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씌거나 , 노려지거나 , 누군가 따라오거나 한다면, 진짜 큰 일 이라는 것을 먼저 말해둔다.
그리고 내 경험담으로 말하자면 한 번이나 두 번의 제령 받은 것 가지고 어떻게 든 해결된다는 경우도 없다.
긴 시간에 걸쳐서 천천히 침식 되니까, 제령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태반이다.
내 경우는 2년 반 쯤?
일단 먼저 말해두자면 몸도 다 괜찮고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 수는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가 겪은 이 일이 현재 끝난 것인지 나도 알 수가 없다.
당시의 나는 23살
신입 사원이어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바쁘게 지냈다.
회사가 작았기에 당연히 함께 입사한 동기도 몇 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동기끼리 사이가 좋아졌다.
그 동기 중에 도호쿠지방 출신인 A라는 놈이 있었는데, 이 녀석이 또 이것저것 지식도 많고
아는 지인도 엄청 많았었다.
흔히 ' 이것을 하면 OO 된다. ' , ' OO가 온다 ' 등의 이야기가 있다.
그런 얘기들은 대부분이 거짓인 경우가 많지만 , 그 중에서 몇 가지는 진짜인 경우가 있다.
나는 장난삼아 한 것이 원인이 됬지만.
당시 나는 차를 산지 얼마 안 되던 때였고, 혼자 살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알바를 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월급을 받았기 때문에,
주말에는 미친 듯이 놀며 살았다.
초 여름쯤, 친한 친구들과 나까지 해서 총 4명이 이른바 심령스팟이라는 장소에 담력 체험을 하러 갔다.
그 장소는 확실히 무서웠고, 한기가 들었으며 무언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단지 스릴만을 느끼다가 돌아오게 됬다.
그 곳에 다녀 온 지 3일 째 되는 날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암묵적으로 상사가 퇴근을 하지 않으면 부하 직원들도 퇴근을 할 수가 없다는 룰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매일 매일을 늦게 퇴근하게 됬는데, 그렇게 지쳐서 집에 돌아 온 후,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지만
방 입구에 있는 전신 거울 앞에 서서, ' 해서는 안 되는 짓 ' 을 해버렸다.
단순히 이것을 들었는데 해볼까? 라는 생각도 아니었다.
그냥 문득 그 짓이 떠올랐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당시 내가 살던 집은 역에서 걸어서 15분, 4평 정도 되는 작은 원룸이었다.
현관으로 들어오면 좁은 복도가 있고 그 앞에 방이 있다.
전신 거울은 방의 입구, 즉 복도와 방의 경계에 놓여져 있었다.
내가 A에게 들었던 내용은 이거였다.
' 거울 앞에서 O를 한 채, 오른쪽을 보면 OO가 온다. '
어떤 행위인지는 말 할 수 없지만, 대충 약간 인사를 하는 것 같은 모습이 된다.
' 올 리가 없잖아? ' 중얼거리며 오른쪽을 본 그 때 였다.
방 한 가운데에 뭔가가 있었다.
겉 모습이 명백하게 이상했다.
키는 대충 160cm정도 됬던 것 같고, 머리는 산발에 허리까지 내려왔고 얼굴은 머리에 덮어져 있었다.
아니, 얼굴은 부적 같은 것이 몇 장이나 붙어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죽은 사람에게 입히는 흰 옷을 입고 있었고, 몸을 좌우로 천천히 흔들고 있었다.
그것을 본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머리속은 현 상황에 대해 이해하려 엄청난 생각을 했다.
좁은 원룸에, 소리도 없는 방 한 가운데에 무언가가 있다는 상황을 머리로는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겠는데
내 눈에 보여지는 이 현상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 같다.
방에 불은 켜져 있었는데, 그 것이 오히려 더욱 무서웠다.
갑자기 방 가운데에 서 있는 그것이 뚜렷하게 보이니까.
그 순간은 시간이 흐르는 것을 멈췄다고 착각할 정도로 조용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 일단 방에서 나가자 ' 였다.
현관 쪽으로 천천히 뒷걸음 질 쳐서, 벗어 두었던 구두를 어째선지 천천히 , 신중하게 들었다.
그 것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눈을 떼면 큰 일이 날 것 같았다.
