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을 꾸었다.
예전부터 나는 꿈을 꾸고 있으면 그것을 자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때도 그랬다.
어째서 인지 나는 어둑한 무인 역에 홀로 서 있었다.
꽤 어둡고 음침한 꿈이 구나 싶었다.
그 때, 갑자기 역에서 생기가 없는 남자의 목소리로 안내 방송이 흘렀다.
그 방송은 ' 잠시 후, 전철이 도착 합니다. 잠시 후, 역에 전철이 도착 합니다.
그 전철에 탔다가는 당신은 무서운 꼴을 당할 것 입니다 ' 라는 의미를 전혀 추측할 수 없는 방송이었다.

잠시 후, 방송처럼 역에는 전철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은 전철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마치 유원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숭이 기차 같은 것으로
그 기차에는 안색이 좋지 않은 남녀 몇 명이 일렬로 앉아 있었다.
나는 너무나 이상한 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꿈이 얼마나 나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을 것인지 시험해 보고 싶어서 전철에 타기로 했다.
꿈이라는 것을 자각 할 수 있으니, 만에 하나 정말로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면 잠에서 깨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전에도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면 원할 때 언제든지 꿈에서 깰 수가 있었다.

나는 전철에 탔고 뒤에서 3번째 좌석에 앉았다.
기차 안에는 뜨거운 공기가 흐르고 있었고 이게 정말 꿈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 출발 합니다 '

방송과 함께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나는 불안과 기대감이 공존한 상태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는 역을 나오자마자 터널로 즉시 들어갔다. 보라 빛 조명이 터널 안을 기괴하게 밝히고 있었다.
나는 떠올렸다.

' 이 터널은 어릴 적 유원지에서 탔던 스릴러 카의 그 터널이구나, 이 기차도 결국은 원숭이 기차고 내 과거의 기억에 있던
풍경을 그대로 갖고 왔을 뿐이니 하나도 무섭지 않다 '

그렇게 생각 하고 있을 무렵, ' 다음은 회 뜨기.. 회 뜨기 입니다 ' 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회 뜨기? 생선 회의 그 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자 갑자기 뒤에서 매우 소란스러운 비명이 들려왔다.
뒤를 보니 기차의 맨 뒤에 앉아 있던 남자 주위로 넝마 조각 같은 것을 두른 네 명의 난쟁이가 모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남자는 칼로 무참히 난도질을 당한 듯 정말 우리가 평소에 보던 회처럼 되어 있었다.

순간 강렬한 악취가 기차 안을 메웠고, 귀가 아플 정도로 남자는 비명을 질렀다.
남자의 몸에서는 차례대로 내장이 꺼내지고 그 주변에는 피투성이의 장기가 떨어져 마치 지옥이 있다면 지금이 아닐까 싶었다.
내 바로 뒤에는 머리가 길고 안색이 좋지 않은 여자가 앉아 있었지만, 그녀는 바로 뒤에서 저렇게 큰 소란이 벌어지는데도
입을 다물고 앞만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는 정말 내 상상을 뛰어 넘는 전개에 놀라서 이게 진짜 꿈이 맞나 싶은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정말로 무서워진 나는 상황을 지켜보며 아차 싶을 때 꿈에서 깨자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다시 남자가 있던 쪽을 보니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그 참사를 증명 하듯, 그 남자가 있던 자리는 검 붉은 피와 살 덩어리 같은 것들이 남아 있었다.
내 뒤의 여자는 아까와 같이 무표정으로 앞을 보고만 있었다.

' 다음은.. 도려내기.. 도려내기 입니다.. '

그러자 이번에는 두 명의 난쟁이가 나타나 톱니 모양 수저 같은 것으로 뒤에 있던 여자의 양 쪽 눈을 파내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무표정이었던 여자는 끔찍한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고 내 바로 뒤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 여자의 눈 구멍에서 안구가 튀어 나왔다. 나는 비릿한 피 냄새와 땀 냄새를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두려움에 떨며 몸을 앞으로 웅크렸다. 이제는 깨어 날 때가 됐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다. 여자의 다음 차례는 누가 봐도 나다.

나는 꿈에서 깨어나려 했지만 그 순간에 나에게는 어떤 방송이 나올 까 싶어서 그것만 확인하고 꿈에서 깨기로 생각 했다.

' 다음은.. 다지기.. 다지기 입니다.. '

최악이다. 어떻게 될 지 뻔한 상황이기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꿈에서 깨려고 했다.

' 깨야 해, 얼른 깨야 해 '

평소 자각몽에서 깨어나기 위해 이렇게 강하게 바라면 꿈에서 깼었다.
갑자기 위 잉 하는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한 난쟁이가 내 무릎 위에 올라서 이상한 기계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것이 나를 다진 고기로 만들 도구일 것이라 생각하자 너무 무서워져서

' 얼른 깨야 해!! 꿈아 얼른 깨!! '

눈을 강하게 감으며 열심히 바랬다.

강렬한 기계음이 점점 더 가까워 졌고 이제는 틀렸다고 생각 한 순간, 조용해졌다.
나는 간신히 그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고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떨리는 몸으로 냉장고에 가서 물을 마신 후에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엄청 현실적이었지만 결국은 꿈이라며 내 자신을 다독였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꿈 이야기를 하니 다들 재밌어만 할 뿐이었다.
결국은 꿈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4년이 지났다. 대학생이 된 나는 당시의 꿈을 완전히 잊고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자기 시작됐다.

' 다음은.. 도려내기.. 도려내기 입니다.. '

이 장면부터였다.

' 아!! 그 때 그 꿈이구나!! '

나는 바로 그 꿈을 떠올렸다.
저번과 같이 내 뒤에 있는 여자의 눈을 두 난쟁이가 도려내고 있었다.
큰일이다 싶어서 바로 꿈에서 깨길 바라며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처럼 꿈에서 깨지가 않았다.

' 다음은.. 다지기.. 다지기 입니다.. '

슬슬 위험해지기 시작했다.
저번과 같은 기계음이 다가오고 있다.
꿈에서 깨야 해!! 제발 깨야 해!!!
그렇게 간절히 빌다 보니 어느새 주변은 조용해졌다.

꿈에서 탈출 했다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생기 없는 남자의 목소리로 방송이 흘러 나왔다.

' 또.. 도망치는 것 입니까...? 다음에 오실 때는 마지막 입니다... '

놀라서 눈을 뜨자 역시나 나는 이미 꿈에서 깨어 있는 상태였고 내 방에 누워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그 남자의 방송은 절대 꿈이 아니었다.. 현실에서 들었다.
내가 뭘 했다고 이러는 것일까?

그 뒤로 현재까지 아직 그 꿈을 꾸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그 꿈을 꾸게 된다면 분명 심장마비인지 다른 이유로 죽을 것을 각오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심장마비여도 꿈에서는 다진 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