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대 공포를 알게되고 1년정도 눈팅만 하다가 문득 생각나서 군대썰 하나 적어봅니다

앞서 말했듯이 19군번으로 육군을 갔다왔고 제일 흔한 논산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그렇듯 뺑뺑이 결과 관물대 양 옆 친구 두명과 공병이 되어 자대로 가기전에 후반기교육이란 걸 가게됩니다. 다들 아시죠 한달동안 병장체험 하는곳 ㅋㅋㅋㅋ
막사 생활관인데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복도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게하고 관물대 밑쪽으로 머리 두면 다친다고 그 방향으로는 취침하지 말라고 합니다.
후반기에서도 불침번 근무를 서게 되는데 이게 순서가 어떻게 되냐면 예를 들어 제가 16기수라 치면 이번에 입소한 기수（19-16）가 2층을 쓰면 1층을 쓰는 앞 기수（19-15）가 먼저 근무를 서고 격주로 1,2층이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합니다.
저 16기수가 불침번을 다 하고 새로 들어온 17기수 불침번 근무주 여서 그 날 밤에 우리쪽 인원중에 서로 이제 근무자 없지~? 하면서 취침준비를 했습니다.
자는데 옆에서 근무 나간다고 부시럭대면 시끄럽고 잠도 방해받고 하니까요.
이제 후반기도 막바지라 그랬나 저는 관물대쪽에 머리 넣고 잠에 들었습니다 동기들 발냄새 양쪽으로 맡으면서요 ㅋㅋㅋㅋㅋ
그러다 몇시간 안 잔 거 같은데 슬쩍 눈이 떠져서 자연스레 앞쪽을 보게 됐는데 누가 한명 서있는겁니다.
어? 2층이나 우리 기수에 불침번 근무자 없을텐데 생각 하는데 뭔가 이상한 겁니다. 1층 기수 근무자라 해도. 보통 불침번은 무슨 일 나지않는 이상 생활관 안으로 들어오지 않을뿐더러 문에 나있는 창으로 슬쩍 보고 지나치는게 대부분인데 말입니다
가만히 조금 보다보면 시야가 적응해서 점점 보이는데
전투화 신었고 오케이 전투복 입었고 오케이 아 뭐야 불침번 인원체크 중인가 보다 하면서 머리를 보는데 조교들이 쓰는 빨간 챙모자를 쓰고있는 겁니다.
베레모가 아니라
뭐지? 조교가 왜? 불침번이 아니라고? 혼자 너무 소름돋는데 더 이상한 건 제가 깨고 그래도 그 몇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차렷자세로 아까 말한 문에 나있는 창 앞에서 인원체크나 뭣도 하지않고 밖만 쳐다보고 있는겁니다
그 상황에서도 피곤하긴 한건지 소리도 못내고 가만히 있으니 다시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동이 터서 조금 밝아질때 한번 더 깼는데 그때도 그자리 그대로 서있는걸 보고는 기절했는지 기억이 없고 기상나팔 울릴때 깼습니다 깨자마자 문 앞에 확인하고 동기들한테 물어봐도 아무도 봤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처럼 봤는데 무서워서 못봤다 한건지 그날 새벽에 정말 저 혼자 본건지 그게 무엇이었는지 잘못본건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쓰고보니 별로 무섭진 않네요 글재주가 있는것도 아니라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