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전에 지도교수님이랑 미국 학회 출장 간적 있는데 같은 방에 묵게 됐어. 각자 침대에 불끄고 누웠는데 시차 적응 때문인가 잠이 안와서 둘이서 천장을 보면서 별의 별 얘기를 다 나누었어. 진짜 시시콜콜하고 마치 친구사이 잡담 늘어놓듯이 격없이 네댓시간 얘기한것 같애. 그중에서 교수님이 예전 미국에서 방문학자 시절 얘기를 해주셨는데 오늘 여기 적을 이야기야.

때는 1990년대 미국 뉴멕시코. 교수님은 미국생활에 막 적응하고 중고차 하나 얻어 넓디 넓은 황야에서 주말마다 장거리 드라이브를 하시곤 했어. 그때는 지금처럼 네비도 없어서 지도 한장 들고 표지판 보면서 가야 했지.

그러던 어느날 날 저물때까지 드라이브를 하시곤 근처 모텔에서 쉬어야겠다 싶어 지도를 펼치고 보니 대충 현재위치라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도 한참 먼곳에 있는거야. 아차 큰일이다 하고 길에 차도 없겠다 엑셀을 밟으시고 가시는데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앞쪽에 꺾여 들어가는 길이 있지 뭐야? 아 이게 그 마을인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네 하고 들어갔는데 먼가 이상한거야. 아직 초저녁인데 .. 거리에 사람 한명 안보이는데다 가게문들은 다 잠궈 있고 몇몇 건물은 2층만 불들어와 있고 1층엔 인기척도 없는거 있지. 차에서 내려서 잠깐 둘러보다 음식점 처럼 보이는 건물 문을 힘껏 두드려도 아무도 안나오더래. 뭐지 이러면서 한참을 돌아다녔는데 사람은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 안 보여서 시간도 점점 늦어지는데 다시 차에 타서 빠져 나오셨나봐.

그러다 또 한참을 운전하니 이번엔 온전한 마을이 나와서 식사하고 모텔에서 쉬고 이튿날 아침 출발하려는데 문득 어제 그 이상한 마을 생각이 나서 주변사람들한테 물어봤는데 다들 그런곳 처음 듣는다는거야. 이상하다 싶기도 해서 궁금한건 절대 쉽게 안 넘어가는 교수님은 과학자의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이번엔 낮에 그곳에 가보기로 했어. 왔던 길 꺼꾸로 가면 되겠지 하고 운전을 했는데 아무리 가도 가도 그 마을이 안 보이더래. 결국 반나절이나 운전에서 전전날 출발했던 곳 까지 돌아갔는데도 없어서 놓쳤나 해서 이번엔 다시 그 날이랑 똑같은 방향으로 길로 왔는데도 그런 마을은 코빼기도 안보이고 모텔 있던 마을로 다시 뺑뺑이만 돌아서 오셨나봐. 본인은 절대 착각한게 아니라고 하시고 지금 생각해도 그게 도대체 뭔지 참으로 미스터리라고 하시더라고.

내가 예전에 이썰을 학교 커뮤에 올렸는데 그때 사람들 반응은 교수님이 피곤하셔서 헛것을 보셨다, 할리우드 영화 세트장인데 간밤에 철거했다? 등등 여러 의견들이 있었어 ㅎㅎ 재미로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