그렇게 슬그머니 현관 문 앞에 도착했을 무렵, 몸을 좌우로 움직이던 그 것의 움직임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뭔가 신음 소리 같은 것을 내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어떻게됬던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역 앞 편의점에 들어와 있었다.
어찌됬든 사람들이 있는 편의점에 도착해서 안심했다.
하지만 머리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 도대체 뭐였던 거야, 그거.. ' 란 생각과 ' 문을 안 잠갔는데.. ' 혼란과 동시에 이상하게 침착한 듯한 내가 있었다.
결국 그 날은 다시 집으로 돌아 갈 용기가 없어서 밤새도록 PC방에서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침 해가 뜨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두려움에 떨며 현관을 열었다.
다행이다, 사라졌어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번 더 밖에 나가서 캔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웠다.
실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내가 헛 것을 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로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날이 밝기도 했고 이미 그것은 사라졌기 때문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던 것 같다.
그래서 아까보다는 조금 더 대담하게 방에 들어갔다.
좋아.. 없다.. 란 생각을 하면서 커튼이 쳐져 있어서 어두운 방의 불을 켰다.
그러나 어제 밤의 현상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그 것이 있었던 곳 주변 바닥에 엄청난 냄새를 풍기는 진흙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더욱 공포스러웠던 것은.. ' 나.. 어제 불을 끄지 않고 나왔었어 '
스위치를 켠 왼 손을 보니, 스위치에도 진흙이 묻어 있었다.
잠시 흐리멍텅한 기분에 휩 쌓였지만 이미 벌어진건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태에서도 진흙을 청소하고, 씻고 회사에 출근했다.
무엇을 해도 거지 같은 냄새가 사라지지 않아서 열 받았는데, 이건 이거대로 문제지만
회사에 나가지 않는 것도 중대사였으니 말이다.
나는 어떻게든 A와 얘기 할 시간을 만들려고 했다.
결국, 이 사건의 모든 원인은 A에게서 들었던 그 이야기였으니까.
점심 시간이 되어서 나는 A와 얘기를 할 수 있게 됬다.
' A, 전에 얘기했던 그 ' O하면 OO가 온다 ' 라는 얘기 있잖아.. 그걸 어제 했는데.. 그거 말야.. 왔어 '
' 뭐? 그게 무슨 소리야? '
' 그러니까.. 진짜 무엇인가가 왔다니까.. '
' 아 , 네네~ 그렇구나 '
' A! 장난 하지마 , 위험한 것이 나왔다고! '
' 나는 지금 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
' 나도.. 나도 잘 모르겠어!! '
이대론 안되겠다.. 끝이 나지 않는다.
A를 믿게 만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나는 차례대로 A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처음엔 농담이라고 생각했던 A도 , 드디어 반신반의 하는 상태가 됬다.
그래서 오늘 회사를 퇴근하고 집에 함께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퇴근을 일찍 할 수 있었던 우리는 집에 도착했다.
현관을 연 순간 악취가 코를 찔렀다.
꽉 닫아두었던 방의 열기와 함께 냄새가 우리에게 덤벼들었다.
돌아오던 길에도 집요하게 나에게 설명을 듣던 A가 나에게 물었었다.
' ... 진짜야? '
이제는 A도 믿는 것 같다.
문제는 A가 어떤 해결책을 얘기해줄지 였는데 ,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단은 신사 같은 곳에 가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 , 나도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A는 도망치듯 돌아갔다.
무책임한 A에게 실망했지만 한편으로는 A의 인맥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냄새나는 곳에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날은 캡슐 호텔에서 보냈다.
사실은, 오늘 밤에도 그것이 나온다면 끝이라는 생각이 내 본심이었다.
다음 날, 일단은 근처의 신사에 갔다.
솔직히 회사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신사에 있는 스님에게 내가 겪은 일을 얘기하니,
' 제 전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요. 며칠 동안 휴식을 취해보는 것이 어떤가요? 분명 기분 탓 일 겁니다 '
이런 내 속도 모르는 태평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 날 하루 종일 도시에서 유명한 절과 신사를 찾아다녔지만 전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렇게 지쳐버린 나는 휴가계를 내고 사이타마에 있는 친가에 갔다.
