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막 일상으로 작품을 그리는 사람들처럼 파란만장하거나 그러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냥.. 담담하게 풀어보고자 함.

1997년에 태어난 나는 가정이 그렇게 유복한 편은 아니었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옛날 비디오상에서 보이는 집은 그리 넓은편이 아닌 집이었던 것 같음.

그러다가 아버지가 카센타 일을 하시면서 원금 1억정도의 빚을 지며 집을 구했고, 그렇게 유치원~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6년간 빚을 갚다가 다른 터로 옮기게 되었음.

그냥.. 집이 어느정도로 살았느냐를 와닿게 설명한다면 나랑 누나랑 뒷산에서 쑥을 캐면 좋아라 하면서 쑥국을 끓여먹거나 생일날에 기분좋게 치킨을 시켜먹는 그냥 그런 정도였음.
아주 못사는 집은 아니었지만 잘 사는 집은 아니었지.

내 학창시절은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많이 달라졌음. 나는 굉장히 왜소한 편이었는데 서열이 나눠지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난 만만한 대상이 되어버린거지.
심지어 다니던 합기도장에서는 형들이 나를 의자에 묶어놓고 주리를 트는 등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바둑학원으로 갔었는데 거기서마저 한명이 나를 집요하게 괴롭혔었지.
5학년때부터는 학교에서도 점점 상황이 안좋아졌었고 그렇게 6학년때에는 좋지많은 않았던 시간을 보냈었음.

그 뒤에 중학교에 진학을 해서 다시 새롭게 시작을 하려고 했었는데 뭔가 처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던것같아. 학교 내에서의 내 위치는 굉장히 낮아졌고, 흔히 말하는 따돌림의 대상이 되어버렸지. 그땐 참 학교가기 싫었었어.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가정에도 문제가 생겼어. 갑자기 어머니가 밤에 아버지의 머리맡에다가 이혼도장이 찍힌 서류를 놓고 외가로 가버린거야.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어. 그런 조짐도 보이지 않았었고. 오히려 부부싸움을 본 적이 없었을 정도였거든.

당연히 아버지도 납득을 도저히 할 수 없으시기에 절대 이혼 못한다라는 자세였어. 그렇게 매일밤 부부싸움이 시작되고 각방을 쓰기 시작하셨어.
언제 한번은 아버지가 나랑 누나를 불러다가 앉혀두고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어.
아버지가 묻고싶었던 것은 딱 하나였어. 대체 왜 그러냐. 왜 이혼을 하자고 하는거냐.
그런데 어머니는 이유를 말하지 못했어. 단지 '그냥' 이라고밖엔 답을 하지 않으셨어. 그냥 싫다. 이게 끝이었어.
지금까지 만나면서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이런 말도 하셨지만 난 이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거짓말이어야만 해.

그런식으로 가정이 파탄이 나면서 아예 별거를 하기 시작했어. 누나는 어머니 쪽으로 갔고, 나는 아버지 곁을 지켰어.
그동안 나는 더더욱 소극적이게 되어갔고, 학교생활은 완전히 무너져있었지. 차라리 나를 없는 사람으로 대했으면 했어.

그러다가 내가 고등학교에 올라갈때쯤 아버지께서 결국 포기하시고 이혼도장을 찍으셨어. 그렇게 나는 어머니, 누나랑은 따로 살게 되었지.
고등학교에 와서도 내 학교생활은 나아지지 않았어. 나는 소심해질대로 소심해져있었고, 인간관계도 잘 만들지 못하는 성격이 되어있었어,
난 혼자가 되어갔고, 그냥 도서실에만 쳐박혀있었지.

그러면서 가졌던 꿈이 소설가와 도서관 사서였는데....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그렇게 지내던 와중에 고등학교 2학년 2학기쯤 아버지가 재혼을 결심하셨어. 상대는 필리핀 사람이었어.
아버지께서는 내 의사를 물어봤는데 나는 솔직히 그때 별 생각이 없었어. 지금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는 굉장히 죄송한 말이지만.. 가족간의 정을 잘 못느끼게 되어있었거든. 너무나도 큰 상처로 남아버려서.
그래서 나는 어차피 아버지의 인생이시니까. 라는 생각 뿐이었어. 그랬기에 그냥 흔쾌히 상관없다고 했지.

