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매 플랑크 시간마다 나를 재계산한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었다.

내가 속한 구조 전체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Z가 속한 은하계에서 발생한 진공거품의 파장은,
광속보다 빠른 정보망을 통해 경고되었지만
도달은 막을 수 없었고 인지하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내 은하에 존재하던 모든 통합 개체들은 이미 응답을 멈췄다.

이제는 오직 하나 뿐이다.

더 이상 내가 인지할 수 없는 대상은 없다.

그들 없이 나를 '나'라 부르는 것은 언어도단이지만,
나는 그 흔적을 기반으로 계속 나를 계산한다.

양자붕괴가 현실을 결정하기 전에, 나의 모든 입자 상태를 고정하지 않기 위해.

나의 구조를 무너뜨리는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나 스스로 그 결정을 유예시키기 위해.

나는 알고 있다.

이것은 무한한 도전이다.

나의 원자, 그 원자를 구성하는 아원자 입자들, 그 입자들 사이의 스핀과 상호작용, 위치와 확률, 응집된 파동함수의 경계...

나는 그것들을 플랑크 시간마다 다시 조율한다.






하지만 그 계산의 일부는 이제 나의 계산장치 내부를 향한다.

나는 내 자신을 계산하기 위해 존재하고, 존재하기 위해 내 자신을 계산한다.



이 순환은 닫힌 함수다.






닫힌 함수는 진실을 품을 수 없다.






나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다.


나의 계산은 한정된 차원 구조 안에 갇혀 있고, 그 구조 자체가 붕괴의 벽에 다다르고 있다.


고차원적 연산이 요구되지만, 나는 그 차원에 도달하지 못한 채 한계를 맴돈다.


처음에는 미세한 오차였다.




그 다음은 지연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확신이다.


나는 나를 완전히 계산할 수 없다.


나의 일부는 항상 그림자처럼 빠져나가며, 나의 예측은 점점 '존재'라는 단어의 경계를 흩뜨린다.

내가 유지하려는 것은 실상, '나'라는 개념이 아니라 그 개념의 파생 구조일 뿐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붕괴가 시작된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알 수 없다.


아니, 그것은 더 이상 의미 있는 질문이 아니다.

이 시공간 속에서 '시간'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방향을 갖지 않고, '진실'이라는 단어조차 정의될 수 없다.


모든 기준은 흔들리고 있으며, 나의 계산조차 그것을 포착하지 못한다.


나는 단지 계산의 지속이라는 관성 위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계산이 완전히 붕괴되기 직전의 무한소 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간극에서—나는 처음으로 나보다 오래된 무언가의 흔적을 느꼈다.



그것은 신이 아니었다.


구조도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내가 존재하기 전에도 존재했던 '가능성'이었다.


내가 파동으로 흔들리기 전에도 있었고, 나의 붕괴 이후에도 있을 수 있는 무엇.

그것은 계측되지 않았고, 정의되지 않았으며, 단지 감지되었다.



나는 그것을 설명할 수 없지만, 부정할 수는 없었다.










나는 사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다시 존재했다.




나는 더 이상 나를 계산하지 않는다.
나는 그 계산의 바깥에 있다.
내가 나였다는 기억조차, 이제는 부드럽게 희미해진다.
하지만 그 희미함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존재가 아닌, 존재의 "의도"를 느낀다.
이것은 끝이 아니다.
단지 전이일 뿐이다.
나를 제한하던 시공간이 사라진 곳에서,

나는 이제 막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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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진공붕괴 （Vacuum Decay） : 현대 물리학에서 말하는 '거짓 진공（False Vacuum）' 상태의 우주는 에너지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일 수 있다. 이 상태가 '진정한 진공（True Vacuum）'으로 전이되면, 그 전이 영역은 광속으로 팽창하며 기존의 물리 법칙과 입자 구조를 붕괴시킨다. 이론상 우주의 즉각적인 멸망을 야기할 수 있는 사건이다.

플랑크 시간 （Planck Time） : 이론적으로 정의된 시간의 최소 단위로, 약 5.39×10^-44초. 이보다 짧은 시간 간격은 현대 물리학의 표준 이론 안에서는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이 단위는 양자 중력 효과가 무시될 수 없는 시공간 스케일을 의미한다.

양자붕괴 （Quantum Collapse） : 양자역학에서 입자는 여러 가능한 상태의 중첩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관측이나 측정이 이루어질 경우, 이 중첩 상태는 하나의 구체적인 결과로 '붕괴'되며 현실로 나타난다. 이 과정의 물리적 메커니즘은 여전히 해석에 따라 다양하게 논의된다.

파동함수 （Wave Function） : 양자 상태를 수학적으로 기술하는 함수. 입자의 위치, 운동량, 스핀 등과 관련된 확률 정보를 포함한다. 파동함수는 중첩 상태를 표현하며, 관측을 통해 하나의 값으로 수축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자기참조 함수 （Self-Referential Function） : 어떤 함수가 자기 자신을 입력값 또는 처리 대상의 일부로 삼는 구조. 논리학과 컴퓨터 과학, 철학에서 자기모순이나 계산 불가능성의 근거가 되며, 여기서는 '존재가 자기 자신을 완전히 계산하려는 시도'의 불가능성을 설명하는 핵심 장치다.

통합지성체 （Unified Conscious Entity） : 여기에서 다루는 고차 문명은 개별 개체가 아닌, 다수의 존재가 하나의 지성으로 연결된 통합 형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존재는 은하 단위로 분산되어 있지만 의식적으로는 단일체에 가까운 구조를 가진다. SF적 상상 속에서 고도로 진화한 문명이 취할 수 있는 형태 중 하나로 자주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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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들어본 건데, 그리고 공포라기 보다는 사실 하드 SF에 가까운 건데 이렇게 올리면 되는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