정확히는 외할머니가 신세를 지고 있는 S라는 여승에게 상담을 하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사람 말고는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 줄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뿐.
여기서 S라는 사람을 소개하자면,
내 어머니는 나가사키 출신으로 당연히 할머니도 나가사키에 있다.
할머니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로, 절실한 불교 신자였다.
S는 그 할머니가 일 주일에 한 번씩 가는 절의 주지 스님이다.
나도 몇 번 만난 적이 있었고, 자세히는 모르지만 S가 속한 절의 이름은 교과서에 실릴 정도니,
사이비나 영 능력자들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제대로 부처님을 모시는 분이다.
인품은 온화하고 , 침착했다. 그리고 말투 또한 매우 상냥했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 갔을 때 쯤, 아버지가 땅을 사고 집을 세우게 됬는데,
그때 지진제? 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 땅에 제령을 받았다.
ㅁ 지진제 : 토목 공사나 건물 신축 공사를 시작하기 전, 땅의 신에게 공사의 안전과 건물의 축복을 기원하는 제사.
지진제를 하고 일 주일 정도 됬었다.
나가사키에 사는 할머니한테서 땅이 좋지 않으니 S가 제령하러 간다는 전화가 왔었다.
당연히 부모님은 이미 제사까지 지냈는데 제령을 또 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 S 선생님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하셨다 ' 고 했다.
어릴 적이어서 뭐가 남아있었고 뭐가 문제였는지 알려주지 않아 흐지부지 됬지만 확실히
S라는 사람은 현재로써 내가 유일하게 의지할 만한 사람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날이 저물기 시작해서 친가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 했을 때, 밤 9시가 되기 조금 전이었다.
도시와는 달리 주변에 공장밖에 없는 마을이라 밤 9시여도 인기척이 없다.
버스 정류장에서 친가까지 약 20분.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인기척이 없는 어두운 길을 가로등이 규칙적으로 나란히 서 있었다.
내심 그저께 일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해서 꽤나 무서워졌는데, 다행히 그 것은 나타나지 않았다.
근데 밤이 되서 쌀쌀해진 탓일까, 나는 내 몸의 이변을 눈치 챘다.
아무리 생각해도 목 아래 부근이 뜨겁다. 이해가 잘 안될지도 모르지만
목에 끈이 감겨서 좌우로 끌리고 있는 듯한 느낌. 목에 손을 대보니 한기가 들었다.
뜨겁다.. 목만 뜨거워..
게다가 따끔 거리기 까지 했다. 걷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친가까지 미친 듯이 뛰었다.
숨을 헐떡이며 친가의 현관을 열자마자 어머니가 마침 전화를 끊는 참이었다.
그리고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이렇게 얘기했다.
' 나가사키의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걱정이래, S 선생님이 지금 너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으니
절로 오라고 하셨대, 너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거야? 그리고 그 목은 또 왜 그러니? '
어머니에게 대답하기 전에 난 현관에 있는 거울을 봤다.
목 주변 부분에 마치 밧줄이라도 감겨져 있는 것처럼 빨간 선이 나 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어머니 , 아버지에게 인사 같은 것을 할 생각도 없이
계단을 뛰어 올라가서 , 어머니 방에 있던 작은 불상 앞에서 계속 나무아미타불을 외웠다.
그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내가 걱정된 아버지가 왜 그러냐며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어머니는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할머니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내 몰린 탓인지 아니면 그것이 날 어떠한 방법으로든 괴롭히는 것인지 몰라도
이틀 간, 고열에 시달렸다.
목에서 이상할 정도로 땀이 나더니 그 다음 날에는 피가 맺히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음 날에는 피가 맺히는 것도 멈췄고 열도 어느정도 내려갔다.
하지만 목 주변이 간지러웠다.
따끔따끔하고 아프면서도 가려웠다.
베개나 이불, 타올 같은 것이 닿으면 날카로운 아픔이 느껴졌다.
피가 났었으니까 딱지가 생겨서 아픈 것이라 생각하고 일부러 만지지 않도록 했다.
별 것 아니라고,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화장실에 갔을 때, 거울을 보고 말았다.
