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이야기는 대략 10회 정도 업로드 할 수 있는 양이네요. 재밌으셨으면 좋겠어요. 하핳
Nightmares from the Mist - Dark Ambient Music - Immersive Lovecraftian Horror Atmosphere
00.
탁자에는 오래된 카세트 플레이어가 녹음 버튼이 눌려진 채 있었다. 남자는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의 시선이 흉하게 튀어나온 구리 전선을 따라 보라색 보석으로 이어졌다.
보라색 보석은 거칠게 세공된 저급한 물건으로 보였다. 기묘한 빛이 세공된 면을 따라 감도는 것이 언뜻 보기에도 이질감이 들게 했다. 보석은 바라보는 이를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카세트 플레이어 옆에는 책 한 권이 펼쳐진 채 있었다. 빼곡하게 적힌 글들과 복잡한 도형들, 그리고 추상화나 낙서같이 보이는 그림들이 보였다.
찰칵
카세트 플레이어가 자동으로 되감기 기능이 작동되었다. 남자는 백열등 아래에서 입을 굳게 닫은 채 보석을 노려보았다. 한 걸음 너머에 무저갱이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손이 떨렸다. 되감기를 멈추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백열등 옆으로 나방 하나가 날아들었다. 나방은 백열등 주위를 퍼덕거리며 날아다녔다. 나방 그림자가 남자의 얼굴 위에서 기묘하게 춤췄다. 나방이 탁자 위에 떨어졌다. 남자가 눈동자를 굴려 나방을 내려다보았다. 나방은 몸을 뒤집은 채 다리를 오므렸다. 날개 양 끝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찰칵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소리가 났다. 되감기가 끝났다.
남자는 나방에서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눈으로 책을 훑으며 한 손으로 수호의 인을 맺었다. 다른 손으로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테이프가 정 방향으로 돌아갔다.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가 재생됐다. 굵고 낮은, 그리고 느릿한 목소리로 무언가 읊는 소리였다.
남자는 눈을 감았다. 깊고 느리게 숨을 쉬었다. 들려오는 구절을 따라 손가락으로 책의 구절을 짚었다. 이 책은 사람의 피부로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혐오감은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카세트 플레이어의 소리가 뒤로 물러갔다. 책의 질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감긴 눈 너머, 어둠 속에서 빛이 쏘아져 나왔다.
빛은 처음에는 한두 개의 점으로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와 크기가 늘어갔다. 색도 다채롭게 변화무쌍했다. 광선이 다양한 궤적을 그리며 남자의 뒤로 넘어간다. 남자는 희열과 고양감에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남자가 이상한 것을 느낀 것은 검은 점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그것은 검은 “빛”이라고 하는 것이 맞았다. 한두 개 점에서 그 세를 넓혀갔다. 막을 수 없는 기세로 다른 빛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남자가 대응하고자 했을 때는 이미 검은 빛의 궤적이 자신을 거의 둘러싸여있을 때였다. 희열과 고양감은 공포에 삼켜져버렸다. 소리는 어느 새 불가사의한 괴음으로 바뀌었다.
남자는 물에 빠진 것 같았다. 공포에 질식할 것 만 같았다. 눈을 뜨고 비명을 지르고자 했다. 눈과 입은 열리지 않았다. 어쩌면 이미 눈과 입이 한껏 연 채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일지 몰랐다.
남자는 이미 거대한 어둠, 미지의 빛 사이에 둘러싸여 있어 비명도, 어떤 움직임도 생존을 위한 발버둥도 느낄 수 없는 것일 지도 몰랐다.
백열등이 퍽하고 터졌다. 방은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지하실 창문 사이로 시퍼런 새벽빛이 꺼져가는 숨결을 찾아다니는 사신처럼 서서히 방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마침내 여명이 지하실 한가운데까지 닿았다. 그곳엔 상판이 사라진 탁자와 할퀸 듯 반파되어있는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남자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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