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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것은 참 애석하다.

자금 부족 관계로 사생활이 전혀 보장 안 되는 탁 트인 자취 원룸에 이사 왔건만. 창문 하나만 열어도 건너편 다른 집 내부를 모두 볼 수가 있었다. 당연히 반대쪽 입장도 마찬가지겠지. 프라이버시 따위는 개나 주라고.

창문을 닫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니까. 나는 죄수가 아니다. 하물며, 죄수도 산책은 한다. 그래. 내가 돈 없는 걸 어쩌겠나. 누구한테 하소연 하겠어.

어쨌거나 그게 문제는 아니었다. 지금 내 앞에는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아니 이해하려고 해도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때로는 상상도 하지 않던 일이 벌어진다고 하지만 그게 내 주변 일이라고 상상하겠는가? 현실은 그저 평범한 일상의 연속일 뿐이니까.

하지만 그 광경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광경이라면 그 때부터 현실은 뒤틀리기 시작한다. 현실이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젓는다. 손을 조심스레 들어서 창문을 열고 그 광경을 지켜본다. 이런 광경을 그 어떤 인간이 살면서 몇 번이나 볼까?

광경.

그 광경.

처음 사건은 으레 그렇듯, 무언가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휴대폰 시각은 10시. 이 시간을 어기는 법은 없었다. 즉 10시가 되면 건너편 앞집에 불이 꺼진 방에서 슬그머니 누군가 들어온다. 그리고 40인치가 넘는 TV에서 불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TV에는 1980년대의 화질로 보이는 이름 모를 영화 한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영화는 일본 에도시대극이며 머리 꽁다리 하나를 위로 질끈 묶은 촌마게스타일의 일본 사무라이가 비장한 표정으로 검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닥에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인 농민이 무릎 꿇고 있는 상태였다.

그 장면 따윈 아무래도 좋다. 사무라이가 뭐 어쨌는데. 내가 정말로 말하고 싶은 것은 그 모니터의 불빛이 새어 나오는 앞이었다. 그 앞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괴이하다’,‘기이하다’라고만 표현이 가능할 듯 싶었다. 그 외에 어떤 표현이 가능할지는 내 능력 밖이었고,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닌 상황이었다.

마네킹. 빛이 나오는 모니터 앞에는 여성 마네킹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마네킹의 목이 빨간색 고무줄에 매달려 천장에서 덜렁거리고 있었다.

이해가 당연히 가지 않을 것이기에, 조금만 더 설명해본다. 그 마네킹 목은 피같이 진한 붉은 물감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게 정말로 피인지 물감인지는 별개로 마네킹의 얼굴과 목부분은 살벌하다고 할정도로 시뻘갰다. 눈과 코는 처음부터 없었는지는 몰라도 크게 파여 있었다.

다 죽어가는 마네킹 목 뒤에는 비상식적으로 키가 작고 왜소한 사람이 서 있었다. 모니터 불빛에 비쳐서 다 보이지는 않지만 외관만은 뚜렷이 보였다.

일단 이 사람. 아니 이놈은 절대로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사람에서 ‘놈’으로 격하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이 ‘놈’은 세간의 상식이란 상식은 다 버리고 어긋나버린 인간인 것은 분명했으니까.

그러면 여기서 질문. 당신을 가부키 극을 들어봤는가?

그래 당신이 상상하는 그 가부키 극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가부키 극을 하는 무용수들의 얼굴. 새하얗고 자칫 이질적으로 보이는 화장. 그놈은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것까지는 어떻게 보면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냥 집에서 해외 전통극을 연습하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여길 수도 있겠지.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도저히 어떻게 봐도 변태자식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모습의 남자였다. 누런 삼각팬티와 여성의 브래지어를 차고 낡아 빠진 삿갓을 쓴 아저씨. 액면가는 40대와 50대의 사이. 그 변태 아저씨는 정신이 나갈 것만 같은 복장을 한 채로, 두 손에 장난감 칼을 들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입을 벌린 채로 머릿속이 하얘질 것이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그 머릿속이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쯤 창문을 닫고서 경찰에 신고할 것이 분명하겠지. 나도 사람인지라 처음엔 그저 그럴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창문 밑에 있는 벽에 몸을 숨긴다. 매일 회사를 퇴근하고서 해오던 것이었다. 이제부터 벌어질 일에 대해서 나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 보장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그것보다는 저런 놈을 내가 엿본다는 걸 들킨 순간. 내 목숨에 안전이란 것은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고 조심스레 고개를 위로 내밀었다.

