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개와 금요일
1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들은 건 어릴 적부터였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 박상호는 퇴근길에 습관처럼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골목 입구에는 벽돌집이 하나 있었고, 그 앞에 검은 개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개는 상호를 보자 꼬리를 흔들지도, 짖지도 않았다. 그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봤다.

상호는 개를 피해 걷다가, 발끝에 뭔가 걸리는 느낌에 멈춰 섰다. 어두운 길바닥에 작은 종이봉투가 떨어져 있었다. 봉투에는 ‘이걸 주운 사람은 돌려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상호는 한숨을 쉬며 봉투를 집어 들었다. 봉투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2
집에 도착하자마자 상호는 봉투를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아내는 오늘따라 일찍 들어왔다며 상호를 반겼다. “뭐야, 그거?”
“길에서 주웠어. 돌려달라는데, 어디다 돌려주라는 건 없네.”
아내는 봉투를 한 번 만지더니, “그냥 버려. 요즘 세상에 이상한 거 많아,” 하고 말했다.

상호는 봉투를 열어보았다. 안에는 낡은 열쇠 하나와, 빛바랜 흑백 사진이 들어 있었다. 사진 속에는 지금 막 본 그 검은 개와, 누군지 모를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의 얼굴엔 검은 잉크가 번져 있었다.

그날 밤, 상호는 잠을 설쳤다. 창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커튼을 젖혔다. 골목길 가로등 아래, 낮에 본 그 검은 개가 앉아 있었다. 상호와 눈이 마주치자, 개는 천천히 입을 벌렸다. 그 순간, 상호는 개의 입 안에서 누군가의 손목이 삐죽 튀어나온 것을 보았다.

3
다음 날 아침, 상호는 봉투를 들고 골목길로 나갔다. 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상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봉투를 내밀었다. 개는 꼬리도 흔들지 않았다. 대신, 상호의 손을 핥았다. 그 순간, 상호의 머릿속에 이상한 장면이 스쳤다. 자신이 개와 함께 어딘가를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얼굴이 번진 남자가 있었다.

상호는 정신을 차리고 봉투를 돌려주려 했지만, 개는 봉투를 물지 않았다. 대신, 골목길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상호는 얼떨결에 개를 따라갔다. 골목 끝, 오래된 창고 앞에서 개가 멈췄다. 상호는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4
창고 안은 어둡고, 곰팡내가 났다. 한쪽 벽에는 오래된 거울이 걸려 있었다. 상호가 거울 앞에 서자, 거울 속에서 검은 개와 얼굴이 번진 남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호가 뒤를 돌아봤을 때, 개도, 남자도 없었다.

그 순간, 거울 속 상호의 얼굴에 검은 잉크가 번지기 시작했다. 상호는 비명을 질렀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거울 속에서 개가 천천히 다가와 상호의 어깨에 이빨을 박았다.

5
그날 저녁, 상호의 아내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골목길에서 낡은 봉투와 열쇠, 그리고 흑백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사진 속에는 검은 개와, 얼굴이 번진 남자, 그리고 새로 추가된 듯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골목 입구, 검은 개가 앉아 있었다. 개는 지나가는 사람을 조용히 바라봤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