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몸이 이상해…」

 

 

6개월 정도 사귄 여자친구와 같이 한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그런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나는 입 속에 넣었던 불고기를 우물거리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요새 날씨도 쌀쌀한데 감기라도 걸린거 아녀?」

 

 

확실히 12월 초반이었고 눈도 벌써 두세번은 더 내렸다. 게다가 여자친구는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었으니 감기에 걸릴만도 했다. 그런데 고개를 가로젓는 여자친구는 그건 아닌 것 같은 표정을 잔뜩 지었다.

 

 

「그럼 뭐지? 막 몸이 으슬으슬하거나 그런거야?」

「그것도 아니야.」

「엥?」

 

 

나는 의문점이 하나 들어서 들고 있던 총각김치 하나를 도로 내려놓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왜…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거야?」

 

 

내 행동에 여자친구가 갑작스레 당황했다.

 

 

「혹시 임신」

「멍청아.」

 

 

그야. 그렇겠지. 꼭 피임도구는 챙기니까. 나는 고개를 가로젓고 내려 놓았던 총각김치를 젓가락으로 들어서 입 속에 밀어넣고 씹었다. 아그작거리는 소리가 머리에 울려퍼졌다.

 

 

「그�D. 오눌은 지베 일지익 들어갈뤠?」

 

 

총각김치를 질겅질겅 씹으며 여자친구에게 그런 소리를 내뱉으니, 그녀는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산을 하고 주차장으로 걸어갈 때, 내가 다시 한 번 나즈막하게 그녀에게 질문했다.

 

 

「그럼 정확히 어떤 기분인데? 그러니까… 몸의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느낌? 글쎄…」

 

 

내 질문에 갑자기 걸음을 멈춘 여자친구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두 손의 손톱으로 니트를 벅벅 긁기 시작했다.

 

 

「마치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께름칙하고 소름끼친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진짜 엿같아.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내 몸을 기어다니고 있는 느낌이라고밖에…」

 

 

그 말을 끝으로 여자친구는 표정이 심각하게 어두워지더니 발걸음을 재촉해서 내 차가 있는 곳까지 금새 도착했다. 무언가 께름칙한 생각이 들어서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지만 아무것도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더 강했고 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키를 꺼내서 주차되어있는 k5로 향했다.

 

 

「그… 언제부터 그런 생각, 아니 그런 느낌이 들었던건데?」

 

 

신호에 걸려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에 손을 갖다 댄 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휴대폰을 하고 있던 여자친구는 내 질문에 고개를 들려고 하다가 고개를 들 기운도 없는지 다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글쎄… 그걸 모르겠단 말이야… 진짜 그걸 알 수만 있다면 나도 알고 싶다구. 그래도 억지로 추측을 해보자면, 한달 전쯤인가. 모르겠어. 진짜.」

「흐음… 그래.」

 

 

다시 차는 2차로를 달렸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는 운전이 아닌 여자친구의 몸 상태만 생각이 났다. 뭐, 일단은 괴로워하고 있으니까 남자친구인 나로서는 당연한 처사 아니겠는가? 그렇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감기약이라도 먹어봐. 감기일 수 있으니까… 일단 약국이라도 좀…」

「응. 고마워.」

 

 

그녀의 집 주변 인근에서 약국을 발견하고 잠시 정차한 뒤에 감기약을 사와서 차 안에 넣고는 다시 운전석에 탔다.

 

 

「요새 생물학인가, 뭐시기인가 공부 한대매? 애초에 과가 그거니까…」

 

 

3차로를 달리고 있을 때, 그녀가 화제를 바꿔서 질문을 던졌다. 언젠간 질문할 것 같았으니, 적당한 답변을 내뱉어야만 했다.

 

 

「아… 응. 맞아. 대학 전공도 애초에 그쪽이고…」

「진짜 난 그런 거 잘 몰라서. 공부 못하니까.」

 

 

나는 고개를 가로젓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핸들을 잡은 두 손에서 약간 땀이 배어나왔다.

 

 

「음. 그런 것도 아녀~ 어차피 돈 안되는 전공인데 뭐…」

「뭐, 그런가? 아무튼 감기약 잘 먹을게.」

「응.」

 

 

그렇게 몇 마디를 던지다가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하자 나는 차를 세웠다.

 

 

「오늘 즐거웠어. 내일 봐. 글고 감기약 고마워!」

「그래. 몸 조심하고.」

 

 

여자친구가 조수석에서 몸을 일으켜서 문을 열고 나갈 때, 나는 곧바로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내 손을 본 여자친구는 이내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말 몸은 아까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야? 다른 느낌은 없고? 뭐, 오한이라든지, 두통이라든지 그런…」

「없어. 없어. 그냥 께름칙한 기분이라니까.」

 

 

그 말에 한숨을 쉬고는 여자친구를 잡았던 손을 풀었다.

 

 

「뭐야. 걱정되는거지? 걱정할 것 없다니까…」

 

 

나는 여자친구의 말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차 유리창 앞만 바라보았다.

 

 

「그럼 내일 봐! 집 들어가면 까톡해!」

 

 

그렇게 여자친구가 문을 열고 나가자 나는 통탄하고 또 통탄했다. 그녀가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고나서도 한참동안 핸들을 만지작거렸다.

 

 

그때, 주머니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젓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엄지손가락만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그 속을 기어다니고 있는 물체에 바싹 눈을 붙인 나는 이를 갈기 시작했다.

 

 

바퀴벌레. 유리병 안에 든 생물체는 그 벌레였다. 그 녀석은 더듬이를 있는 힘껏 유리병에 터치하고는 나를 바라보며 발버둥쳤다.

 

 

나는 바퀴벌레를 바라보면서 신음에 몸부림칠 그녀를 상상해보았다. 핸들 옆에 있는 컵홀더에 두 손가락으로 깔짝이는 시늉을 몇 십번이고 몇 백번이고 시도했다.

 

 

「다음엔 너다.」

 

 

유리병을 검지 손가락으로 튕겼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