여전하군. 창문 앞, 그 허름한 집에 살고 있는 제대로 미친놈은 두 손에 들고 있는 장난감 칼로 마네킹 목을 연신 내려치고 있었다. 지치지도 않는 걸 보면 상대적으로 젊은 나보다도 체력이 더 대단해 보였다.

「핫! 핫! 핫!」

얼굴 허연 변태 아저씨는 가쁜 숨소리를 내뱉었지만 그 숨소리 속에는 왠지 모를 기쁨이 묻어나고 있었다. 나는 기분이 나빠서 견딜 수가 없었다. 천장에 매달린 마네킹 목은 이제는 불쌍하다 싶을 정도로 위태롭게 덜렁거렸다. 그 목을 계속해서 치고 있는 변태는 그 미친 행위가 꼭 의무라도 된 양, 연신 기합 소리를 내었다. 힘들어 죽으려고 하면서도 말이지.

당장이라도 정신이 나갈 것만 같은 상황. 식은땀이 손끝으로 매몰차게 내려가는 순간. 모니터 속 장면이 전환되었다. 무릎 꿇은 촌마게 머리 스타일의 남자가 할복을 하는 모습이었다. 사무라이겠지. 마치 딥웹의 영상 같은 괴이한 영상. 나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쯤 되면, 나는 당신이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느낄지를 모르겠다. 황당함. 당혹감. 그도 아니라면 내가 처한 분위기에서 이미 벗어났을지도… 어찌 되었든 간에 좋았다. 지금쯤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 분명할 거라고 나는 그렇게 느꼈으니까. 당최 지금까지 내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래. 나도 이 모든 일이 내 정신착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을 일일까. 다만. 그런 일은 꿈 깨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건 모두 실제상황이었다.

간단히 생각하자. 굳이 머리 싸맬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답은 간단하게 생각할 수가 있겠지. 그냥 취향 한번 독특한 정신병자가 앞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정의 내리고 신경 쓰지 않으면 될 일이다. 오히려 그게 맞는 것이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사무라이에 광기의 호감을 느낀 정신병자의 독특한 취미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서 신경 따윈 쓸 필요 없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정신병자의 행동에 대하여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는 이 광경을 어느 순간부터 ‘즐기는 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즐기는 것.’

나는 그 광경을 한 달 남짓하게 즐기고 있었다. 무언가 표현이 이상하게 되어버렸지만. 어쨌거나 나는 이 광경을 어느 순간부터 즐기게 되었다. 회사가 야근이 없으면 퇴근할 때쯤, 「그 미친놈. 오늘도 그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을까?」 라거나 「오늘도 어김없이 그 짓거리를 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말을 하면 나도 정상인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겠지만 나는 누가 봐도 정상인이었다. 나는 적어도 저런 짓은 안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신고조차 않고 저런 광경을 구경만 하는 것도 비정상이라고 정의한다면 솔직히 내 정상 척도에 대하여 자신은 없었다.

나는 됐다. 이제 변태 아저씨로 돌아가 보자. 앞집의 변태 미친놈은 그 이상한 짓거리를 정확히 밤 10시부터 시작해서 밤 12시까지. 정확히 2시간 동안 진행한다. 이건 내 실험결과로 증명되었다. 단 1분, 1초도 틀린적이 없었다. 변태 아저씨는 마네킹 목을 치는 행위를 항상 정각 12시에 끝냈다. 정확히 그 시간에 말이지.