사실 보고 싶지도 않았는데 , 나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거울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을 비추고 있었다. 목에 생긴 불그스름한 건 완전히 나았지만
그 대신에 발진이 상당히 커진 상태였다. 지금도 떠올릴 때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분이 나쁘지만
굳이 자세히 묘사하자면, 목을 두르고 있던 선의 두께는 1cm정도 였는데, 그게 빨갛게 변했고
주변 피부와는 대비되어 , 마치 빨간 끈이 감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빨간 선을 만들던 발진에는 고름이 고여 있었고, 엄청 큰 여드름이 드글거리는 것 같았다.
그 대부분에 고름이 고여 있었고 , 그것을 본 나는 너무나 역겹고 기분이 나빠서 그 자리에서 토를 했다.
깨끗한 물로 목을 씻고 어머니에게 연고를 빌려 그것을 바르고 울면서 방으로 돌아갔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오직, ' 왜 나인 거야? ' 라는 분노 뿐이었다.
그렇게 울다 지쳤을 때, A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럴 땐 사소한 것이라도 희망이라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가 되었다.
솔직하게 , 이렇게 기쁜 전화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 여보세요? '
' 괜찮아? '
' 아니.. 괜찮을 리가 없잖아 '
' 아.. 역시 위험해? '
' 위험한 정도가 아니야.. 하.. 근데 뭐라도 정보가 있는 거야? '
' 현지 친구에게 물어 봤는데 말야.. 아는 놈이 없어서 미안하다 '
' 아.. 그래서? '
' 아니, 그 대신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런 일에 경험이 많은 사람이 있는데..
소개는 해줄 수 있는데 돈이 필요하대 '
' 돈을 받는다는 거야? '
' 응.. 그런 것 같아, 어떻게 할래? '
' 얼마나 드는 데? '
' 일단 대충은 50만엔 정도라고 하는데.. '
' 50만?! '
당시 내가 일을 하고 있다고는 해도 50만엔이라니, 낼 수 있을 리가 없는 큰 금액이었다.
하지만 돈보다 공포와 괴로움에서 벗어 날 수 있다면 , 선택지가 없었다.
' 알았어. 언제 만날 수 있을까? '
' 그 사람, 지금 군마에 있대. 더 자세히 물어 볼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
얘기가 약간 과거로 돌아가는 데, 내가 불상 앞에서 나무아미타불을 외우고 있을 때
어머니는 할머니에게 전화를 했고 전화를 받은 할머니는 바로 S선생님에게 상담을 하러 갔다.
결론은 S선생님이 도와주기로 했다.
하지만 S선생님이 바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나이가 고령이라 오는 건 3주 정도 걸린다고 했다.
3주 간은 불안과, 공포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을 겪게 될 지 모른다.
그런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A가 밤 11시가 넘었을 때 , 전화를 했다.
'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그 사람에게 얘기를 하니 내일 가능하다고 하네 '
' 내일? '
' 아마 가능 할 거야, 내일 일요일이잖아? '
그렇구나, 어느새 그것을 보고 5일 이나 지난 후였다.
' 알았어.. 고마워.. 여기까지 와 주는 거야? '
' 네가 있는 곳으로 가준대, 차를 타고 간다니까 주소를 메일로 보내줘 '
' 넌 어떻게 할 거야? 와주었으면 좋겠는데 '
' 나도 함께 갈게 '
' 돈은 나중에 줘도 되려나? '
' 아마 상관없지 않을까 ? '
' 알겠어, 근처에 도착하면 전화 줘 '
그렇게 전화를 끊고 잠에 들었는데 꿈을 꿨다.
자고 있는 내 옆에 흰 일본 전통 복장을 입은 젊은 여자가 정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내가 눈치를 채자 미츠유비를 하고 깊숙히 고개를 숙인 후 방에서 나갔다.
방에서 나가기전에 한번 더 깊숙히 머리를 숙였다.
이 꿈이 그것과 관련이 있을지는 몰랐지만.
ㅁ 미츠유비 : 엄지,검지,중지 세 손가락을 짚고 공손히 절을 하는 일본 예절.
다음 날, 낮에 A에게서 연락이 와서 마중을 나갔다.
온 사람은 A와 그의 친구, 그리고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왔다.
일반인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양아치 같은 느낌이 들었고 , 무슨 일을 하는지 추측도 어려웠다.
