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들........요?"
"들리나.....요?"

차갑고 어두운데다가 매쾌한 냄세가 코를 찌르는 여기, 이곳에서 한 남자가 온 몸이 피투성이에 옷은 여기저기 찢겨저서 의자에 묶여져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질문을 하는 남자는 짙은 회색의 우의를 입고 있는데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고, 질문을 받고 있는 남자는 얼굴이 피투성이에 입에서 피가 흘러 내리고 있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 기절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의를 입은 남자가 묶여 있는 남자의 어깨를 잡고 강하게 흔들며 다시 물었다.

"이성재 씨?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제말이 들리나요?"
잠깐만요, 제가 물을 좀 뿌려서 정신이 들게하겠습니다. 차가우니 너무 놀라지 마세요
우의를 입은 남자는 옆에 있는 양동이를 들더니 묶여 있는 남자의 얼굴에 다짜고짜 물을 뿌려 버렸다.

"...끄...아...악...으그으....."

물을 맞은 남자가 정신을 차리는 것처럼 보였는데 오른쪽 눈은 심하게 부어올라있어 뜨지를 못 했고, 왼쪽 눈만을 희미하게 뜨며 괴상한 신음소리를 내었다.

"아이고, 이제 정신이 드시나보네요. 괜찮아요?"

우의를 입은 남자가 수건으로 묶여있는 남자의 얼굴을 닦아주며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미친..xx야...이..거...풀어...그....만해....끄으으"

묶여 있는 남자는 우의를 입은 남자를 바라보며 희미한 어투로 말했다.

"다행입니다. 저는 또 돌아가신줄 알고 걱정했자나요..정신이 드셨으니깐 다시 시작해야죠? 우리 천하의 이성재씨가 이런걸로 저 세상 가시고 그럼 못쓰죠, 자 우리 다시 한 번 얘기를 천천히 해보자구요.
아까 여기여기 발 뭉개지기 전에, 그러니까 그 여자분을 죽이긴 했는데 어디다가 묻었는지는 진짜 기억 안 난다고 하신거, 거기서부터요"

"흐으으...으으으...몰...라..."

묶여있는 남자가 말을 자치고 다시 고개를 숙이려 할 때, 우의를 입은 남자가 갑자기 뭔가 둔탁한 도구로 얼굴을 강하게 후려쳤다.

"빠각"

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에 피가 뿌려지는 소리가 들리며 남자의 고개가 돌아갔다, 맞은 남자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에서 피를 토했다.

"아이.....참.....거 성질이 슬슬 나네요. 왜 자꾸 모르신다고 할까?
알면서, 기억 하면서 왜 말을 안하냐고, 경찰한테도 그렇게 얘기 했어요? 기억이 계속 안난다고요? 죽인거는 경찰도 알았을텐데 증거가 없으니깐 얼마나 답답 했었을까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직접 왔자나요. 그 에스...비에스? 맞죠? 에스비에스 그걸 알고싶다에서 이성재씨 사건을 봤는데 너무 화가 나는거야....
내가 딱 보면 아는데 이성재씨가 죽인거 맞거든. 그런데 증거가 없어서 무죄래, 이성재씨 돈도 없는데 여자한테 돈 많은척 접근해서 미국에서 결혼 한다고 속이고 응? 출국 전날에 여자한테 거짓말 들키니깐 여자가 화가 나서 나가서 집에 지금까지 안 들어왔다고 그랬다면서?
그게..그게 말이 되냐구....응? 그 여자는 집에도 안 들어오고 몇 년째 가족한테 연락도 없고, 죽은거자나. 이성재씨가 죽였으니깐 여자가 집에도 못들어가는거자나, 이거 한 번 맞아보고도 기억 계속 안난다 그럴거에요?"

"뿌각"

우의를 입은 남자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뭉툭한 쇠망치로 묶인 남자의 발등을 내리 찍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남자의 비명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의자가 뒤로 넘어가려고 덜그럭 댔지만 이상하게 의자는 고정되어 약간의 흔들림만 있을뿐 앉아있는 자세가 유지 되었다.

"있자나요, 어쩌면요, 살려줄수도 있어요, 진실만 말한다면요, 어차피 다 불게 되어있는데, 왜 말을 안하는건지 모르겠지만 다 불게 되어있으니 피차 서로간에 시간 낭비 그만하자구요, 나도 힘들다구요
이제부터 있자나요, 여기 이 칼 보여요? 이걸로 손가락 한개, 한개 짜를거에요. 피는 여기 이 지혈기로 지혈할 거구요,
굉장히 굉장히 아플거에요. 이거 진짜 아프다고 이 전 사람들은 말 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손가락을 테이프로 감아서 이렇게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벌려 놓은거에요, 하나씩 딱 자르기 좋게, 이럴줄 아랐거든요
자자자, 일단 손가락 한 개 맛만 보자구요! 눈 감아요"

"흐아아아아아아아 끄아아아아 살려주세요"

살려달라는 소리에 우의를 입은 남자의 동작이 멈칫했다.

