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외진 시골교회에서

목사님과 단 둘이 남은 성도, 그리고

그날 처음 온 새신자가 자정이 넘도록

기도 모임을 하고 있었다.

기도가 끝나자 갑자기 창밖에서 누군가

예배당 문을 두드렸다.

목사님이 조심스레 문을 열자,

이미 굳은 표정의 새신자가 “밖엔 아무도 없었죠?“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 순간, 예배당 안에 있던 전등이 깜박였다.

성도의 그림자가 갑자기 길게 늘어나더니

십자가를 잡으려는 듯 꿈틀거렸고,

새신자는 손에 들고 있는 성경책을 움켜쥐며

숨을 죽였다. 목사님은 덤덤하게 기도문을 읊었지만,

낮고 불길한 목소리가 어디선가 함께 따라

읽는 듯 울려퍼졌다. 제단 촛불이 하나씩

꺼져갈 때마다, 세 사람 앞의 그림자가

점점 하나로 합쳐지며 십자가 아래에

무릎꿇은 기도하는 누군가의 형상을 훤히 그려냈다.


갑작스레 새신자가 비명을 지르며

“이 소리, 매일 밤 들렸어요!“라고 외쳤고,

그 순간 송곳같은 한기가 예배당을 훑고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 제단에선 목사님과 성도, 새신자의 이름이

새카맣게 타들어간 성경 위에 번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