내가 부모님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한 적이 없어서 부모님은 의아해 했다.
일단은 틀림없는 가명이긴 하지만 남자는 본인을 B라고 소개했다.
' 당신의 이야기는 A에게 들었어요. 정말 귀찮게 되었군요 '
그러자 아버지가 물었다.
' 그래서, B 씨는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
' 아니 그게, 이건 초보자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겁니다. 아버님, 아시겠어요? 믿기지 않으실지도 모르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당신의 아들, 위험하다구요? 그래서 A가 친구인 아드님이 위험하니 도와달라고 해서 왔습니다. '
그 말을 들은 어머니가 B에게 물었다.
' 저희 아들은 위험한 건가요? '
' 그게 말이죠, 저도 꽤나 이런 걸 겪어봤지만 이렇게 심한 건 처음이네요. 이 방 가득 나쁜 기운이 충만해 있어요 '
그 말을 의아하게 듣던 아버지가 B에게 다시 물었다.
' 실례지만 B씨의 직업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
' 아~ 신경 쓰이나요? 뭐 갑자기 와서 이런 얘기를 하면 수상하게 보이긴하죠.
그래도 말입니다. 제대로 제령을 하고 주변을 정화하지 않으면 아드님은 정말로 끌려 가 버립니다? '
그 말을 들은 어머니가 B에게 부탁을 드려도 되냐고 물었다.
' 뭐, 저에게 맡겨 주신다면야, 이런 건 저 같은 전문가가 아니면 안되니 말이죠. 하지만 어머니
저도 리스크가 있으니 말이죠. 조금 쥐어 주시지 않으면 , 좀 그렇지요? 무슨 뜻인지 아시죠? '
아버지가 B 에게 얼마를 내야 하냐 물었다.
' 음.. 뭐 200만엔? 정도는 받아야 '
' 뭐요? 엄청 비싸구만?! '
' 지금도 아드님을 친구가 도와달라고 하기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온 거라구요?
싫다면 그냥 가도 전 상관이 없어요. 겨우 200만으로 아드님을 살릴 수 있다면 싸다고 생각 되는데요?
게다가, 절에 갔지만 상대도 해주지 않았잖아요? 이런 걸 아는 사람은 극 소수라구요. 다시 처음부터 찾아다닐 겁니까? '
나는 입을 닫고 듣고만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200만이란 말을 들었을 때 A를 쳐다봤는데 A도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결국 부모님은 알 수 없는 일에 그 이상의 말을 할 수 있을리도 없고 B에게 맡기기로 했다.
B는 바로 그날 밤에 제령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제령 준비를 한다며 밖으로 나갔다.
해질녘에 와서는 양초를 세우고 부적 같은 종이를 온 방안에 붙이고,
무릎 옆에 수정 구슬을 놓고 , 염주를 쥐고 일본 주라고 추정되는 술을 잔에 따랐다.
그러니 뭔가가 그럴 듯 해 보였다.
' 지금부터 제령을 할 테니까, 이걸로 이제 괜찮아질 테니까.
부모님들은 죄송합니다만 일단 집에서 나가주시겠습니까?
어쩌면 령이 두 분께 붙을 수도 있으니까요 '
그 말에 부모님은 부득이하게 밖에 있는 차 안에서 대기를 하게 됬고 해가 완전히 지자 제령이 시작됬다.
B는 불경 같은 걸 외우면서 일정한 타이밍으로 잔에 손가락을 넣고 내게 손가락에 묻은 술을 뿌렸다.
제령이 시작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불경을 외우는 목소리가 점점 느리게 들리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기분 나쁜 분위기와 조금씩 이상해 져가는 불경만이 내가 알 수 있는 전부였다.
처음엔 몰랐는데, 시간이 갈 수록 목이 아팠다.
가려움을 넘어서 확실하게 아픔이 느껴졌다.
눈을 뜨지 않기 위해 아픔을 토하듯이 이를 꽉 물고 있자, 순간 불경이 멈췄다.
이상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불경이 애매한 부분에서 끝난 것처럼 느껴졌고,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무엇보다 목의 고통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해졌다.
