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회사 발자국소리 썰



이건 내가 회사에 혼자 남았을때 겪은 일임.

그때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무렵으로 기억함.

원래는 회사에서 혼자 남을일이 거의 없었음.

근데 한 부서가 통으로 날아가서 임시방편으로 내가 거기로 들어가게 됨 ㅋㅋㅋ

아는게 없으니 매일 남아서 일 배우고 하고 밀린 일 하고 （이때 빨리 퇴사했어야 했음）

고통의 나날들 속에서 정신이 몽롱해져갈 무렵

어느날처럼 혼자 남아서 일하는데 현장쪽 복도

그러니까, 내가 있는 사무실 바로 밑이 현장쪽 화장실로 향하는 복도인데,

거기에 사람들이 뛰어다니거나 얘기하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바로 밑이라 희미한 소리도 들을 수 있었는데

누가 왜 신발 잘 안들어가서 콩콩 찍으면서 뛰어가는 소리?

이런 소리가 나는거임 약간 그라데이션으로 빨라지는 발자국소리 같은..

처음에 일 하느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쇠붙이 때리는 소리도 들리고 해서 자꾸 신경쓰이기 시작함.

그때 바람도 많이 불어서 건물 자체에서 이런저런 소음이 생기던 때라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또 현장 복도쪽에서 다다다다다다닥! 이 소리 들리자마자 시발뭔데 싶었음.

아니 다 퇴근한거 아니야? 싶은게 현장쪽에서 사람들이 일하면 이렇게 고요할 수 가 없었음.

그러다 꼭 두명이 다닥다닥 다다닥? 칙칙（신발 땅에 끄는 소리） 이거 들리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남.

기분이 좀 이상해서

일이고 지랄이고 일단 퇴근해야겠다 싶어서 나갈라고 정리하는데,

내가 나가는 문 바로 앞에 다른 회사가 있는데, 거기 회사 주차장이 엄청 넓어서 사람들이 걸어나오면서 얘기하면 그게 들릴정도로 소리가 울림.

그 사람들이 뛰어당기거나 칙칙 신발 끄는 소리가, 지금 바람도 불고 현장이 고요하기도 하고 해서

내가 현장에서 들리는 걸로 착각했나보다!

ㅋㅋㅋ 다행이다 생각을 하며 가방정리를 함.

근데 그러면 일이나 좀 더 해볼까? 싶을텐데도 짐 싸서 나간걸 보면 개운하지 않았던거임.

암튼 문 딱 열고 나갔는데 시부레 앞 회사 차들이 하나도 없고, （원래 5~6대 정도 항상 있음）

조명등도 원래 그쪽 회사에서 켜는는데 그것도 꺼져 있어서 개 어두웠음. （당시 저녁 8시쯤?）

바로 든 생각이 아 좃댓다.. 용역하는 아웃소싱 애들 집 안가고 안에 있나보다 （ㅋㅋㅋ 나놈 병신임）

쎄콤 울리면 어떡하지? 아 큰일이네...

이러면서 계단 내려오는데 바짝 마른 공기가 스산하게 불어오니 온 몸에 소름이 돋음.

그 마른 냄새. 겨울냄새와 같이 흉가, 폐가 가던 냄새와 이질감이 거의 없었음.

탱-... 탱-... 쇠붙이 흔들리며 부딪히는 소리...

담배에 불 붙히고 잠시 망상에 일로 인한 스트레스, 피곤 등등으로 멍 했음.

그때 100M 달리기 방아쇠 당기듯, 현장쪽에서 아까 들렸던 다다다닥!!! 소리가 울리자 소름이 목덜미를 타고 쫘아아악 돋아남. ㅋㅋㅋ

괜히 쌘척하고, 아니야 사람일걸? 아니면 고양이? 이딴 개소리를 우걱우걱 머리로 삼키고

바로 시건하고 차몰고 나옴.

담날 출근하면서 역시 세콤... 안울렸네.. 하면서 들어왔고,

그때 너무 힘들어서 （그 생활을 한 3개월정도 했으니 개 피곤할만도 함）

면담 신청하고 연봉 올림 ㅋㅋㅋㅋㅋ

원래는 퇴사하겠다 하니까 지금 당장 내가 있는 부서 커버가 안되서 잡았던걸로 추정.

그 이후로 연봉은 거의 제자리 걸음.. 그래서 퇴사 했었어야 됨.

그 뒤로도 늦게 남아서 일하는 일이 왕왕 있었음에도 별 일은 없었고,

그 당시에만 뒤숭숭해서 야간없이 집에 퇴근했던걸로 기억함.

암튼 그때 몸도 안좋고 무섭기도 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중에 하나임.

쓰고나니 또 별거 없네..

또 생각나면 글 싸러 올게요~ 다들 좋은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