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웃대에 글은 처음 적어보네요.

라면 종류를 무척 좋아하시는 분들은 혐주의 해주시고 라면

을 끊고 싶은분들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X도. 충청도의 모 훈련소에서 6주간의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500명의 인원 중에 무려 절반이

전경으로 차출되었어요. 컴퓨터 랜덤 추천이라는데

말이 그렇지 아닐거라 생각이 드네요. 전경 차출 인원에는

저도 포함이 되었고 경찰학교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동하는

길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 이런거구나 싶었네요.

당시에는 전경 구타가 심했거든요. 경찰학교에는 기율대가

있는데 군기교육대라 생각하면 됩니다. 푸른색 죄수복 같은

옷을 입고 무더운 여름에 흙먼지 나게 구르고 있더라구요.

4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지방의 어느 경찰서로 배치 받았어

요. 그나마 기동대나 백골단에 배치받지 않은게 다행이었네

요. 그렇게 경찰서에서 정문근무를 서며 군생활을 보내던 중

아버지 기수인 주XX 상경（상병）이 별명이 주똥 혹은 주라면

이라는 걸 알았는데 주XX 상경이 이경（이병） 생활을 할 때에

고참들이 양변기에 라면을 부어서 먹게 했다네요. 사유는 모

르지만 아마도 먹을거에 민감한 걸보니 짬이 안되는데 라면

을 몰래 끓여 먹다가 걸린 것 같네요. 그리고 전경생활관 바

로 옆에는 의경생활관이 있는데 어느 의경이 말하길 자기네

옛날 이야기인데 어떤 신병이 고참이 짜파게티 끓여오라고

시켰는데 뭘로 끓였을 것 같냐고 하는데 도무지 감을 못잡겠

어서 모르겠다고 했는데 오줌으로 짜파게티를 끓였다네요.

그게 가능하냐고 냄새 안나냐니까 스프가 냄새를 감춘다네

요. 이건 도저히 아직도 믿기지 않네요. 그러던 어느 날 오전

에 차XX 경장이라는 분이 당직을 마치고 전경 생활관으로 들

어왔습니다. 빨개진 눈으로 당시 신병이던 제게 라면을 끓여

오라고 지시했어요. 그런데 고참들이 차XX 경장을 극도로

미워하더군요. 이유인즉슨 전경들을 동원해서 진압장비들을

잘관리했고 순경에서 경장으로 진급을 했고, 고참들이 진급

턱을 쏘라고 했는데 안쐈다는 겁니다. 당시에는 고참들이

먹을 것에 예민했었어요. PX가 없어서 그런 것 같네요. 아무

리 그래도 그렇지. 제가 라면을 다 끓여서 생활관으로 가지고

가려는데 갑자기 왕고가 오더니 라면에다가 하이타이（가루

세제）를 붓더라구요. 엄청 식겁했는데. 시대도 군기강이

강한 시대에다가 저는 신병. 지시자인 고참은 최고참인 왕고.

강제로 가져다 드리게 됐네요. 조마 조마 했네요. 차마 생활

관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가 나중

에 들어가보니 면만 다 건져 먹었고 국물은 남아있네요. 옆으

로 돌아누워서 취침중이었고요. 별에별 사람들 다 있었지요.

저와 동기들이 분대장 달고서는 폭력도 부조리도 없앴고요.

음식 가지고 기상천외한 짓들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 사회에

나가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요식업에 종사하면 절대로

안될 인간들이네요. 당시 암묵적으로 면회도 안됐었네요.

제대할 때까지 아무도 면회온 걸 못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