한기도 느껴지고 무엇인가가 이불 위로 올라 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눈을 뜨면 안돼, 절대로 그것만은 안돼.. 알고 있었지만 뜨고 말았다.
눈을 뜨자 끔직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B는 이불에 누워 있는 내 오른 쪽에 앉아서 불경을 외고 있었는데,
B와 마주 보는 것처럼 날 사이에 두고 그것이 정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손을 올리고 상반신만 쭉 늘여서 B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B의 얼굴과 그것의 얼굴 사이의 간격은 주먹 하나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신기하다는 듯이 얼굴을 비스듬히 기울고는 올빼미 마냥 미세하게 얼굴을 움직이며 알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며
B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B에게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던 것 같다.
B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시선을 아래도 둔 채, 눈도 깜빡이지 않았고 , 입을 벌린 채 침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고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것의 얼굴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순간 눈을 감고 이불을 덮어쓴 채로 계속 나무아미타불을 외웠다.
내 얼굴 바로 앞에서 그것이 올빼미 마냥 얼굴을 움직이고 있는 상상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너무 두려웠다. 덜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B가 도망친 것 같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이불을 덮은 채로 계속 있었다.
B가 황급히 뛰쳐 나가는 것을 본 부모님이 방으로 들어와 내가 덮고 있던 이불을 들추었을 때,
몸을 둥그렇게 한 채로 굳어 있는 내가 있었다.
B는 부모님을 쳐다보지도 않고 차에 뛰어들어 A와 그의 친구와 함께 황급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중에 A에게 들은 얘기로는, 차에 타자마자 ' 출발 해 ' 라는 말만 계속 반복했다고 한다.
해결이 되긴 커녕, 더욱 더 좋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린 나에게는 3주 후에 올 S 선생님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다시 4일이 지났다.
다행히 목은 상당히 좋아졌다. 아직 멍은 남아 있었지만, 체력은 확실히 좋아졌다.
열도 내려갔고 이제 몸에는 문제가 없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신체적인 부분에만 해당 될 뿐이었고, 나는 밤 낮 가릴 것 없이 두려움에 떨었다.
언제 어디에서 그것이 나타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제대로 잠 들지 못하는 밤이 계속 되어 밥도 거의 먹지 못하고 언제나 주변 기척을 살피며 지냈다.
그렇게 일이 시작되고 10일 만에 내 얼굴은 엉망이 되었다.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나는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었다.
당연히 회사 생활 같은 건 할 수 있을 리가 없었고, 부모님에게 부탁하여 회사를 그만둔다고 얘기했다.
날 가엾게 여긴 부모님은 강제로 날 차에 태우고는 어디론가로 향했다.
' 괜찮아, 걱정 하지 마 '
아버지가 나에게 몇 번씩이나 계속 말을 걸어주었다.
뒷자석에 함께 탄 어머니는 내 어깨를 안고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줬다.
성인이 되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어머니에게 바짝 붙어있어서 안심된 건지 오랜만에 깊게 잘 수 있었다.
눈을 뜨니 해는 이미 중천이었고 나는 오랜만에 푹 잔 건지 개운했다.
어머니가 말해주길 꼬박 하루 반을 잤다고 한다.
밖을 보니 차는 한번도 본 적 없는 경치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익숙한 경치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나가사키에 도착한 것이다.
계속 무서워 하는 나를 위해 비행기나 , 신칸센을 피하고 오로지 자동차로만 이동을 한 거야.
도중에 몇 번이나 쉬어가며 왔다고 하지만 그래도 잠을 못 자고 운전한 아버지와 내가 무서워 하지 않도록
계속 곁에 있어 준 어머니의 마음은 평생을 다해도 갚을 길이 없을 것이다.
할머니 , 할아버지가 사는 곳은 나가사키에 있는 야나가와라는 곳이다.
도착하자 부모님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부르러 갔다.
그 사이 나는 차 안에 혼자 있게 됬다.
두 분이 다 나간 이유는 다리와 허리가 좋지 않은 할머니와 S 선생님의 집에서 가져 올 짐을 옮기는 것을 돕기 위해서 였다 고 하는데
나는 ' 괜찮아. 다녀와 ' 라고 했다.