"아랐어요, 살려줄께요, 눈물이 나요? 닦아요 내가 닦아줄께요"

남자가 눈물을 닦아주며 나즈막하지만 뚜렷하게 물었다.

"야 이성재야, 마지막 기회 준다, 너만 더 고통스러울 뿐이야, 여기 어디인지 너는 모르겠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너 구하러 아무도 안와. 아니아니 아무도 못 와, 여기 이 산골 귀신 나올 것 같은 집, 그것도 여기는 지하라서 여기서 니가 아무리 크게 소리 질러도 아무도 못 듣는다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의를 입은 남자는 묶인 남자의 머리카락을 억세게 움켜 쥐어 고개를 위로 올렸고 묶인 남자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말 해, 여자 죽이고 어디다 묻은거야, 아니면 물고기 밥들로 준거야? 지금 다 얘기하면 내가 약속하고 살려준다"

"죽였습니다. 죽여서 차로 갔습니다. 산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짤라서 어떤건 묻고 어떤건 불태웠습니다. 정말입니다."

"어디다 묻었는데"

"산입니다. 산 중턱입니다. 중턱인데 저도 정확히 모릅니다. 새벽에 헤메고 다니다가 큰 나무 밑에 묻었습니다."

"..........."

"정..정말..입니다. 믿어 주세요."

말 없이 우의를 입은 남자가 묶인 남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고 웃으면서 말했다.

"당연히 믿지, 믿고 말고. 내가 믿지 누가 믿어?
그런데말이야 있자나 넌 지금 산이라고만 했자나? 어디 산인지, 어느 중턱인지 너도 모른다며?
그럼 그걸 어떻게 찾아, 우리 나라에 산이 얼마나 많은데, 그렇게 말하면 증거가 없는거자나, 그럼 지금이랑 달라질게 없는거고,
그게 화가 나네, 우리 성재가 날 또 화나게 하자나, 그 중턱이 어디일까?"

우의를 입은 남자가 말을 마치고 뒤돌아 방 구석에서 양손에 새빨갛게 뜨거워져 있는 다리미 두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다가와서 묶인 남자의 양쪽 허벅지에 다리미를 우악 스럽게 대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끄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허어어어어어"

"입 크게 벌려서 소리 질러라, 혀 씹는다 이놈아 헤헤헤헤"

우의를 입은 남자는 웃으며 묶인 남자가 비명을 지르던 말던, 다리미를 연신 눌러댔다.

"고기 굽는 냄세가 좋네요, 내일 저녁은요 삼겹살을 먹어야겠어요, 아아 물론 우리 성재씨랑 같이 먹어야죠"

이렇게 힘줄을 지져놔야 도망을 못쳐요, 제 경험이에요 경험, 온천에 왔다고 생각해요 뜨~끈하다고 생각하라구요"

"흐그으으아아아아아..사..람 살려....."

타는 냄세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우의를 입은 남자는 다리미를 더 힘껏 누르며 말했다

"같은 동족을 괴롭히고 죽이는게 이렇게 행복하다니 진작에 아랐으면 좋았을텐데..그동안의 시간이 후회 된다.....진작에 동족만 죽이며 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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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등산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등산을 하고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에게 웃으며 인사까지 해주는데 한 손으로는 누군가와 정답게 통화를 하고있었다.

"응~여보세요, 성재야, 여기 너가 말한 그 지형이랑 비슷한데 찾았어. 큰 나무도 너가 말한거랑 비슷한거 같고, 이따 내가 한 번 파볼건데 근데 나 실망하면 오늘 집에가서 삼겹살 먹을거다? 아랐지? 오늘이 마지막이 될수도 있고, 어어~ 이따 다시 전화할께, 집에서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아아 어차피 스피커로만 듣는거라 내가 전화를 해야겠지만, 다리 아픈데 나오지말구~~끊는다"

어둡고 차가운 쇠창살이 쳐진 감옥 같은 골방안에는 한 남자가 발가 벗겨진채 엎드려 누워있었고 양손이 묶여 간신히 숨만 쉬고 있다.

손가락은 다 없어지고 손이 붕대로 칭칭 감겨져있고 머리는 삭발이 되어있었으며 발목은 완전 돌아가있어 일어설 수 조차 없는것 처럼 보였다.

쓰러져있는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입으로 작은 신음 소리를 내었다.

"제....발 찾.....아...주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