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지금 하는 활동의 모든 점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다. 그는 귀신 혹은 영적인 존재를 전혀 믿지 않기 때문이다（‘믿는다’는 표현이 적절하긴 할까?）.

선선한 바람이 목덜미를 타고 미끄러지던 자정 5분 전. 소년은 온통 어둠이 스민 학교 앞에 홀로 서 있었다. 오늘이 바로 교내 컵스카우트에서 1박 2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날이었는데, 담력 훈련이랍시고 한밤중에 음악실 안에 숨겨둔 ‘증표’를 갖고 나오는 일정이 끼어 있었던 것이다.

소년은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텅 빈 홀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담력 훈련은 아무런 쓸모도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밤이 된다고 해서 멀쩡한 학교에 불가해한 존재가 나타나는가? 만약 나타난다면, 그것이 사람을 놀래키는가? 혹은 해를 끼치는가? 그럴 리가. 기껏해야 귀신 분장을 한 선생님들이나 기다리고 있겠지.

진부한 이야기지만, 21세기에 불가사의한 존재를 진지하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령 그게 초등학생이라 할지라도.

과학과 신비는 반비례 관계에 놓여 있다. 사람들이 모두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이 시기에, 과학이 발전할 만큼 발전한 이 시기에, 두려워할 신비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이미 카메라의 발전과 함께 대부분 사라졌다. 남은 신비도 별 볼 일 없는 것들이다.

아유, 귀찮아, 라고 중얼거린 소년은 이윽고 문을 열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얼른 잠이나 자고 싶던 마음과는 달리, 막상 홀 중앙에 도착하자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복도로 퍼져 나가는 발자국 소리, 창문 너머로 희미하게 비치는 달빛, 손전등 불빛만큼 제한된 시야. 그런 것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기라도 한 것일까.

괜스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보던 소년은 이만 계단을 향해 몸을 돌렸다. 목적지인 음악실은 별관 5층에 있으니, 일단 3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곳에 본관과 별관을 잇는 구름다리가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은 어디쯤에 숨어있으려나, 소년은 계단을 올라가며 생각했다. 계단은 너무 훤하니까 구름다리 건너편 화장실? 아니면 클래식하게 음악실? 뭐, 어디가 됐든 거기서 거기지만.

“어?”

이윽고 3층 홀에 도착한 소년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구름다리 앞에 검은 실루엣이 일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지? 선생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고, 컵스카우트 단원이라기에는 손전등도 안 들고 있고…… 

소년은 속도를 늦춰 실루엣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손전등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실루엣은 한 치의 미동도 없었다.

소년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실루엣의 실체를 확인하자 소년은 금방 맥이 빠지고 말았다.

“뭐야, 왜 아직도 여기 있어?”

소년의 앞에는 제복을 입은 소녀가 쭈그려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자기가 출발하기 전에 먼저 들어왔는데, 무서워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무서워서 못 가겠어…….”

소녀가 훌쩍거리며 대답하자, 소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혀를 한 번 찼다.

이래서 담력 훈련이 달갑지 않았다. 이렇게 잔뜩 겁먹는 사람이 나온다는 걸 빤히 알면서 굳이 참여를 강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소위 ‘겁쟁이’들을 놀리기 위한 모진 유희일 뿐이 아닌가.

“야, 무서울 게 뭐가 있냐?” 답답함을 느낀 소년은 흐트러진 소녀의 모자를 고쳐 씌워주며 말했다. “설마 귀신 같은 게 튀어나올까 봐?”

소녀는 여전히 훌쩍거리며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손전등은 어디에 팔아먹었고?”

“몰라. 뭔가 막 튀어나와서 도망치다가 한 번 넘어졌는데, 그때 잃어버렸어…….”

“어휴, 진짜,” 소년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넘어지기까지 하다니. “같이 가줄게, 따라와.”