내가 이렇게 말한 건, 정말로 그것을 얕보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오랜만에 푹 자기도 했고, 지금 있는 곳이 내가 살 던 곳과는 꽤나 떨어진 지역이었기 때문에 방심했던 것 같다.
그렇게 차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목이 아파왔다.
지금까지 느꼈던 아픔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목에 손을 대보니 미끌거렸다. 피가 나고 있었다.
손가락에 묻은 피가 나를 다시 현실로 끌고 왔다. 이때 무섭다던가 그것이 근처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보다는,
' 또냐.. ' 이런 식의 될 대로 되라는 식의 감정이 먼저 느껴졌다.
이젠 무섭다 기보다 지긋지긋해서 눈물이 났다.
나쁜 일이 약간의 간격을 두고 계속해서 일어나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을 정도로 우울해지는데,
내가 이런 감정이었다.
' 어떻게 하라는 거야 대체!!! 제발 그만 좀 해!! '
혼자 차 안에서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다.
할머니 , 할아버지를 데리고 온 부모님이 날 보고 패닉에 빠졌다.
' 무슨 일이야? 뭐라고 말 좀 해 봐!! '
' 세상에 어떡해!! '
이 때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 니들 다 시끄럽다고!!! '
이런 상황에서 설명 같은 것이 가능 할 리가 없었다.
어차피 할머니 할아버지든 부모님이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저 분노밖에 없었다.
멋대로 나쁜 일을 당하고, 회사는 그만두고 , 사기도 당할 뻔했고.. 이런 나 같은 쓰레기를 위해서 그래도 노력해 준 사람들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부끄럽다.
그 직후에 아버지가 내 뺨을 때렸다.
엄청 아팠다. 아버지는 상당히 엄격해서 몇 번이고 격하게 말싸움을 한 적은 있지만, 맞은 것은 처음이었다.
날 때리고는 나에게 얘기했다.
'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사과 해 '
어째서인지 진정이 됬다기 보다는 너무 깜짝 놀라서 그때까지 느껴왔던 절망감과 우울감이 다 사라져 버렸다.
마음을 진정 시키고 가족들에게 사과를 하자 갑자기 한결 편해졌다.
달리기 시작한 차 안에서, 날 격려해준 할머니 , 할아버지 말에 엄청 감동을 받고 또 울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마음이 약했었다. S 선생님의 집에 도착하자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졌다.
다른 이유 보다는 단순히 내가 스스로 위안을 삼았을 것 이다.
문을 지나고, 징검돌이 깔린 좁은 길을 벗어나자, 한 남성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렇게 보니 S 선생님의 집은 언제나 손님이 있었던 것 같다.
분명 우리 할머니처럼 이곳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겠지.
S 선생님의 방안으로 들어가자 선생님은 방석 위에 정좌를 하고 앉아있었고, 내가 가자 천천히 뒤 돌아봤다.
' 이제 괘안타, S 선생님이 잘 봐주실 끼다 '
할머니가 나에게 얘기했고, 이어서 S 선생님이 말했다.
' 오랜만이구나, 벌써 이렇게 늠름하게 자랐네. 세월이 빠르다 '
' 선생님, 제 손주는 괜찮을까요? '
' 괜찮겠냐니, 방금 도착했는데 선생님이라도 잘 모르신다카이 '
' 당신은 조용히 있그라, 참말로 내는 너무 걱정이 돼가. '
이유는 모르겠지만, S 선생님을 만나자 지금까지 불안해 하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안정을 되찾았다.
그건 부모님에게도 나에게도 전해져서 깊게 숨을 내쉬자 몸 안에서 나쁜 게 빠져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부모님도 이제는 체력적으로 , 정신적으로 한계에 부쳤나보다.
' 피곤하지? 이제는 선생님이 잘 해주실 끼다, 옆 방에 가서 쉬어라 '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부모님은 옆 방으로 갔다.
' 그럼, 이쪽으로 오렴 '
선생님의 말대로 나는 선생님과 마주 보며 정좌를 하고 앉았다.
' 여러분도 옆 방가서 쉬세요. 단 둘이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뒤는 제 게 맡기고 , 다 됬다고 할 때까지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
' 선생님, 잘 좀 부탁 드립니다 '
' 아야, 걱정 말그라 선생님께서 잘 봐주실끼다 , 니는 선생님 말, 잘 듣기만 하모 되는기다 알았나? '
거듭 S 선생님한테 부탁을 하고 나를 격려해 준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에 또 눈물이 흘렀다.