게다가 30분 간격으로 5분씩 휴식을 취하는 쉬는 시간도 있었다. 아무래도 연배는 이길 수가 없는지 체력이 달리는 모양이었다. 체력이 달린다고 한들, 그 5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변태 아저씨는 5분 동안 스마트폰으로 사무라이가 사람들을 참수하는 영상을 봤었다. 쉴 때마다 계속이었다. 그건 마치 광적이었다. 광적이라는 한 괴물이 그 인간에게 침투한 것만 같았다. 나는 그 미친 듯한 광기에 두려움을 떠는 것을 넘어서 그 광기에 매료가 될 정도였다.

변태는 쉬는 시간마다 수분 보충도 잊지 않았다. 냉장고도 아니었다. 김빠진 콜라는 항상 빨갛게 칠갑된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변태 아저씨는 누런 이빨을 드러낸채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김빠진 콜라를 손으로 집는다. 탄산소리조차 나지 않는 그 맛없는 콜라를 벌컥 들이켜면서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소름 끼치는 쉬는 시간이 끝나면 변태 아저씨는 또 다시 그 행위를 반복한다. 그 뿐이었다. 이내 시간이 지나고 절정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변태의 숨소리는 더욱 가빠지기 시작한다. 그 절정의 순간은 당연히 정각 12시 근처. 변태는 마지막 5분을 남기고서 거사를 치른듯한 격정의 소리를 내뱉었다.

그 소리를 들으면 마치 나도 미쳐가는 것만 같았다.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나는 내일 회사를 가야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제야 정신 나간 생각에서 돌아와 정상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이었다. 나는 어째서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저 장면을 계속 보고 있었던 걸까?

사실 내 행동보다는 저 변태 아저씨의 행동에 대한 근거가 더 궁금할 것이다.

즉, 저 정신 나간 아저씨는 어째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가? 그것이 문제였었다.

어째서 사무라이가 나오는 에도시대극을 틀어놓는 건지. 거기서도 하필이면 사무라이가 죄인을 참수하는 영상을 반복하면서 트는건지. 붉은 물감이（사실 피일지도 모르겠지만） 잔뜩 흘러내리는 마네킹 목을 장난감 칼로 치는건지. 변태 사이코 같은 형이상학적인 복장은 무엇인지.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나는 그 돌아버릴 것 같은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경찰에 ‘신고 행위’ 자체는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을? 도대체 무엇이 문제가 된단 말인가? 밖에서 저런 행위를 했다가는 당장이라도 손목에 쇠고랑 찰 것이 분명했지만 저 아저씨는 그저 자기 집에서 창문을 열어놓고서 독특한 취향을 즐기고 있는 것뿐이었다.

문제라고 한다면 마네킹 목을 칠때마다 나는 기합소리. 즉, 소음공해인가. 사실 소음공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미세한 소리였다. 변태 아저씨가 사는 집 근처에는 의외로 민가들이 붙어있지 않았으니까. 민가들은 내가 살고 있는 원룸 빌라 근처에 붙어있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참으로 기구했다.

그걸 제외하면 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자 속옷을 입고 이상한 삿갓을 쓰면서 사무라이 에도시대극 참수하는 영상을 틀어놓으며 붉은 물감이 잔뜩 칠해진 마네킹 목을 장난감 칼로 치는 것은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밖이 아닌 자기 집에서 하는 독특한 취향일 뿐이었으니까.

물론 지금 와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지. 나도 저 충격과 공포의 광경을 처음 봤을 때는 다짜고짜 112를 눌렀었다.