소년은 검지로 새하얀 달빛이 비치는 구름다리 건너편을 가리켰다. 뜸을 들인 소녀는 이윽고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별관에 도착한 두 사람은 손전등의 불빛으로 어둠을 지우며 앞으로 나아갔다. 소녀가 겁을 먹기도 했고（소년이 정 무서우면 팔짱을 껴도 된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소녀가 거부했다）, 그런 모습이 약간은 답답하기도 했으므로 분위기를 띄울 겸 소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난 6학년 1반인데, 넌 몇 반이야?”

“2반.”

“어, 나 2반에 아는 친구 있는데. 서다현이라고, 알아?”

“알아, 다현이. 인기 많은 애.”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옆 반이었다니. 처음 보는 친구였음에도 어렴풋이 익숙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복도에서 오다가다 마주친 적이 있었나 보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무서웠던 거야?” 어느 정도 분위기가 느슨해진 것 같아서 소년이 말했다. “세상엔 귀신 같은 것도 없는데.”

그러자 소녀가 짧은 고민 끝에 대답했다. “그렇게 단정하기는 힘들지 않아?”

“뭐?” 소년이 피식 웃었다. “그럼 귀신이 있다고 믿는 거야?”

“때에 따라서는.”

때에 따라서는? 소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귀신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라도 한다는 건가. 소녀의 답변을 이해할 수 없던 소년은 계단을 오르며 질문을 살짝 바꿨다.

“그게 무슨 소리야? 어떤 때는 귀신이 실제로 나타나기라도 한다는 거야?”

소녀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새하얀 달빛이 소녀의 머리에 비쳤다. 소년은 소녀의 반응에 기가 찼지만, 달리 꺼낼 말이 없었으므로 질문을 이었다.

“뭐 하면 나타나는데? 나도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

“간단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돼.”

어깨를 으쓱한 소년은 5층 계단참에 걸터앉았다. 대리석 바닥에 고여있던 찬기가 엉덩이를 타고 올라왔다. 까짓거 한번 어울려주리라고 마음먹은 소년은 눈을 감았다. 그러고선 속으로 ‘나는 귀신이 보고 싶다’라는 문장을 세 번 되뇌었다.

나는 귀신이 보고 싶다.

나는 귀신이 보고 싶다.

나는 귀신이 보고 싶다.

“에이, 뭐야…….”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다에 소금이라도 탄 것처럼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소년도 소녀도 달빛도 제자리였다. 이게 뭐 하는 짓거리인지. 자신의 바보 같은 행동을 향해 한숨을 내쉰 소년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속으로 귀신을 보고 싶다고 세 번이나 외웠는데 아무 일도 없는데?”

소년은 다시 5층을 향해 발을 내디디며 불평했다. 소녀는 소년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당연하지, 그런 식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너가 방금 한 행동은 뭐랄까, 사람을 현미경으로 보는 거랑 비슷한 거야. 사람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적당히 거리를 유지해야 하잖아. 그런데 너는 지금 현미경을 갖다 댄 채 피부 세포 같은 의미 없는 걸 본 거지.”

“그럼 어떻게 하면 제대로 볼 수 있는 건데?” 이제는 소년의 머릿속에서도 순수한 의문이 일었다. 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이야기가 약간 길 수도 있는데, 괜찮아?”

“상관없어.”

“잠깐만, 생각 좀 정리하구.”

“맘대로 해.”

5층에 도착한 두 사람은 천천히 복도 끝에 있는 음악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복도 왼쪽에는 교실이, 오른쪽에는 벽이 있어서 시야는 오직 손전등 불빛에만 의지해야 했다.

그즈음 소년은 얼핏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담력 훈련을 하면 선생님들이 코스 중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놀래키는 게 정석 아니던가. 음악실에 거의 다 왔는데 왜 아무도 안 보일까? 그러나 이 의문은 뒤이어 들려온 소녀의 목소리에 의해 허공으로 흩어졌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소설을 읽는다고 치자.” 소녀가 생각 정리를 마쳤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소설 속에서 이런 문장이 나왔어. ‘교수는 가족—아내와 고등학생 딸—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럼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가 떠올라?”

