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05년 군번이며 경북에서 군생활을 했습니다.
오래 전 이야기이지만 제가 겪었던 것을 이제서야 말씀 드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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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꿈을 꾼 동기와 나"

겨울이었고 고가 초소 근무 때 였습니다.
계급이 이 때는, 상병이었네요.
다들 아시겠지만 02시~04시 근무였기 때문에 이 때가 제일 피곤하고 잠이 올 시간때이죠
이 때는 제가 사수였기 때문에 부사수인 이등병에게 총 내려 놓고, 누가 오는지만 잘 보라고 하고
저는 초소 바닥에 판초우의를 깔고 잠을 잤습니다.

이 때, 꿈을 꾸게 되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가위에 눌린거죠
꿈 속에서 초소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는데 점점 초소와 가까워 지면서
사람의 실체가 보이는데 한 명이 아니라 두명인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군인이 아니고 민간인 복장의 민간인이더군요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한 명은 중년의 아저씨, 그러니깐 남자였고 한 명은 중년의 여자였습니다.
행색은 남루한데 옷이 현대 시대의 옷이 아닌 약간, 그러니깐 50~60년대 옷 스타일?
한복도 아닌 것이 저고리도 아닌 것이 앞에 단추는 큰데 아무렇게나 지어진 옷 같은? 그런 복장의 남여인 것이었죠

초소 아래에 서서 물끄러미 이쪽을 보는데 얼굴을 보니
뭐라할까요, 눈코입의 위치가 제 위치가 아닌?
그러니까 눈이 입에 있고 입이 눈에 있는 말도 안되는 얼굴이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벌벌 떨린다는 것을 그 때 알았습니다.
이건 꿈이다, 이건 꿈이다 반복하여 생각은 하는데 공기의 냄세, 바람 소리 이런 것들은 모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가 없는, 그런데 몸은 안 움직이는..소리도 지를 수 없는..

남여 두 명이 그 상태에서 우투커니 보고있다가 정말 빠른 달리기로 그러니깐 제 옆의 초소로 뛰어가는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가위에서 풀려나게 되었습니다
풀려남과 동시에 "우아아아아아아아악" 소리를 질렀구요
식은땀과 함께 심장이 정말 빠르게 뛰더군요
바로 담배를 하나 피우면서 부사수에게 가위 눌린 얘기를 횡설수설 얘기 했습니다.
그때는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더 무서운 얘기는 지금부터인데요.
그렇게 근무를 복귀해서 총을 집어 넣고, 생활관 앞 흡연장에서 같은 근무 시간 때에 복귀한 제 동기를 만났습니다.
저와 거의 같은 시간때에 복귀한 것이지요
동기를 보자마자 제가 눌린 가위 얘기를 하려는데, 동기가 먼저 말을 했습니다.
자기가 자다가 가위에 눌렸는데 제가 있는 초소 방향에서 남여가 뛰어오면서 나타나서 둘이 동시에 자기한테 말을 했다고 합니다.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입이 눈 위치에 있었다고, 그런데 둘이 동시에 그러니깐 페이드 아웃 되듯이 숲속으로 들어갔다고

제가 그 말을 들을때, 저와 제 부사수가 같이 있었는데요
부사수는 이미 제가 눌린 가위 얘기를 알고있었자나요?
제 동기가 그 얘기를 끝내자마자 소리를 질르며 흡연장을 뛰처 나갔습니다.
저 역시 그렇구요,
제 동기는 무슨일인가 싶으면서도 저희가 너무 혼비백산 하며 뛰어가니깐 덩달아 같이 뛰면서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순식간에 생활관으로 들어가며 제 가위 얘기를 해주면서 나도 봤다고 말했죠

다음날, 이 얘기는 순식간에 부대 안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행보관님이 다음날 저희 얘기를 들으셨는데 씨익 웃으시면서 "니네도 봤구나?" 하실 때 더더 무서웠습니다.
오래 전 얘기이지만 그 때 그 기억이 가끔씩 나네요
반응이 좋으면 진지보수공사 하다가 흙 속에서 파낸 사이다 병 얘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