「선생님. 집 안에서 일어난 개인적인 일이잖습니까? 물론 범죄적인 것도 아니고… 그저 신고 대상분이 마네킹 목을 치고 있다면서요? 어디까지나 집 안에서 일어난 개인 취향적인걸로 범죄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창문을 열어놨다고 해서, 그것이 범죄가 되는 건 아니고요…

즉, 그런 이유로는 저희가 조사에 나설 수가 없습니다. 뭔가 범죄 비슷한거라도 사건이 있어야 저희가 출동을 하는데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저희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죄송합니다만. 즉, 그 어르신께서는 범죄가 성립되지가 않습니다. 도움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정 필요하시다면 신변보호요청을 하시면…」

돌아오는 것은 그런 답변뿐이었지.

SNS에라도 올릴까 생각했다만, 요즘 세상이 세상이었다. 저 아저씨가 개인정보 침해로 신고라도 한다면 어떻게 한다 이 말인가? 아저씨라고 SNS를 하지 말라는 법도 없었으니까. 뭣보다 사실 더 두려운 것이 있었다. 저 정도의 광기를 가진 인간은 한 번 수틀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그 광기에 대한 나의 관찰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았다. 변태 아저씨에게 묘한 궁금증이 들었던 그 순간. 은밀한 관찰이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관찰의 첫 번째 단추는 그 첫째 주말이었다. 혹자가 보면 할 일도 더럽게 없는 인간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 일도 따분했고 회사에서 인정도 받지 못했던 나에게 주말에 할 일이라고는 고작 그것뿐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그 미친놈의 집 주변을 둘러보고 싶었다. 궁금증이란 것은 판도라의상자 같은 것이었다. 안 열어보자니 견딜 수 없고 연다면 후회하는 그런 짜증나는 존재. 그렇기에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었다. 평소엔 갈 이유도 없었거니와 으슥한 곳에 있어서 생각조차 나지 않았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그 광경의 주인공이 살고 있는 집 주변이 어떤지 궁금했었으니까.

나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미친놈 집 주변으로 걸어갔다. 내가 범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심장이 쿵쿵 뛰었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그 빨간 지붕을 가진 허름한 집을 부서지듯 노려보았다. 물론 지나가는 행인인척 은근슬쩍.

당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면 집주인인 변태 아저씨가 나의 행동을 눈치챌지도 모를 것이다. 물론 창문은 전부 닫혀 있었지만 그즈음 나는 그 변태 아저씨가 어디선가 나를 지켜본다는 망상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았다. 그 하얀 얼굴로 말이었다.

「…」

집안은 조용했다. 금이 쩍쩍 갈라진 색바랜 회색 담 너머로 쥐새끼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살짝 고개를 쳐들었다. 담 너머로 보이는 빨간 지붕을 가진 주택은 2층 주택이었는데 창문이 모두 닫혀 있었다. 외출한 것이 아니라면 변태는 집 안에서 조용히 무엇을 하는 걸까? 내 궁금증은 더 증폭되기 시작했다.

호기심은 사람을 대담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살짝 주변 눈치를 봤다. 사람은 없었다. 으슥한 곳이었는지라 낮에도 사람들은 거의 다니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담장에 손을 얹었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높이였다.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주거침입죄로 고소먹기는 싫었거든. 그렇다고 해서 집 내부를 살펴 보지 않는 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내 목적은 담에 손을 얹고서 내부 마당이라도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마당 안으로 처박았다.

그러나 곧 있어서 후회감이 몰려왔다. 후회감은 다른 오묘한 감정들과 뒤섞이기 시작했다.

마당 안을 본 순간, 나는 입을 틀어막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세계를 겪는 것만 같았다. 현실 세계에서 아득히 멀어진 세상. 판도라의 상자는 끔찍했을 뿐이었다. 목구멍은 마른 침을 넘기려고 애썼다. 담에서 자빠지면서 손을 긁혀 피가 흘러 내렸지만 그런 것쯤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곧바로 나는 벌떡 일어났다. 다리에 힘이 풀렸지만 애써 도망갈 수 밖에 없었다. 왜 도망갔냐고? 사실 그 누구라도 내 상황이 됐다면 도망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었다. 도망가지 않고 그 광경을 계속해서 본다면 그거야말로 미친놈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가 없는 길이었다.

