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잃어버린 눈동자
1900년 페테르부르크의 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어두웠다. 하늘은 회색 연기처럼 도시를 덮었고, 네바 강은 단단한 얼음으로 갇혀 침묵했다. 이 차가운 도시의 변두리, 오래된 석조 건물 지하실에서 나, 미하일 안드레예비치는,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기록하고 있다.
2.회색의 방
내가 머무는 지하실은 한때 저택이었던 건물의 일부로, 석조 벽은 끊임없이 땀을 흘리며 푸르스름한 곰팡이를 키웠다. 천장에 매달린 등잔불만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건물이 오래전 악명 높았던 백작의 소유였다고 속삭였다. 그 백작은 젊은 여성들을 납치해 자신만의 '미술 컬렉션'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나는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에서 미술사를 연구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건강 악화와 가난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고 이 지하실에 들어왔다. 방 한구석에 놓인 침대, 작은 책상과 의자, 깨진 거울이 전부인 내 세계에서 나는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지하실에 살고 있소. 다만 그것을 인정하는 이는 드물 뿐이지."
이 문장을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서 읽었을 때, 나는 그 말의 무게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 축축한 지하실에서 흐릿한 등불빛 아래 앉아있노라면, 그 의미가 피부로 느껴졌다.
3.이바노비치 노인과 그의 보물
내 지하실의 유일한 위안은 창문 하나였다. 비록 절반은 땅 속에 묻혀 있었지만, 그래도 희미한 하늘빛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볼 수 있었다. 어느 흐린 화요일 아침, 그 창문 앞을 지나가던 한 쌍의 낡은 가죽 장화가 멈춰 서더니, 조심스럽게 내 창문을 두드렸다.
그것은 이바노비치 노인이었다. 그는 이 동네에서 몇 십 년간 고물상을 운영해 온 노인으로, 주름진 얼굴과 반짝이는 작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수집가'라 불렀다. 그는 버려진 것들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놀라운 능력이 있었다.
"미하일, 자네에게 보여줄 것이 있네," 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자네가 미술사를 공부했다고 들었는데, 이것을 봐주게."
노인은 더러운 천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낡고 검은 나무로 만들어진 그 상자에는 정교한 은색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손을 떨며 뚜껑을 열자, 붉은 비단 위에 놓인 두 개의 유리 눈동자가 나타났다.
"이건..." 나는 숨을 들이켰다.
"인형 눈동자가 아니라네," 이바노비치는 나지막이 말했다. "이것들은 특별하지. 18세기 러시아 최고의 상징주의 화가 중 한 명이었던 알렉세이 코발렌코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네. 그는 혼을 담는 눈동자를 만드는 일로 유명했지."
그 눈동자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빛을 반사했다. 파란색과 갈색, 서로 다른 색의 눈동자였지만, 둘 다 깊은 심연처럼 끝없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어떻게 이런 것을 가지고 계신 거죠?" 내가 물었다.
"어제 밤, 네바 강 근처의 오래된 저택에서 발견했네. 건물을 허무는 중에 바닥 밑에서 나온 걸세. 자네가 연구하면 좋겠군."
이바노비치는 그 상자를 내게 맡겼다. 그리고 나지막이 경고했다.
"그러나 조심하게. 옛사람들은 이런 눈동자에 혼이 깃든다고 했으니."
4.시선의 무게
그날 밤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되었다. 나는 상자를 책상 위에 두고, 램프빛 아래서 그 신비로운 눈동자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유리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한 것은,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눈동자가 나를 직접 바라보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한밤중, 갑자기 깨어났을 때 나는 확신했다 -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방은 어둠으로 가득했지만, 책상 위에서 두 눈동자가 달빛을 받아 미약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 날, 나는 코발렌코에 관한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오래된 미술 서적들 사이에서 나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코발렌코는 단순한 화가가 아니었다. 그는 오컬트와 연금술에 심취했고, 인간의 영혼을 포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의 방법은...실제 사람의 눈에서 영감을 얻은 유리 눈동자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서적의 한 구절이 내 피를 얼게 했다: "코발렌코는 그의 '살아있는 눈동자' 컬렉션을 위해 모델들을 선택했다. 그들은 대부분 젊은 여성이었고, 코발렌코의 작업실에 들어간 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5.뒤바뀐 현실
그 발견 이후, 나는 책상 위의 눈동자들이 두려워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것들을 버리거나 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것들은 나를 사로잡았고, 나는 밤마다 그 눈동자들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나는 점점 더 심한 두통과 악몽에 시달리게 되었다. 악몽에서 나는 항상 낯선 여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 좁은 방, 그리고 내 앞에 서 있는 남자 - 그는 항상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내가 다른 사람의 기억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
또한 나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행인들의 얼굴이 점점 흐릿해지고, 대신 그들의 눈만이 선명하게 보였다. 특히 나를 바라보는 눈들이... 때로는 그들의 눈이 내가 가진 유리 눈동자와 똑같이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열병에 시달리던 어느 밤, 나는 거울 앞에 섰다. 내 얼굴에서 무언가가 달라졌다. 내 눈...내 오른쪽 눈이 파란색으로 변해있었다. 그것은 책상 위 상자 속 파란 눈동자와 완벽히 일치했다.