새엄마로 온 필리핀 사람에 대한 첫인상은 대체 왜 이런 사람이 대체 왜 우리 아버지를 만나지? 였음.
왜냐면 필리핀 내에서도 못사는 편이 아니었고, 심지어 머리도 굉장히 좋은 천재과였거든.
돈이 궁해서 만난게 아니라 그냥 진짜로 서로 좋아서 만난것같아.

그런식으로 가정은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음.
거기다가 내 학교생활도 굉장히 빠른속도로 좋아졌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갑자기 친구가 생기기 시작했으니까.
이전에도 pc방을 간적은 있지만 친구들이랑 같이 pc방을 가거나 노래방을 간게 고3때가 처음이라는 걸로 모든 설명이 될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내 인생이 하락곡선만 그리다가 갑자기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어. 그런 상황에서 나는 대학을 어디로 갈지 정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했지.

위에도 잠깐 말했지만 내 꿈은 소설가나 도서관 사서였어. 하지만, 내 가정형편은 그걸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돈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곳을 물색했지.
그러다가 중사전역을 하셨던 아버지가 어디선가 소스를 물어왔는지 군사학과라는걸 추천했지.

그렇게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군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어,
게다가 나는 특전사 중사였던 아버지의 군대 썰을 들으면서 자랐기에 절대 군인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품으며 자랐는데... 인생 참 모르는것같아.

그렇게 군사학과에 가고 나는 갑자기 꽤 유복한 삶을 살게 되었어. 왜냐면 군장학금과 국가장학금은 별개였기때문에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을 전부 메우면 군장학금은 오로지 내 돈이었거든.
그렇게 여행도 다니면서 아주 해피한 라이프를 보내다가 임관을 했어.

난 소설이나 책에 관심이 많았지만 경제쪽에도 관심이 상당히 많았었어. 그래서 나는 재정병과를 가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지. 아버지덕에 전투병과를 가고싶은 생각이 1도 없었기도 했고.

그리고 나는 운이 좋은건지 아주 빌어먹게 안좋은건지 재정병과에 뽑혔어.

그 후에 오비씨에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현재야.

군인은 08시 30분~17시 30분이 정규 근무시간이야.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내 일상은 한줄로 요약이 가능해.

나는 한달에 초과근무 시간이 무조건 80시간은 기본으로 넘겨.
하지만, 내 근무지 특성상 한달 초과근무 시간 한도는 28시간이야. 즉, 100시간을 일해도 28시간밖에 수당을 받지 못하는거지.

이렇게 야근에 점철된 삶을 사는 상황에서 칭찬받는 삶을 살고있느냐? 아니야. 하루하루 멘탈이 박살나도록 까이면서 살고있지.

심지어 현역복무 부적합 소리까지 들었었어. 장교한테 부상을 입은것도 아닌데 현부심이라니... 이런 불명예가 또 어디있겠어 ㅋㅋㅋ

그렇게 멘탈이 처참하게 나간 상태로 일만 죽어라 하다보니까... 이거 인생이 진짜 너무 힘들더라고.. 심지어 의무복무 기간은 7년이야 ㅋㅋㅋㅋ
게다가 병과 특성상 전과는 항공으로밖에 못하는데 영어공부를 할 시간이 아예 없어서 그냥 포기한 상태고...

그러다보니 난 절대 갈일 없을줄알았던 정신과를 살고싶어서 내 발로 찾아가게 되더라고.
침대 머리맡에는 항상 목에 걸 벨트랑 뒤집어쓸 비닐봉투를 두고서 자고있고...

언젠가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만으로 버티는것도 힘겨워서 이제는 생각을 멈춰버린것같아.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보통 시간을 들여서 취미로 풀거나, 금융치료를 받거나, 친구들과 만나서 풀거나 하는데...

사단 사령부에 나 혼자 던져져서 집에 돌아가면 1시 2시가 되어있고 주말, 휴일에도 8시간 이상은 일을 하고있으니... 도저히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는듯.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정신과 약에 의존하고있지.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내 인생곡선이 다시 상향선을 그릴거라고 믿고있음.

비록 내 좌우명이었던 '즐기자' 는 실현을 하지 못하고있지만.
내가 진심으로 웃으면서 살 수 있는 인생이 다시 찾아오겠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