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였나.
통영에 살 때 우리 집 바로 뒤쪽에 살던 친한 친구놈이 있었음.
걔 집이랑 우리 집이 거의 도킹되어 있다 싶이 가까워서
서로 안방 들락날락하듯이 자주 왕래 했었다.
그러다가 주말에 친구놈 집에서 하룻밤 자게되었음.

나는 친구 놈 누나를 그때 처음 봤는데,
친구랑은 다르게 엄청 마르고 늘씬했었음.
친구 누나도 나를 처음 봤을 텐데
불편한 기색없이 말도 걸어주고 먹을 것도 사주더라.
친구 부모님은 맞벌이 장사를 하셔서 늦은 새벽에나 오셔서
친구 누나가 나랑 친구를 돌봐주면서 놀아줬었음.

그러다가 셋이서 꽃보다 남자 본방사수를 하게 됐는데
친구 누나가 엄청 몰입해서 보더라.

"누나도 구준표 같은 남자 만날 수 있을까"

열 번 환생해도 안될걸요. 라고 말할순 없으니까

"누나는 예쁘니까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하면서 미래 희망고문을 해줬다.

잠시 뒤, 친구 누나가 사족보행으로 슬그머니 오더니

"그럼 10년 뒤에 혁이가 누나 데려가면 되겠네?"

대뜸 혼인서약 발언을 하는데,
심장이 BMW처럼 터질 듯이 뛰더라.
그 와중에 친구 누나 얼굴이 내 면상 앞까지 밀착해서
시선 분산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음.
친구 놈은 존나 쪼개면서 "그럼 혁이가 매형이야?ㅋㅋㅋ" 이 지랄하고
친구 누나는 "혁이는 누나 싫나 봐?" 초딩 상대로 밀당 존나 하더라.
내가 계속 안절부절 불안 증세 보이니까
친구 누나도 그제서야 "장난이야~ 10년 뒤면 누나 35살이야~ㅋㅋ" 브레이크 밟더라.

그 뒤로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마다 친구 누나 때문에 말도 제대로 못했다.
솔직히 지금이었으면 냅다 자녀 계획이랑 노후 대비부터 오동나무 관짝까지 다 짜놨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