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재빨리 손을 허리춤으로 복귀시켰다.
당근처럼 붉어진 내 얼굴을 본 사장님이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 삿대질을 했다.

“얼굴 빨개졌네~ 느끼는 거 아니지~?”

─아, 빨리 집에 가야겠다.

지금 도피하지 않으면 불경처럼 끊임없는 잔소리를 늦은 시간까지 경청해야 할 것 같았다.

“사장님, 저 이제 집에 가야 할 거 같아요. 테이블 정리할게요.”

귀환 버튼 누른다는 말에 사장님이 발끈하면서 내 팔을 붙잡고 테이블로 끌고 갔다.

“안 돼! 남은 술 다 먹을 때까지 안 돼!!”

남은 술은 맥주 500cc 풀잔. 분명 저걸 다 마시면 사장님의 인격체가 악랄하게 변할 것이 분명했다.

“그럼 두 잔 다 제가 마실게요~”

“안 돼!! 내 술이야!”

솜사탕 뺏기는 어린아이처럼 사장님은 맥주잔을 빠르게 거머쥐고 물처럼 끊김 없이 마셨다.
순식간에 500cc 맥주잔이 투명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아~ 어지러워~ 어지러워!!”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연신 머리채를 붙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제 테이블 치울게요.”

“안 돼!

테이블을 치운다는 말에 반사적으로 사장님이 나를 부둥켜 안았다.

”안 돼!! 치우지 마!!“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빠르게 요동쳤다.

”더워요! 좀 떨어져요!“

나를 안고 있는 사장님은 양팔로 내 목을 더 세게 압박했다.

”잠시만, 잠시만 이러고 있으면 안 될까?“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서 사장님 등 뒤에 뜬 채로 유지했다.
가슴팍에 닿은 뭉클한 굴곡선 때문에 아랫도리에 조금씩 불이 붙었다.

─닿으면 안 되는데, 닿으면 안 되는데!

츄리닝을 입은 탓에 조금만 더 텐트를 치면 사장님 배에 닿을 것 같았다.

”사장님 이제 놔 주시면 안 될까요?“

사장님도 답답함을 조금은 느낀건지 몸을 조금씩 뒤로 젖혔다.
하지만, 여전히 내 목에는 사장님의 양팔이 교차 되어 걸쳐있었다.

”팔도 좀 내려주시면 안 될까요?“

반쯤 감긴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흐릿한 웃음을 짓는 사장님을 보고 있자니 아랫도리가 들썩였다.

”너... 기분 나빠. 내가 기껏 안아 줬는데.“

”제가 안아 달라고 한 건 아니잖아요.“

”그럼 이렇게 해주면 더 좋을까?“

목에 걸쳐있던 양팔이 내 얼굴을 자석처럼 사장님 영역으로 끌어당긴 뒤 미끈하고 촉촉한 동굴 탐험을 경험하게 했다.

”웁... 자...잠...깐... 사...장..“

입안에 새콤한 맥주의 향기가 남은 따뜻하고 끈적한 두 개의 젤리가 서로의 체온을 공유했다.
나는 약한 시늉을 하면서 사장님을 밀어내려 했다.
말 그대로 시늉뿐이었다. 거절할 의사는 있었지만, 거부할 의지는 없었다.

”하..아.. 사장님... 너무 더워요.“

”그럼 에어컨 틀어.“

등줄기에 식은 땀방울이 계속 흘러내렸다.
부적절한 거친 숨소리가 사장님을 향해 뻗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