공포에 질린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내 오른쪽 눈은 분명히 파란색이었다.
6.최후의 발견
이후 며칠 동안, 나는 미쳐가는 것 같았다. 내 시야는 점점 달라졌다. 때로는 두 개의 다른 세계가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 하나는 익숙한 내 지하실이고, 다른 하나는...어딘가의 화려한 방이었다. 그 방에는 수십 개의 유리 눈동자가 진열되어 있었고, 그 중앙에는 여자의 몸이...
나는 이바노비치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그의 고물상은 텅 비어 있었고, 이웃들은 그런 이름의 노인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마치 그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마지막 희망으로, 나는 이바노비치가 눈동자를 발견했다는 네바 강 근처의 오래된 저택을 찾아갔다. 그곳은 이미 절반이 허물어진 상태였다. 공사장 주변을 서성이다가, 나는 지하실로 통하는 좁은 입구를 발견했다.
촛불 하나를 들고 지하로 내려간 나는, 끝내 코발렌코의 비밀 작업실을 찾았다. 그곳에는 내 악몽에서 본 것과 똑같은 방이 있었다. 벽에는 수십 개의 유리 눈동자가 진열되어 있었고, 방 중앙에는 오래된 수술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일기장을 발견했다. 그것은 코발렌코의 일기였다. 떨리는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자,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났다.
코발렌코는 자신이 만든 유리 눈동자를 통해 다른 사람의 영혼을 훔치고, 그들의 시점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더 끔찍한 것은, 그 눈동자를 오래 간직한 사람은 결국 원래 주인의 운명을 따라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눈은 영혼의 창이다. 내 눈동자 컬렉션은 내 죽음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주인을 찾아 내 작업을 이어갈 것이다."
7.돌아갈 수 없는 강
이제 나는 안다. 내가 가진 파란 눈동자는 한 젊은 여성의 것이었고, 그녀의 기억과 운명이 점점 나에게 전이되고 있다. 갈색 눈동자는... 그것은 아마도 코발렌코 자신의 것일 것이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붉은 저녁 빛 속에서, 나는 이 기록을 마친다. 내 오른쪽 눈은 이제 완전히 파란색으로 변했고, 왼쪽 눈은 점점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은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다.
밤이면 두 개의 서로 다른 기억이 내 꿈을 채운다. 한쪽에서는 한 여인이 코발렌코의 메스 앞에서 공포에 질려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코발렌코가 자신의 최후의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창밖을 바라보니, 네바 강이 어둠 속에서 반짝인다. 강물은 상징주의 시인들이 말했던 것처럼, 시간과 운명의 흐름을 나타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그것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길의 상징이다.
내일 아침, 어쩌면 이 방에서 발견될 것은 미하일 안드레예비치가 아니라, 코발렌코와 그의 희생자의 혼합된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내가 밝히고자 하는 경고가 있다. 당신이 만약 파란색과 갈색의 유리 눈동자가 들어있는 검은 나무 상자를 발견한다면... 결코 그것을 열지 말라. 그리고 무엇보다, 결코 그 눈동자를 응시하지 말라.
눈은 영혼의 창이며, 때로는... 그 창을 통해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8.결말
이 기록이 끝나고 며칠 후, 페테르부르크의 한 지하실에서 젊은 남성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의 손에는 낡은 일기장이 쥐어져 있었다. 경찰은 그의 사인을 심장마비로 기록했다.
희한하게도, 그의 시체를 검사한 의사는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젊은 남성의 눈은 서로 다른 색이었다 - 하나는 파란색, 하나는 갈색이었다. 그리고 부검 결과, 그것들은 인공 눈동자였다.
시체는 미하일 안드레예비치라는 이름으로 화장되었고, 그에 관한 기록은 페테르부르크의 오래된 문서 속에 묻혔다.
하지만 도시의 골동품 상점에 검은 나무 상자 하나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안에는 파란색과 갈색, 두 개의 유리 눈동자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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