마당은 돌을 이것저것 깨서 만든 조잡한 바닥이었다. 그 틈새로 관리하지 않은 흉하게 생긴 잡초들이 듬성듬성 나풀거리고 있었다. 그것까지는 그저 혼자 사는 아저씨의 귀찮음이라고 봐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효수（梟首）.

옛날. 죽은 죄수의 목만 잘라내어 꼬챙이에 꽂아놓는 큰 형벌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지금 이 경우는 사람의 목을 걸어놓은 것이 아니었다. 빨간 물감이 시뻘겋게 묻어있는 마네킹의 목이 철봉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것이다. 영화에나 나올법한 괴물 같았다. 한두 개도 아닌 수십 개의 마네킹 목들이 붙어있는 철봉이 이곳저곳에 박혀 있었다.

아찔했다. 그것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고 해줘도 된다. 독특한 취향이구나. 마당에서 마네킹 목을 가져왔던 거였구나. 그렇게 여겨주면 될 일이었다. 대인배의 마음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대인배도 용납할 수가 없는 순간이 있다. 그건 자기 상식선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가 올 때인 것이다.

「나를 지켜봐줘서 고마워요♥」

마당에 쓰여 있는 붉디 붉은 거대한 글씨. 아저씨가 썼다고 믿기지도 않는 여고생이 쓸법한 필기체. 그리고 끝에 붙어있는 하트 이모티콘. 그건 내 오장육부를 뒤틀리게 할 정도로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그 충격의 한도는 최고점을 찍어 내 뇌를 흔들리게 했다.

나는 곧바로 그걸 보자마자 담벼락에서 떨어졌다. 아니 쓰러졌다라고 밖에 표현 할 수 없겠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일어날 수가 없었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욕구에 사로잡혀서 어떻게든 도망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디서 본거지?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건가? 변태 미친놈은 인기척을 다 느끼면서도 마네킹 목을 장난감 칼로 치고 있던 걸까?그렇다면 언제부터 알고 있던 건가? 처음부터? 그것도 아니라면 어제부터?

그리고 마치 누가 자기 집 마당을 볼 거라는 것을 알았다는 듯 설정해놓은 마당의 전율적인 세팅.

무엇이 어떻게 되었는지 몰라도 나는 그 이후로 그 사무라이 변태 아저씨에게 찍힌 것은 분명했었다.

그러면 여기서 당신은 의문점 세 가지가 들 것이다.

「첫 번째. 나는 변태 아저씨를 관음하는 행위를 들켰으면서도 어째서 퇴근하고 그 행위를 반복하는가?

두 번째. 변태 아저씨는 어째서 그 광경을 들켰으면서도 계속 그 행위를 반복하는가?

세 번째. 변태 아저씨는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가? 반대로 나는 변태아저씨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가?」

어느 날, 나는 정신과 의사에게서 그런 병명을 들었다.

「이건… 굉장하군요. 그냥 굉장하다고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네요. 굉장히 특이합니다. Unusual Voyeurism이라는 학계에서도 거의 발표되지도 않은 정신 질환입니다.」

「언… 뭐요?」

「한글로 해석하자면 ‘특이 관음증’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군요. K씨. 관음증은 익히 들어서 아시지요? 또한 이런 행위를 한 적도 여러번 있으실 거고요…」

「네. 물론이죠. 하지만 그냥 평범한 걸 관음하면요…」

「그래요. 그거입니다. 시신경과 연결된 뇌가 정상적인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특정 신체 부위를 은밀하게 숨어서 봤을 때만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 그것이 관음증입니다. 들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으로 인하여 코르티솔이 분비됐을 때 도파민을 분비하는 무서운 질환이죠.」

솔직히 말해서, 내가 관음증이라는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 낌새를 파악했는지 정신과 의사는 안경을 고쳐 쓰고 나를 바라보았다.

