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법.

평소에는 반말을 기본으로 글을 썼습니다만, 오늘은 개인적으로 우울한 일이 있었고 다룰 내용을 다소 진지하게 풀어가고 싶은 마음에 경어체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시를 좋아하십니까? 꽤나 많은 사람들이 시를 좋아하고,

​또 시를 쓰지만 단언컨대 ‘시 다운’ 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우선 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겠지요. 조금은 비겁하게 시를 설명하자면, 시는 ‘겁쟁이들의 문학’입니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내용은 분명하게 있지만, 이 내용을 그대로 말할 자신은 없고,

또 그렇다고 완전히 숨기고 싶지는 않은 심리가 기본적으로 내재된 장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글은 시고, 어떤 글은 시가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임계점이 있으십니까?

누군가에게 시는 ‘운율을 통한 리듬감을 살린 글’이겠고 누군가에게는 ‘감성을 자극하는 말’이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시의 포맷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모든 글들을 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시의 포맷을 갖추고 있지 않더라도, 시인 글들도 있습니다.

저는 요리와 글쓰기가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하여 요리를 통해서 이를 풀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라면을 먹기 위해 끓이고, 면을 넣고, 분말 수프를 넣는 과정을 요리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요리라고 생각하신다면 레토르트 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는 일도 요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은 사람에 따라 답변이 다소 다르겠습니다. 무엇이 옳다고 말할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질문은 사람에 따라서 답변이 갈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시를 보는 관점은 다소 진지한 쪽에 기울어있습니다. 혹자는 자기가 글을 쓰고 이것이 시라고 생각한다면 시라고 합니다. 타당성이 있는 말입니다. 이런 분들은 본인의 가치관에 맞게 시를 즐겨주시면 됩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시라 함은 이런 조건을 갖추어야 시라 할 수 있다’ 는 명확한 기준과 가치 판단이 있다는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 공감을 하지 않고 ‘네가 뭔데 시다운 시라는 것을 정의하냐’고 물으신다면

뒤에 나올 내용이 다소 언짢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쓰게 될 글은 오롯이 시를 좋아하고, 내가 조금 더 좋은 시.

​시다운 시를 쓰고 싶은 분들에게 지표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적는 글입니다.

하나의 글로 시 쓰는 법을 총망라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어떤 글이 시라고 얘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거쳐야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많은 사람들이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시가 좋고 나쁨을 떠나 ‘시’가 되기 위해서는

거의 반드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내용을 두세 번에 나눠서 알려드리고자 하고,

​오늘의 목표는 ‘낯설게 쓰기’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부분을 조금 끌고 오겠습니다.

「이별」

나는 그의 목소리를 잊지 못했다

내 눈에서는 눈물이

구슬같이 뭉쳐서

흘렀다.

윗글을 여러분들은 시라 생각하십니까? 적어도 제 기준에서는 시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저것과 굉장히 흡사한 문장도 시가 될 수 있지만, 저것은 단연코 시가 아닙니다.

시가 아니라면 무엇이냐? 그저 자신의 감정을 소폭 담은 토막글일 뿐입니다.

​시가 되기 위해서는, 세상의 언어를 자신만의 언어로 바꾸는 변환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변환 과정은 크게 보면 세 가지라 볼 수 있습니다.

​단언컨대, ‘대부분’의 괜찮은 시들은 모두 이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아무리 시를 처음 써보는 이라 할지라도, 글의 구성이 엉성할 지라도, 이런 과정을 거친다면

​저는 일단은 그 글이 시라고 생각합니다. 세 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현실을 낯선 현실로 표현하기

2. 현실을 상상으로 표현하기

3. 상상을 현실처럼 표현하기

난이도를 비교하자면 1>>>>>2>>>>>>>>>>3 순으로 쉽습니다.

1이 가장 쉽고, 머리를 조금만 굴린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과정입니다.

또한 읽는 입장에서도 1번이 가장 쉽고 친근합니다.

혹 취미 수준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글쓰기를 원한다면,

낯설게 쓰기 정도만 염두해두셔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혹시 본인이 진지한 마음으로 시를 써보고자 하더라도, 1번 과정부터 연습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예시를 먼저 보고 가겠습니다.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라는 시입니다.

박준 시인의 시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이기도 합니다.

집에 있는 시집을 바로 찍은 거라 다소 가독성이 떨어지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박준 시인은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대중적인 시인으로,

시집 중에서는 판매 부수가 굉장히 많이 찍히는 시인이고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시인입니다.

이 시인의 장점은 쉬운 언어로 풀어내는 시를 쓴다는 점입니다.

다소 어려운 시들과 비교하자면 굉장히 쉬운 편에 속하는 시지요.

박준 시인은 '물의 속성, 물의 상상력'을 굉장히 잘 이용하는 시인이기도 하지만..

이 부분을 설명하려면 난이도가 훌쩍 뛰어버려서 일단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시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시적 화자는 자서전을 대필해주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것을 보아 작가인 것 같습니다.

이 작가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를 대신해서 글을 쓰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

'익숙한 문장'. 조금 뻔하게 직역해보자면 '지나간 이에 대한 추억과 사랑'에 

아직 사로잡혀 있다는 내용이겠습니다. 

현실의 상황을 그대로 현실로 옮겼지만, 낯설게 쓰기를 통해 훌륭하게 시로 변환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낯설게 쓰기는 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요소이고,

위에 언급한 2번 3번에서도 줄곧 사용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적어도 '시다운 시'를 쓰기 위해선, 낯설게 쓰는 법을 연습해야만 합니다.

박준의 시를 조금 더 보겠습니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라는 문장이 무슨 뜻일까요?

풀어서 언급하자면,

'나는 지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보통의 사람들과 평범하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장일지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글이 주는 느낌은 천차만별로 변합니다.

내가 무엇인가 쓰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그 내용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으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낯설게 쓰기의 핵심입니다.

이 시는 제가 썼던 습작중 교수님께 칭찬을 받았던 시입니다. （굳이 다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시적 상황은, 부모님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시적 화자가 본인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예술을 택했고,

무지한 상태이나마 '그럴싸하게라도' 예술을 해보겠다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단서를 달고 있습니다만, 시적 상황과 실제는 별개입니다.. 분간하여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나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혔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 예술을 선택했다' 라는 말을

'패배의 북을 둥둥 울리며 예술병에 걸렸다' 로 변환한 셈입니다.

낯설게 쓰기는 모든 시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시를 쓸 때, 쓰고자 하는 말 대신에 어떤 단어를 넣으면 좋을지를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그 고민의 시간들이 당신의 글을 시로 바꾸어주고,

당신은 그 시를 보다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은 여러분에게 작은 숙제（?）를 내고 싶습니다.

'하늘에서 새가 날고 있었다'

라는 문장을 낯설게 하면 어떤 표현이 될 수 있을까요? 덧글로 남겨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다들 안온한 밤, 혹은 안온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