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어디서 오래된 정종 냄새 나지 않냐?”
떠들다 말고 경호가 말했다
.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정종 냄새라면 이해했지만, 오래된 정종 냄새는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게 뭔 냄새야? 어쨌든 아무 냄새 안나는데 난”

“나도 처음 맡아보는 냄샌데, 그냥 느낌이 그래. 제사상에 올라가는 정종 있잖아. 그게 오래되면 이런 느낌이 날 것 같거든.”

이상한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시덥잖은 얘기를 마저 이어나가며 걸어갔다. 5분쯤 걸었을까, 길바닥에 고양이가 눈을 뜬 채로 죽어 있었는데 죽은지는 얼마 안돼보였다. 나는 고양이가 눈을 뜬 채로 이쪽을 노려다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저기 길바닥에 왜 고양이가 죽어있냐?”

사람들은 썩어갈 고기 덩어리라고만 생각하는지 신경도 쓰지 않은채 도로를 따라 걸었다.

“내가 죽였냐? 내가 어떻게 알아.” 경호가 대답했다.

“아까 내가 맡았던 냄새 말야. 지금 좀 더 진해졌는데?”

고양이 옆을 지나가며 경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야? 아무 냄새 안나는데 미친놈아.”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집을 향해 걸었다. 서로 헤어진 전 여친 얘기도 하고, 취업이 안되는데 이정도면 나라 문제 아니냐며 불평을 늘어놓으며 떠들었다. 그러다 경호는 갑자기 말이 없어졌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경호네 집 앞에 와 도착했다.

“가라. 근데 근처에 사니 좋지 않냐? 자주 볼 수도 있고.”

경호는 미간을 일그리며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야, 너한테 지금 그 냄새 많이 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