「음. 그쯤…은 알고 있다는 눈치시군요. 뭐, 물론입니다. 정신이라는 건 자기 자신이 제일 모르면서도 제일 잘 아는 공간이니까요. K씨. 아까 평범한 걸 관음해도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씀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아무튼 K씨는 최근 들어서 일반적인 관음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을겁니다. 그리고 이 행위가 언제 들킬지도 모르고 범죄행위라는 것도 명확히 알고 있고요. 그래서 말입니다.」

정신과 의사는 MRI사진을 찍은 뇌 단면도를 나에게 보여줬다. 뇌는 상당히 쪼그라들어있었다. 의사는 놀랍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로 나에게 말했다.

「여기 부분이 전두엽입니다만. 일반적인 사람의 뇌와 달리 K씨의 전두엽은 콩알만하게 쪼그라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K씨는 일반적인 생활도 가능하고 말도 잘할수 있습니다. 단지 관음증이 독특하게 발현되어 있다는 것 뿐이죠.」

「도대체 무슨 소리신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한마디로 비정상적인 상황. 그러니까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상황을 뛰어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K씨의 기준이 그게 어느정도까지인지는 검사를 다시 해봐야 알겠습니다만…」

「아니, 이해가 가지 않아요. 어떤 말씀을 하시고 싶으…」

나는 그 때까지 답답했을 뿐이었다. 내 머리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모르고. 의사는 나의 대답을 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K씨는 K씨의 기준에 맞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은밀하게 숨어서 봐야 흥분하신다는 거지요. 그렇기에 특이 관음증이라는 겁니다.」

과거 이야기는 이제 그만해도 될 듯 싶었다. 슬슬 오늘 밤 나의 집으로 돌아와보자. 어쨌거나 나는 정신과 의사에게 그런 병명을 받았었다. 내가 그동안 정상인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사과하지. 숨길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내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는 것 쯤은 알아뒀으면 좋을 것 같군.

그 이후는 확실히 힘들었다. 그 병명을 얻고 나서 범죄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관음행위를 몰래 했지만 나의 느낌을 만족시켜줬던 건 없었다. 회사 생활은 갈수록 힘들어졌고 인정받는다는건 꿈에도 꿀 수가 없었지. 약도 한계였다.

그러던 도중 나는 그 변태 아저씨를 발견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놀랐다. 나 자신이 이 정도로 변태일줄은 몰랐으니까. 세상에 여자 속옷입고 팬티를 차고 삿갓을 쓴 괴상망측한 아저씨의 행위를 몰래 보면서 눈이 돌아갈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이런 상황을 어디서 발견하겠는가?

그렇겠지. 그리고 나 자신보다 더 놀란 상대는 변태 아저씨였다. 그래. 본론으로 돌아와보자. 저 아저씨는 나보다 더 변태인 인간이었다. 그건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아저씨의 정신적 병명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첫 번째로 가장 궁금했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저 아저씨에게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말을 건넨 순간 관음증이라는 행위가 없어져버리니까! 관음증은 뒤에서 몰래 보는 행위다. 몰래라는 말이다. 물론, 마당에 글씨를 써놓은 건 내가 자신을 관음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어서 써놓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나도 그 이후로 그 아저씨에게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 어차피 의미 따위는 없어졌을 테니까 말이야. 발각되었으니, 내가 아무리 몰래 본다고 한들 나는 흥분하지 않을 줄 알았다.

…정말로 나는 그 이후로 흥분하지 않을 줄 알았다.

포기하고 창문을 닫으려는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나같은 정신병 환자에게 이렇게 딱 맞는 상황은 두 번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는 빅찬스였으니까 말이다.

