리밖에 안되는 까나리액젓이 힘겹게 업고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집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간다.





천상 : 저.... 액젓아...


까나리액젓 : 왜


천상 : 미안하다... 난 저 사람이 니 친형인줄은 몰랐어


까나리액젓 : 아니야 괜찮아^^


천상 : .....


까나리액젓 : 괜찮대두^^............







투구벌레를 업고 힘겹게 걸어가는 까나리액젓이


나에게 웃어보인것은


저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까나리액젓은 더이상 내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다만 저 사건이 있은지 하루뒤


우리집 대문앞에 있는 한 쪽지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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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아


나 액젓인데.. 우리집 이사간다


더 좋은 동네로 이사가는거니까


너무 부러워하지마 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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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기로는


더 좋은 동네로 가기위해 이사간것이 아니라


그의 형인 투구벌레가 이 동네에서


너무나도 심한 따돌림을 받아


적응을 하지못해서 이 동네를 뜨게 된것으로 알고있다.


그리고 비록 이 사건을


한낮 유머글로 밖에 승화시키지 못했지만


이 글을 빌어 까나리액젓, 투구벌레에게


용서를 구하는 바이다.





◆ 에필로그


어떠한 사람이 한명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람의 이웃입니다.


아니, 이웃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으로써 대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천재이든 바보이든, 다운증후군이든 아니든간에


다른사람과 똑같이 사랑으로써 대해야 합니다.




그래야..


저처럼


후회하지 않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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