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낭만정글러님, 귀하의 작품 '푸룬주스'는 제게 깊은 감동과 영감을 주었고, 그 이야기의 흐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를 써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는 순전히 작품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며, 원작의 의도를 해치거나 불편을 끼칠 의도는 전혀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혹시 제가 작성한 글이 불쾌하시거나 원작의 방향성을 해친다고 느끼신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시면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깊은 존경과 감사를 담아 글을 올립니다."


버스가 출발하던 그 순간, 내 몸속 어딘가 깊은 곳에서부터 불길한 예감이, 마치 검은 구름이 천천히 하늘을 뒤덮듯, 서서히 번져오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웠으나, 내 안에서는 이미 조용한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푸룬주스. 그 이질적인 이름의 음료가 내 아침을 잠식한 순간부터, 모든 것은 예고된 파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배는 처음엔 그저 미묘하게, 그러나 분명한 신호로 꿈틀거렸다.
그것은 단순한 통증이 아니었다.
내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서서히, 집요하게 나를 죄어오는 느낌.
마치 오래된 저택의 지하실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천천히 내 창자를 비틀고, 그 끝을 조여오는 듯한, 음울하고도 집요한 고통이었다.

나는 무심코 손을 배 위에 얹었다.
그러나 그 손끝으로 전해지는 것은,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라,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내 안을 헤집으며 꿈틀거리는 불온한 기운이었다.
한 번, 두 번, 점점 더 짧아지는 간격으로,
복부 깊은 곳에서부터 파도처럼 밀려오는 통증이 나를 덮쳤다.

식은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처음엔 미약했다.
그러나 곧,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차가운 물방울들이,
내 등허리를 적시며,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위기가 결코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임을,
잔인하게 각인시켰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려 했으나,
내 안에서 벌어지는 이 불가항력의 고통 앞에,
내 표정은 점점 창백해지고,
입술은 바싹 말라갔다.
지영이의 밝은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내 곁에서 메아리쳤으나,
그 모든 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내게 들리는 것은 오직,
배 속에서 울리는 불길한 신호음과,
피부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의 차가운 감촉뿐이었다.

휴게소까지는, 아직도 한참이 남아 있었다.
운전석 위 전광판에 붉은 숫자가 무심히 깜박였다.
‘다음 휴게소 31km’
이 숫자는 내게, 구원의 문턱이 아니라,
차라리 사형 집행까지 남은 시간을 알리는 냉혹한 시계처럼 느껴졌다.

버스라는 거대한 쇳덩이는,
내 고통에는 아랑곳없이,
묵묵히, 그러나 한없이 느리게 도로를 기어가고 있었다.
좌석과 좌석 사이,
창문과 천장,
이 작은 우주에 갇힌 나는,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이
오직 내 몸에서 일어나는 불가항력의 파국만을 견뎌야 했다.

시간은,
절망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내게
잔인할 만큼 느리게,
마치 일부러 나를 조롱이라도 하듯,
한 방울 한 방울,
고통의 액체처럼 흘러내렸다.

나는 속으로,
간절히, 거의 기도에 가까운 마음으로 빌었다.
이 고통이, 이 수치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를 비껴가기를.
그러나 내 몸은 이미,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차가운 쇠창살에 갇힌 죄수처럼,
파국을 향해,
멈출 수 없는 속도로 굴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