“세 사람이 식탁에 앉아 있는 모습?” 소년은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해 봐. 식탁의 색깔이라든가, 집의 구조라든가.”

소녀의 요구에 소년은 잠깐 발을 멈춰세우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선 소녀가 읊어준 문장의 이미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상했다.

“식탁은 나무랑 비슷한 갈색.” 소년이 말했다. “부엌은 좀 넓은 편. 교수는 정장을 입고 있고, 딸은 교복을 입고 있어. 식탁 위에 있는 건 김치찌개랑 스팸 구이. 아, 계란프라이도.”

“혹시 지금 떠오른 이미지를 실제로 본 적 있어?”

소년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교수와 아내와 고등학생 딸이 저녁을 먹는 자리에 왜 초등학생인 내가 끼어 있겠는가. 게다가 우리 아빠는 경찰이고 우리집에는 누나 대신 형이 있는데.

“그치, 그런데,” 소녀는 그가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실제로 본 건 아니지만, 그 이미지가 실제와 굉장히 닮지 않았어?”

“그런가?”

“분명히 그럴걸?”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긴 했으나, 소년은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이지만, 분명 현실성은 갖추고 있었다. 세 인물의 모습도, 식탁 위에 있는 음식도, 뒤로 펼쳐진 거실의 모습도. 마치 카메라로 찍은 것 같다.

이미지의 현실성을 점검하고 있자 어느새 두 사람은 음악실 앞에 도착해 있었다. 소년은 우선 육중한 문을 잡고 천천히 당겼다. 끼익 소리와 함께 불 꺼진 음악실이 눈에 들어왔다. 내부는 텅 빈 좌석과 구석에 놓인 업라이트 피아노 덕에 한층 더 고요해 보였다. 소년은 먼저 소녀를 안으로 들여보내고 자신도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런데,” 소년이 ‘증표’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게 어쨌다고? 이미지가 현실과 닮은 게 귀신이랑 무슨 상관인데?”

소녀 역시 ‘증표’를 찾아 이리저리 둘러보며 대답했다. “직접 경험을 하지 않아도 사람의 머리는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거지.

소년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럴듯한 말, 그러나 의중이 잡히지 않는 말. 소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사람의 뇌는 의외로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을 잘 구분하지 못한대. 그러니까 우리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당시에는 명확히 현실과 허구를 구분할 수 있는데, 시간이 흘러 기억의 서랍에 이미지가 쌓이고 쌓여 서로 혼동되기 시작하면, 현실과 허구가 뒤섞이는 거지.”

소녀의 목소리가 약간 달라진 것 같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복도에서는 목소리가 울리지만, 음악실에서는 방음벽이 사방의 소리를 빼앗아 가니까.

“그러니까 네 말은,” 소년이 고개를 숙여 바닥을 훑기 시작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무슨 일을 겪는다면, 그리고 그때 마침 머릿속에서 현실과 허구가 뒤섞인다면, 자기가 현실에서 귀신을 봤다고 혼동할 수도 있다는 거네? 현실의 이미지와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이미지가 합쳐지면서?”

“비슷해.”

소년은 그 이야기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바보도 아닌데, 어떻게 현실과 허구를 헷갈린단 말인가. 하지만 괜히 설전을 벌이고 싶지는 않았던 소년은 긍정을 표했다.

“무의식의 작용 같은 건가? 나름대로 일리가 있네.”

“근데 내 생각에는 말야,” 소녀가 좌석을 샅샅이 뒤지며 말했다. “좀 더 뒷이야기가 붙어야 할 거 같아.”

“아, 그래?” 소년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슬슬 귀신 이야기도 지겨워지기 시작했으니, 얼른 증표나 찾고 돌아가고 싶었다.

