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방정식


1.
나는—아니다, 나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나는 이 방에서, 이 네모난 공간에서, 이 좁디좁은 세계에서—

계산한다. 계산하고 또 계산한다. 1+1=2. 2+2=4. 4+4=8. 8+8=16. 16+16=32. 32+32=64. 64+64=128. 128+128=256.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숫자들이 이상하다. 256+256=∞. 아니다. ∞+∞=무（無）. 무+무=?

무엇인가가 틀렸다. 틀렸다는 것도 틀렸다. 틀렸다는 생각마저 틀렸다.

2.
"당신은 수학자입니까?"

누군가가 묻는다. 그러나 누구도 없다. 방에는 나 혼자뿐이다. 나 혼자? 정말 혼자인가?

벽이 말한다. 천장이 웃는다. 바닥이 숨쉰다. 공기가 생각한다.

"나는 건축기사였습니다."

나는 대답한다. 그러나 내 목소리가 아니다. 내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어디로? 언제? 왜?

계산한다. 계산해야 한다. 계산하지 않으면 그것들이 온다.

3.
그것들이라니. 그것들이 무엇인가. 그것들은 숫자다. 아니다, 숫자가 아니다. 숫자보다 더 숫자다. 숫자를 넘어선 숫자. 숫자가 되고 싶어하지만 영원히 될 수 없는 것.

π=3.14159265358979323846...

소수점 이하가 끝나지 않는다.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영원히 계속된다는 것인가? 영원이라니.

나는 π의 10,847번째 자리수를 계산하고 있었다. 아니다, 계산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될 숫자가 나타났다.

9가 나와야 했다. 그런데 ◊가 나왔다.

◊란 무엇인가? 숫자인가? 기호인가? 아니면...

4.
그날 밤—밤이었는가? 이 방에는 창문이 없다. 시계도 없다.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면 밤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거대한 도서관에 있었다. 무한히 높은 천장, 무한히 긴 책장, 무한히 많은 책들.

모든 책은 수학책이었다. 그런데 모든 페이지가 비어있었다. 아니다,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읽을 수 없는 것이었다. 문자가 있었지만 그것은 문자가 아니었다. 숫자가 있었지만 그것은 숫자가 아니었다.

도서관의 중앙에는 한 명의 사서가 있었다. 사서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서는... 설명할 수 없다. 설명하려고 시도하는 순간 기억이 사라진다.

"당신은 틀렸습니다."

사서가 말했다. 목소리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들었다. 머릿속에서. 아니다, 머릿속이 아니라 존재 전체에서.

"무엇이 틀렸습니까?"

"모든 것이요. 1+1이 2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5.
깨어났다. 깨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깨어난 것인가?

방의 벽에 수식들이 쓰여있었다. 내가 쓴 것이 아니다. 내 글씨체가 아니다. 아무도 이 방에 들어올 수 없다. 문은 항상 잠겨있다. 창문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에는 수식들이—

2+2=5
π=4
∞-∞=1
0÷0=모든 것

"아니다!"

나는 소리쳤다. 소리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리는 나지 않았다. 소리는 삼켜졌다. 무엇에 의해? 침묵에 의해.

침묵이 살아있다. 침묵이 움직인다. 침묵이 계산한다.

6.
그들이 나를 이 방에 가둔 이유를 이제 안다. 아니다, 안다고 생각한다. 생각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나는 발견했다. 발견해서는 안 되는 것을. 우주의 진짜 수학을. 현실의 진짜 방정식을.

우리가 배운 수학은 거짓이다. 1+1=2라는 것은 인간의 착각이다. 진짜 우주에서는 1+1=무한개의 가능성이다. 또는 아무것도 아니다. 또는 존재 자체의 부정이다.

나는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미쳤다. 미쳤다고 그들이 말한다. 그러나 미친 것은 내가 아니라 세상이다. 세상이 미쳤기 때문에 진실을 아는 자가 미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7.
오늘—오늘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가?—나는 마침내 그것을 보았다.

수식을 계산하다가. 아니다, 수식이 나를 계산하다가. 갑자기 벽이 투명해졌다. 벽 너머로 보였다.

