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찬 공기가 뼛속까지 스며들던 날.
민서는 회사 워크숍 차 들른 산장 근처에서 갑작스런 폭우를 맞았다.
일행은 이미 다른 숙소로 이동했고, 그녀만 홀로 남아 근처 산장을 찾았다.

“저기요… 방 하나 있나요?”
산기슭에 덩그러니 놓인 낡은 2층집.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허리가 굽은 노파가 나왔다.

“방… 있지. 딱 하나 남았어. 꼭대기 방인데…”

민서가 들어선 집 안은 묘하게 음습했다.
벽에는 오래된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곳곳에 말린 허브 같은 게 매달려 있었다.
노파는 낡은 계단을 가리켰다.

“위에 올라가면 제일 끝방이야. 다른 방은 열지 말고, 꼭 거기만 있어.”

“네…?”

노파는 말없이 사라졌다.

민서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마지막 방에 들어갔다.
방은 예상보다 넓고 따뜻했다. 하지만 문을 닫자마자, 바깥과 완전히 차단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창밖은 안개로 뿌옇고, 핸드폰도 ‘서비스 불가’.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히려던 그때—

‘쓱…’

문 바깥에서 발소리가 났다.
누군가 복도를 걷고 있었다.
민서는 문을 바라봤다. 손잡이가 천천히 돌았다.

“저… 누구세요?”

대답은 없었다.
조심스레 문을 열었지만,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문 바로 앞.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낡은 인형.
그리고, 인형 목에 감긴 머리카락 뭉치.

민서는 소름이 돋아 문을 닫고 잠갔다.
잠시 후, 천장에서 ‘딱… 딱… 딱…’ 무언가가 걷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점점 가까워졌다.

‘턱—’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천장 틈 사이로… 고개 하나가 거꾸로 튀어나와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뒤덮인 얼굴, 붉게 찢어진 입, 그리고 꺼멓게 썩은 눈동자.

“그 방은… 네 방이 아니야…”

낮고 끈적한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민서는 비명을 지르며 문을 박차고 나왔다. 복도를 뛰쳐나가려 했지만, 계단 아래는 까맣게 뚫려 있었다.
집 전체가, 뭔가 ‘정상이 아닌’ 공간이었다.

등 뒤에서 ‘덜컥—’ 문들이 하나둘 열리기 시작했다.

열린 문마다, 창백한 손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오고, 시커먼 눈동자들이 민서를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문이 닫혔다.
민서가 있었던 그 방.
불 꺼진 창문 너머, 희미한 형체 하나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찢어진 입이 천천히 열렸다.

“또 한 명… 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