“문제는 혼동이 된 이후부터야.” 소녀가 말했다. “한 번 현실과 허구가 혼동된 순간부터 그 이미지는 그 사람의 내부에 자리잡게 돼. 어지간하지 않은 이상 허구라고 의심을 못 하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이미지가 완고하게 자리를 잡으면, 그때부터는 그게 현실로서 기능할 힘을 가지게 돼.”

“아, 그렇구나.”하고 대답한 소년은 이윽고 ‘증표’를 찾았다. 선생님이 말하던 ‘증표’는 사실 이름표였다. 컵스카우트 단원의 이름표가 들어 있는 상자가 업라이트 피아노 밑에 숨겨져 있던 것이다.

“야, 증표 찾았다! 이쪽으로 와 봐.”

돌아가서 잠에 들 생각에 신이 난 소년은 소녀를 부른 뒤, 쭈그리고 앉아 제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년에게 다가온 소녀는 할 말이 남았는지 방금 이야기를 이었다.

“예를 들어,” 소녀는 ‘예를 들어’를 한 글자씩 강조해서 발음했다. “어떤 소년이 선생님의 부탁으로 무언가를 가지러 아무도 없는 음악실에 들렀다고 치자. 그런데 소년이 물건을 챙기고 음악실을 나가려는 순간, 구석에 있던 피아노 방에서 갑자기 쿵 소리가 난 거야. 뭐, 안에 있던 빗자루 같은 게 우연히 넘어진 거겠지. 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이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마침 전날에 괴담 모음집 같은 걸 읽고 온 상태였거든.

그렇게 잔뜩 긴장한 소년은 방문 중앙에 있는 유리창에 새하얀 형체가 비친 걸 보게 돼. 무의식적으로 소설 속에서 본 이미지를 현실과 겹쳐본 거지. 소년은 바로 줄행랑을 쳐.”

그냥 손전등이나 들어주지, 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이미 소년은 소녀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얼른 제 이름표나 찾고 싶었다. 어차피 모두 쓸데없는 이야기였으니까. 이윽고 소년은 상자 맨 아래에 있던 자신의 이름표를 찾아냈다. 하지만 그는 일어나지 않고 상자를 더 뒤적거렸다.

“맞다, 너 이름이 뭐야? 네 이름표도 그냥 내가 찾으려는데.”

소년이 말했다. 하지만 소녀는 소년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는 듯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날 소년은 음악실에서 자기가 귀신을 봤다고 확신해.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건 절대 귀신이 아니라고, 귀신 같은 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몇 번이고 되뇌지. 그 존재를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무서웠으니까.

결국 소년은 자신을 세뇌하는 데 성공해. 아니, 사실 세뇌라고 할 수는 없지. 소년이 실제로 본 건 ‘아마’ 귀신이 아닐 테니까. 그 후로 소년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음악실을 드나들게 돼. 하지만 소년이 간과하고 있던 게 있어. 그날 음악실에서 들은 쿵 소리와 새하얀 형체의 이미지가 이미 머릿속에 강렬히 박혔다는 사실 말야.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 이미지는 마치 기생충처럼 소년의 안에서 확고히 입지를 다져놔. 언제든 기억의 서랍에서 기어나와 소년이 무의식적으로 그 모습을 그릴 수 있게. 그러니까, 현실로서 기능할 수 있게.”

“아니, 일단 이름부터 좀 말해볼래?”

소년은 여전히 귀신 타령을 하며 자꾸만 딴 이야기를 하는 소녀를 재촉했다. 그러나 소녀는 이제 몸까지 굽혀 소년의 귀에 속삭였다. 소녀의 따스한 숨이 소년의 귀를 간질였다.

“너가 귀신을 보고 싶다고 했지? 언제든 볼 수 있어. 귀신은 네 안에, 그리고 그로 인해 네 곁에 실제로 있으니까.”

이윽고 짜증이 난 소년은 “아니, 그 이야기는 좀 이따 하고, 이름이 뭐냐니깐?”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나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보이는 건 어둠뿐이었다. 마치 초를 후, 하고 불어 끈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