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6년, 저는 갑작스러운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항암에 여러 번 실패하고 마지막 희망을 품고 골수이식 수술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19층 이식병동의 한 병실의 창문 옆 침대에 배정 받았고 천천히 이식수술 준비를 하며 지내던 때, 이전 항암때의 실패로 인해 이식 전 받는 방사선 치료 항암제는 특히 효과가 강했고 그로 인해 제 몸은 너무 약해져 있어서 살아있는지조차 의문이었어요. 그리고 며칠 후 이어진 이식수술로 체력과 기력이 바닥이 났고,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몸이 회복이 될 때를 기다리며 점점 지쳐가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가위에 눌리며 그 목소리가 처음 들려왔어요. 어느 여성의 목소리가 창문 밖에서 들려왔고 나도 모르게 힘들게 돌린 창문 밖에서는 희미하게 여성으로 보이는 존재가 날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녀는 창문 밖에서 제게 속삭였죠. “너 내가 보이니? 나랑 놀자.” “내 친구가 되어줘.” 19층 밖에서 들릴 리 없는 목소리에 소름이 끼쳤어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날엔 그녀의 목소리에 홀린 듯 혹할 뻔했지만, 이성이 돌아오면 두려움에 떨었죠. 가위가 풀리면 목소리는 사라졌고, 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잠들곤 했어요.

병원 생활은 고통스러웠어요. 너무 힘들 땐 환자 휴게실 소파에서 잠을 청해봤지만, 거기서도 가위에 눌렸어요. 그녀는 휴게실 창문 밖에서 날 보며 말했죠. “왜 여기에 있어? 찾았잖아.” 그 집착에 숨이 막혔어요. 퇴원 후 점차 건강이 나아지며 가위눌림이 사라져, 그건 환각이라 치부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골수이식 후 합병증으로 인해 몸이 약해졌고, 어느 날 그녀가 돌아왔어요. 제 방의 창문 밖에서 병원에서 봤던 희미한 그녀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여기 있었구나? 오랫동안 찾았어.” 점차 가까워지는 목소리에 공포가 커졌죠.

이건 환각이다를 외치며 힘들게 가위에 자주 눌리며 힘들어하며 지내던 어느 날, 가위에 눌려 저절로 눈이 뜨였고 내 위에 이건 귀신이라 느껴지는 모습을 한 세 귀신이 떠 있었어요. 왼쪽은 그 여자 귀신, 중간은 창백한 남자, 오른쪽은 그림자처럼 새깜한 귀신. 두려움에 나도 모르게 “나무아미타불”을 중얼거렸어요. 그러자 여자 귀신이 “나무아미타불? 킥킥킥, 나무아미타불? 킥킥킥” 하며 절 조롱했고, 그림자같은 귀신은 절 잡으려 손을 휘저었어요, 하지만 창백한 남자가 그의 몸을 막아 제 몸에 닿지는 않았어요. “으어어!” 온 힘을 다해 몸을 비틀며 아무말을 중얼거리니 어찌어찌 가위가 풀렸고, 셋은 사라졌어요.

그런데 다음 날, 더 무서운 일이 벌어졌어요. 꿈속에서 병원으로 돌아갔어요. 항암으로 지친 몸, 너무 힘들었기에 간호사님께 “진통제 놔주세요”라고 부탁드렸고. 그러자 간호사님이 무표정하게 주사를 놓고 가셨어요. 곧 눈이 감겼고, 깨보니 내 방, 여전히 가위에 눌려 있었고 곧 눈이 다시 스르륵 감겼어요. 다음 꿈은 직장 시절, 대리님이 “뭐하니? 일해야지, 일!” 하시며 절 끌고 가셨고 현장에서 힘들게 업무를 하다보니 기운이 빠졌어요. 휴게시간에 눈을 감자 다시 내 방, 그리고 또 순식간에 가위가 눌려 눈이 감겼어요. 이어진 꿈에선 공익 시절을 보낸 특수학교, “아무개씨, 애들 올 시간이네요” 하시며 저와 등원버스로 갔어요. 아이들이 등교한 후 수업과 아이들의 케어를 보조하며 지쳤고, 공익 휴게실의 의자에서 잠들었고 눈을 떠 보니 다시 제 방, 눈을 뜨고 버텨보려고 했지만 너무 기운이 없어 다시 가위에 눌렸죠. 기력이 점점 빠지는 게 느껴졌어요.

네번째 꿈, 저는 온통 흰 방 구석에 앉아 있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방을 둘러보니 처음에 봤던 창백한 남자귀신이 한쪽 벽에 서서 검은 붓으로 하얀 벽에 검은 칠을 하고 있더군요. 직감적으로 그에게 말을 걸어야 살 것 같았어요. 꿈 속임이 분명한데도 너무 지친 몸으로 기어가다시피 그에게 다가가 “여기가 어딘가요?” 물었지만 처음엔 무시당했고, 다시 더 다가가 "여기가 어긴가요?" 라고 물으니 갑자기 그 남자귀신은 고개를 휙 돌리며 절 쳐다보며 말했어요. “더 가면 다신 못 돌아온다.” 그리고는 갑자기 붓으로 내 눈을 칠해버렸고, 캄캄해진 순간 다시 현실의 제 방으로 돌아와 꿈이 깨었고 아까 들은 남자귀신의 말을 떠올리니 왜인지 두려워져 가위를 풀어보려 했으나 견디지 못하고 다시 잠 속으로 빠져 들었어요. 이번엔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수업 듣고 급식 먹으며 다시 수업을 들으며 바쁜 하루 일정을 보냈고 기력이 점점 빠르게 빠졌어요. 그렇게 타의에 가까운 꿈 속에서의 생활을 하던 도중 갑자기 학생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가 창가에서 절 부르더니 제 두 어깨를 잡고 “이제 돌아가라” 라며 창문 밖으로 밀었어요. “으아아!” 떨어지며 잠에서 깨보니 내 방, 가위는 여전했었죠.

그때 남자귀신과 절친과의 대화를 떠올리자 무언가 알 수 없지만 내게 위험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생각나는대로 아무 말이나 중얼거렸어요. 그러자 마침내 가위가 풀렸고, 안심하는 순간귓가에서 지금까지 지겹게 들어온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아깝다. 아깝다. 아깝다…”

그리고 그 날 이후 가위에 눌려도 그녀가 나타나는 일을 없었어요. 너무 무섭하고 쉽게 경험하지 못할 일이기에 지인들과 이 가위눌림에 대해 대화해봤어요. 결론적으로 저를 포함한 지인들은 여자 귀신이 몸이 약해진 절 데려가려다 여의치않자 다른 귀신들을 끌어들였지만, 창백한 남자가 날 보호한 것 같다고요. 흰 방의 남자, 고등학생때 친한친구도 어쩌면 그 귀신이었을 거라 했어요. 만약 깨지 않았다면, 중학교, 초등학교... 꿈으로 더 깊이 끌려가 돌아오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그 이후로 전 귀신이 있다고 믿게 되었어요. 또한 귀신을 만나는 경우에 대해 몸이 약해질 때 귀신과의 경계가 얇아지고 그를 통해 간접적으로 서로를 느낄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과학적으론 환각일 테지만, 정말 귀신이 있다면 전 그녀의 집착에서 간신히 벗어난 거예요.
만약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그 경계가 더욱 얇아지다 깨어져 그녀와 더 가까워졌다면.......










































"나랑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