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은 오늘도 시험공부에 지쳐 있었다. 늘 가던 학교 앞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숨 막히는 소음과 열기로 가득했다. 민준은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작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낡은 간판의 작은 카페가 하나 있었다. '카페 2시 30분'.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종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그를 맞았다. 내부는 고풍스러운 가구들로 꾸며져 있었고,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흘렀다. 손님은 아무도 없었지만, 테이블마다 누군가 앉아있는 것처럼 찻잔과 접시가 놓여 있었다. 벽에 걸린 낡은 시계는 정확히 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카운터 뒤에 서 있던 바리스타가 나지막이 말했다. 뚜렷한 표정이 없는 얼굴이었지만, 민준은 개의치 않고 구석 자리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커피 맛은 일품이었다. 그는 책을 펼치고 공부에 몰두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덧 창밖은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문득 주변이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흘러나오던 클래식 음악은 하나의 멜로디가 끝없이 반복되는 것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민준은 시계를 쳐다봤다. 여전히 2시 30분이었다. 혹시 고장 난 건가 싶어 스마트폰을 확인했지만, 스마트폰은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그때, 바리스타가 카운터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민준은 혹시 문 닫을 시간인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그러나 바리스타는 그에게 다가오는 대신, 창가에 앉아있던 손님에게로 걸어갔다. 그녀의 움직임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삐걱이는 관절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민준은 그녀가 가져온 따뜻한 차를 마시려던 순간,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창가에 앉아있던 손님들의 표정이, 자세가, 모두 똑같았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낡고 바랜 옷을 입은, 마네킹이었다. 아니, 마네킹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생생한 느낌이었다. 마치 산 사람의 표정을 본떠서 만든 것처럼.

바리스타가 민준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얼굴은 미동도 없이 무표정했지만, 눈동자만은 기괴하게 좌우로 굴러갔다. 눈꺼풀이 없는 듯, 흙빛의 눈동자 주변은 검은 그늘로 가득했다. 그리고 입이 귀밑까지 찢어지며, 노랗고 부서진 이빨들이 드러났다.

"손님, 같이...놀지 않을래...?"

괴기스러운 쇳소리가 들려왔다. 민준은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 카페 문으로 달려갔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낡은 문고리를 잡아당기고 흔들며 발버둥 치는 동안, 뒤에서 삐걱거리는 발소리가 빠르게 다가왔다.

"같이...놀자...같이 놀자..."

민준은 공포에 질려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 그 순간, 낡은 문고리가 뚝 부러지며 문이 열렸다. 민준은 밖으로 뛰쳐나왔다. 어둠에 잠긴 골목길을 미친 듯이 내달렸다. 뒤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간신히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문을 굳게 잠갔을 때, 그는 안도감에 주저앉았다.

"하아...하아...살았다..."

집은 익숙한 공기로 가득했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 민준은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정확히 오후 2시 30분. 불안한 마음에 손목시계를 보았다. 역시 2시 30분.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켰다. 전원이 들어왔다. 시간은 새벽 3시 15분이었다.

'다행이다. 꿈이었나...?'

하지만 이상했다. 스마트폰을 켜자마자, 잠금화면에 떠 있는 것은 낯선 사람의 전화번호였다. 번호 옆에는 발신자 이름이 '카페 바리스타'로 저장되어 있었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민준은 재빨리 그 번호를 지우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창밖의 풍경이 어딘가 달라 보였다. 모든 것이 흐릿하고 왜곡되어 있었다.

그때, 현관문에서 아주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 똑.'

"손님, 두고 가신 것이 있습니다."

아까 그 기괴한 쇳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민준은 공포에 질려 현관문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그곳에는 아무 표정도 없는 바리스타가 서 있었다. 그녀의 뒤로는 방금 자신이 뛰쳐나온 골목길이 보였고, 그 끝에는 '카페 2시 30분'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민준은 뒤돌아보았다. 그의 집 거실에는... 마네킹들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