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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년, 초등학교 5학년 겨울이였음.
그날 나의 아침은 평소와 달랐다.
환하게 눈부신 방과, 우리 집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뭔가를 찾던 낯선 남자들이 있었음.
그들이 나한테 물은 말은 딱 하나.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요?"
어제? 어제 무슨 일이 있었지?
잠들기 전은 평소와 같았다. 어제 하루를 돌이켜 평소와 달랐던 것은 딱 두가지. 엄마가 일찍 돌아왔으며, 내가 간밤에 단 한번도 깨지 않고 통잠을 잤고, 그게 무려 열시간이나 된다는 것.
어른들은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거실 소파에 앉아 울고있던 언니에게만 작은 목소리로 물었는데, 잘 대답하던 언니가 돌연 내게 악을 쓰며 물었다.
"니는 그 상황에 잠이 오더나!"
억울했다.
나는 일곱살 무렵부터 통잠을 잔 적이 한번도 없을만큼 불안도가 높았고 잠자리에 예민했음.
초등학교 5학년이 되도록 크게 놀라거나 진을 빼는 일을 겪으면 밤에 소변 실수를 하기도 할정도였으니까.
인기척을 넘어서, 누가 쳐다보는 시선에 깰 정도로 예민하다가도（주변인 피셜, 밤 깊어지는 새벽2시쯤 되면 내가 스르르 잠에서 깬 뒤 눈을 뜨고 잔다고 함...）
몽유병처럼 실내를 돌아다니며 잠꼬대를 하기도 했음.（이때는 잘 달래서 눕히면 된다고 함. 우리 할머니는 그런 나에게 밥을 먹인 적도 있음）
아무튼 나는 등떠밀리듯이 학교 갈 준비를 하고, 가다가 빵을 사먹으라며 천원을 손에 쥐고 학교를 나섰음.
큰 갈림길까지 함께 나간 언니는 내게 계속,
"너 어제 자는척 했지? 다 들었지? 엄마가 우리 때문에 무슨 일을 당했는데."
당시에는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음.
하지만 나도 빡대가리는 아니었기에 어느정도 예상이 가긴 했음.
간밤에 어떤 괴한이 우리집에 침입을 했고, 우리 모녀에게 위해를 가했으며, 그로 인해 엄마가 나쁜 일에 휘말렸다는 것을.
약 1년 넘게 지나서 범인이 잡혔고, 처벌을 받았음.
일이 발생하고 얼마 안되어 용의자는 찾았었는데 본인이 끝까지 부인하고, 거짓 알리바이를 대서 범행 인정을 받기까지 1년 가까이 걸렸었던 거라고 하더라.
물론 나는 끝까지 그날의 감춰진 하룻밤에 대해 알지 못했음.
내 나이가 스물이 지나고, 십년이 우습게 지나간 어느날, 우리 모녀의 술자리에서 그 날의 진상이 밝혀짐.
그 남자는 예전부터 우리집을 노리고 있었다고 함.
하지만 그남자가 노리던 당시엔, 까맣고 호전적이며 우리 집을 철통같이 지키던 미니핀（몹시 도베르만을 닮음）이 있었고, 그 아이는 동네사람 백여명의 발소리를 외우고 구분할만큼 똑똑했음.
방문자의 방문용도 역시 기가막히게 가려서 우리엄마와 소리 지르고 싸운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달에 열번 스무번 오는 사람이라도 짖어서 쫒아냄.
하지만 그 아이는 평생을 사는 존재가 아니었기에 겨울의 초입에 죽어버렸고, 그때부터 범인은 우리집을 맴돌며 범행을 계획했다고 함.
엄마는 우리집을 노리는 낯선 침입자의 존재를 천천히 깨닫게 되었고.
'누가 담 넘어 너희 집을 기웃더라.'
'문 여는 소리가 들리기에 너희 딸 왔나 싶어 이름을 불렀더니 낯선 남자가 후다닥 도망가더라.'
두려워진 엄마는 엄마대로 대비를 했음.
그 무렵 우리집에는 집나간 아빠가 두고간 속옷이 이유없이 빨래 건조대에 널렸고, 뒤축 꺾인 남자 구두가 신발장 앞에 놓였음.
엄마는 내게 항상, "밤되면 구두를 내놓고 아침이 되면 구두를 걷어라."
라고 하셨음.
하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구두내놓기 퍼포먼스가 사라졌는데 그 이유도 함께 알게 되었음.
범인이 범행을 인정한 뒤, 왜 그런 짓을 저질렀냐는 경찰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함.
"남자 신발 내놓는 게 같잖잖아요. 그 집에 남자 없는 거 아는데."
참고로 엄마는 나와 언니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큰 방에 격리시키고 그 미친놈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는데, 방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던 언니 뒤로 새까만 눈을 반짝 빛내고 조용히 누워 있던 내가 그렇게 무서웠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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