내 실험은 성공했다. 나는 또 다시 그 행위에 흥분했다. 창문 밑 벽에 숨어서 그 변태 아저씨를 쳐다본다는 행위에 도파민이 온 몸을 들끓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것 아니겠는가. 그 몰래라는 기준은 어디까지 나에게 허용된 건지. 그리고 그 비정상적인 상황은 나에게 어디까지 허용된 건지는 그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그 결과로 나는 지금 저 사무라이 아저씨에게 흥분하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저 아저씨가 저러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호기심과 관음증. 그건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지만 둘 중 무엇을 선택해도 나는 곧 파멸로 이어질 것이다. 역설이었다. 아저씨에게 이유를 묻는 순간 몰래라는 기준에 갑자기 적합하지 않아서 나는 더 이상 흥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그 아저씨를 보고 있자니 그 행위가 언제까지 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쾌락은 무한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12시까지 그 아저씨의 행위를 지켜본다. 그 정각 12시가 되기 5분전. 11시 55분. 그 변태 아저씨의 거사를 치른듯한 단말마 같은 기합소리에 나는 하루의 안정감을 되찾는다. 회사에서 나를 힐난하고 핍박했던 개새x들의 모함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아니. 사실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나는 안정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내일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마치 아저씨가 떠날 것만 같은 그런 느낌. 그 느낌은 나를 안절부절하게 만들었다.

「헉! 헉!」

역시나 쾌락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다음 날 밤. 회사가 퇴근하자마자 헐레벌떡 집안으로 들어온 나는 곧바로 창문을 열고 아저씨의 집을 바라보았다. 아저씨의 집 내부와 마당에는 경찰이 가득 차 들어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서는 절규를 질렀다.

한 달 남짓했던 나의 파라다이스 공간이 무너져 버린 것이었다. 나는 절망했고 절규했다. 단말마 비슷한 비명소리를 창문 밖으로 내뱉었다. 경찰 한 명이 나를 본 듯 했지만 이내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가 되었을까? 그건 진짜 피도 아니었고 진짜 사람도 아니었다. 단지 마네킹일 뿐이었을텐데?

「K대리님. 오늘 x튜브랑 SNS 봤어요? 막 난리났던데. 사무라이 변태사건이라고요.」

「예, 예?」

그건 오늘 오후 회사였다. 변태 아저씨의 집만 생각이 났던 내가 업무도 못한채 안절부절하고 있을 때 동료가 나에게 귀띔해줬다. 나는 ‘사무라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무라이가 어쩌고요?」

「갑자기 자리에선 왜 일어나요? 그건 그렇고 아니 이거 봐봐요. 진짜 세상에 미친x들 많다고 느꼈지만 이건 진짜 심연이야, 심연.」

영상에는 뉴스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뉴스의 내용은 오늘 아침 자살을 한 사람의 흔하디 흔한 보도일 뿐이었다. 자살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 수도 없이 많고 사람들은 그것에 무감각한지 오래된 세상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사람. 내 인생을 송두리 째 바꿔 놓을 사람이 자살자로 뉴스에 나왔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동료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었다. 사실 사무라이 복장이라고 하기도 우스운 변태복장. 그저 일본 영화에서나 나오는 사무라이들이 쓰고 다니는 삿갓. 그 삿갓만 썼을 뿐이었다. 그저 미친x일뿐 이었다. 뉴스는 사건 경과를 몇십초 떠들더니 그 정신이상자의 괴상망측한 유언서를 공개하고서는 정신이상자의 해프닝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 하고서는 세상의 각박함을 내뱉었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하지만 그동안 나를 바라봐줘서 고마워. 나도 사무라이를 바라봤을 때가 있었지.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버틸수가 없어. 그래도 너만은 누군가의 사무라이가 되기를. 핫! 핫! 핫!♥」

의미심장했지만 뉴스는 단지 그 유언서 내용을 정신이상자가 쓴 괴상한 글로 치부하고 넘어가고서는 곧바로 다음 뉴스를 보도했다.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니. 변태 아저씨는 나에게 더 이상 정신이상자가 아니었다. 아무리 내가 모질게 대하고 이 순간을 부정한다고 해도 나의 특이 관음증의 대상은 그 변태 아저씨뿐이었다.