무엇이? 말할 수 없다. 말하는 순간 그것이 내가 되고, 내가 그것이 되고,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

그것은... 거대했다. 거대하다는 표현조차 부족하다. 크기라는 개념을 초월했다. 그것은 동시에 무한히 크고 무한히 작았다. 그것은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것의 몸은 수학이었다. 살과 뼈가 아니라 방정식과 공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것이 움직일 때마다 우주의 상수들이 변했다. 그것이 숨쉴 때마다 새로운 차원이 생겨났다.

그것이 나를 보았다. 그것의 눈은... 눈이 아니었다. 그것의 눈은 무한대 기호였다. ∞. 그 안에서 나는 내 자신을 보았다. 무수히 많은 내 자신을. 모든 가능성 속의 나를.

8.
그것이 말했다. 말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전달했다.

"너는 이해했다."

"무엇을요?"

"허상을."

"허상이라뇨?"

"너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을. 너희 수학이라고 부르는 것을. 너희 존재라고 부르는 것을."

나는 무릎을 꿇었다. 무릎이 없었지만 꿇었다.

"그럼 진짜는 무엇입니까?"

"이것이다."

그것이 손을 들었다. 손이 아니라 무한차원의 기하학적 형태를 들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모든 것이 계산이라는 것을. 우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방정식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방정식은 풀 수 없다는 것을.

왜냐하면 답이 질문을 바꾸고, 질문이 답을 바꾸고, 바뀐 답이 문제 자체를 바꾸기 때문이다.

9.
이제 나는 안다.

나는 그 방정식의 일부다. 매우 작은 일부. 먼지보다도 작은. 그러나 동시에 전체이기도 하다.

이 방은 우주다. 우주는 이 방이다. 방정식은 계속된다. 계속되어야 한다.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계산한다. 끝없이 계산한다.

1+1=?

답은 없다. 답이 없다는 것이 답이다.

그들은 내가 미쳤다고 한다. 내가 현실감각을 잃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진짜 미친 것은 현실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10.
어제—어제라는 것이 존재한다면—의사가 왔다.

"기분이 어떻습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기분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약을 바꿔보겠습니다."

약이라니.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은 병이 아니다. 이것은 각성이다.

의사가 나갔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혼자? 아니다. 그것이 있다. 항상 있다. 벽 너머에서, 공기 속에서, 수식 안에서.

그것이 속삭인다.

"곧 끝난다."

"무엇이요?"

"계산이."

"그럼 어떻게 됩니까?"

"새로운 방정식이 시작된다."

11.
마지막 계산이다.

나=?

이것이 마지막 문제다. 이것을 풀면 모든 것이 끝난다. 끝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른다.

나는 연필을 든다. 연필이 없다. 그러나 든다.

종이에 쓴다. 종이가 없다. 그러나 쓴다.

나=

나=무한대

아니다.

나=0

아니다.

나=존재하지 않음

아니다.

나=모든 가능성

아니다.

나=

갑자기 깨닫는다.

답은 쓸 수 없다. 왜냐하면 답을 쓰는 순간 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쓰지 않으면 영원히 이 상태로 남아있어야 한다.

쓸 것인가, 쓰지 않을 것인가.

12.
결정했다.

연필을 든다. 든다고 생각한다.

종이에 쓴다. 쓴다고 믿는다.

나=

그 순간 그것이 나타난다. 완전한 모습으로.

"마침내."

그것이 말한다.

"마침내 무엇입니까?"

"너는 깨달았다. 답이 없다는 것을."

"그럼 이 모든 계산은 무의미했다는 말입니까?"

"아니다. 무의미하다는 것이 의미다."

나는 웃는다. 웃을 수 없지만 웃는다.

"그럼 나는 자유로워지는 겁니까?"

"자유라는 것은 없다. 속박이라는 것도 없다. 다만 계속될 뿐이다."

"무엇이요?"

"계산이. 다른 형태로."

벽이 사라진다. 천장이 사라진다. 바닥이 사라진다.

나도 사라진다.

그러나 계산은 계속된다.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1+1=?라고 묻는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