그 변태 아저씨는 나의 모든 것이었다고!

나의 희망, 세상을 살아가는 희망!

모질게 대한 것 미안해요. 그동안 현실부정해서 미안해요. 이제 나를 인정할테니 돌아와요. 나는 그렇게 이 세상에 없는 변태 아저씨에게 빌 뿐이었다.

이제 변태 아저씨는 없었다.

나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거지?

「K, K대리님. 왜, 왜그래요? 어디 아파요? 뭔, 몸을 그렇게 떨고 그래요?」

나는 그 이후로 회사 일이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퇴근하고서 집으로 헐레벌떡 뛰어갔을 뿐이었다. 아마 내일부터는 회사에 나가지 않겠지.

퇴근하고서 시간이 흘렀다. 나는 나의 유일한 힐링 장소였던 창문 앞에 서 변태 아저씨. 사무라이 아저씨. 미친x. 그 사람이 살았던 그 허름한 집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그렇게 시끄러웠던 아저씨의 집은 자정이 지나고서야 잠잠해졌다.

10시. 11시. 12시가 되어도 아저씨의 집은 깜깜했다. 몸에선 금단 현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이 관음증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내 발끝을 간질였다. 발 끝이 간지러워서 무릎을 살짝 굽혔지만 그 속삭임은 이내 멈추지 않고 내 사타구니를 올라서 뇌 속에 있는 뉴런까지 전해졌다. 뉴런은 비명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비명은 내 입으로 전해졌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하지만 그동안 나를 바라봐줘서 고마워. 나도 사무라이를 바라봤을 때가 있었지.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버틸수가 없어. 그래도 너만은 누군가의 사무라이가 되기를. 핫! 핫! 핫!♥」

나는 아저씨의 유언을 빠르면서도 천천히 읊조렸다. 작지도 크지도 않게. 그리고 그 유언을 정확히 3번 반복했다. 유언이 3번째 반복됐을 때 내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만 남게 되었다.

「이제 내가 사무라이가 되면 되는 것 아닐까?」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곧바로 사무라이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관음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오히려 더 나를 쾌락의 세계로 빠져들게 해줄지도 몰랐다. 곧바로 밖에 나가 차를 끌었다. 부우웅-하는 엑셀 소리는 나의 도파민을 더욱 더 끌어올렸다.

속옷가게에서 산 여자 속옷을 일부러 진흙에 묻혀 낡게 만들고 곧바로 착용했다. 그리고 화장품 로드샵가게에서 산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찍어발랐다. 새 것이었지만 반통이나 써버리고 말았다. 내일부터는 많이 사놓아야 될 것이다. 그리고 천원마트에서 산 이벤트 용품인 삿갓을 머리에 쓰고는 장난감 칼을 두 손에 꼭 쥐었다.

이제 마지막이었다. 나는 컴퓨터를 켜고서 일본 사무라이 시대극을 틀어놓았다. 소리는 중간 정도가 좋을 것이다. 최대한 은밀하면서도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보일 곳은 창고 쪽이 좋을 것이다. 나는 모니터를 창고에 설치하고서 창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나는 세팅을 완료하고서는 화장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나는 화장실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사무라이 아저씨가 있었다.

씨익.

화장실 거울을 바라보면서 누런 치아를 드러낸 채 웃었다. 하얀 얼굴과 대비된 치아는 얼굴을 괴이하게 나타냈다.

이제 어디서든 특이한 사항을 찾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 사무라이 아저씨 같은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하는 행위를 어디서 보겠는가? 그렇기에 나는 새로운 사무라이 아저씨가 되는 것이다.

「핫! 핫! 핫!」

나는 기억할 수 있다. 한 달 동안 사무라이 아저씨를 은밀하게 바라봤던 그 기억만으로 특이 관음증의 갈망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또 다른 특이 관음증의 힐링 대상이 될 때까지 나는 마네킹 목을 열심히 두드려 댈 것이다.

언제까지나…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