가까이 오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무릎과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았다.
선생님은 내 손을 쥐고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냥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어째서인지 나쁜 일을 저지르고 혼나지 않을까 하는 어린 아이가 된 것 같았다.
' 어떻게 할까.. '
' .... '
' 무섭니? '
' 네.. '
' 아, 괜찮아 혼잣말이니까 '
뭐가 괜찮다는 거지? 전혀 괜찮지 않아!!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터져서 또 욱하고 말았다.
'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진짜 제발 빨리 좀 어떻게 해주세요!! 대체 뭡니까?
왜 그것은 내게 붙어 있는 겁니까? 진짜 제발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방법이 없나요? '
선생님이 무언가를 얘기하려 했지만 그것을 자르고 다시 얘기했다.
' 애초에, 나는 딱히 나쁜 짓도 하지 않았다고요!! 솔직히 OOO [심령스팟] 같은 곳에 가긴 했지만
나만 간 것도 아니고 왜 나만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건데요!!
거울 앞에서 O를 하면 안 된다는 것도 관련이 있는 건가요?!! 진짜 왜 나한테만 이 지랄인지 모르겠네 시발!! '
어어 어어으우재서... 어어..어어으우.. 츠애쨋서...
이게 무슨 상황인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됬다.
왼쪽 귀에서 앵무새나 잉꼬 새 같이 높은 톤에 억양이 없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 어째서 ' 라는 말을 내게 반복하고 있다고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나는 선생님의 눈을 보고 있었고, 선생님도 내 눈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상냥하던 S 선생님의 얼굴이 무표정이 되었다.
내 왼쪽에 무엇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슬쩍 슬쩍 보게 되었으니까.
고개를 돌려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는 왼쪽을 보고 말았다.
목에서는 다시 뜨듯미지근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것이 서 있었다.
몸을 숙이고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긴 절이고 , S 선생님이 앞에 있는데 왜.. 왜...
일 주일 전에 봤던 그대로였다.
그것의 얼굴이 눈 앞에 있었고 올빼미 마냥 미세하게 얼굴을 움직이면서 날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 어엇째서? 어엇째서? 어엇째서? 어엇째서? '
앵무새 같은 목소리로 계속 질문을 했다.
분명 B도 나처럼 이 소리를 들었던 거겠지.
나에게 한 말과 같은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 입을 벌리고 굳어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것이 손을 움직여서 얼굴에 붙은 부적 같은 것을 천천히 떼기 시작했다.
절대 보면 안돼!! 알고 있었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미 그것의 턱 부근이 보이려고 하는 수준까지 왔다.
마음 속으로는 ' 그만 둬!! 그 이상 떼지 마!! ' 소리를 치고 있었는데, 입에서는 ' 아.. 아카핫.. ' 이런 한심한 숨소리 밖에 나오지 않았다.
정말 위험해 , 큰 일 났다 , 망했다 싶었던 그 순간
' 쾅! '
난 그 소리에 놀라서 펄쩍 뛰어 올랐다.
정좌로 앉아 있었으니 넘어질 뻔 했지만, 바로 자세를 잡아 뒤돌아 달렸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몸이 멋대로 움직인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정좌 자세로 오래 앉아 있었던 탓에, 다리가 저려와서 제대로 달릴 수가 없었다.
다리가 꼬이고, 앞도 보지 않고 있던 탓에 머리를 벽에 박았지만 아프지 않았다.
내 이마에서는 피가 철철 흘러 내렸다.
그 정도로 당황해서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피가 눈으로 들어가서 앞을 볼 수가 없는데도, 손을 마구 휘저으며 출구를 찾았다.
' 아직 안 됩니다!! '
갑자기 S 선생님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방 문 너머에 있는 할머니 , 할아버지와 부모님에게 한 말인지, 나에게 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나를 멈추기에 충분했다.
그 자리에 서서 머리를 엄청 굴리며 지금 일어난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 미안해, 무서웠지? 이제 괜찮으니 이리로 오렴. 다른 분들도 괜찮으니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
방 문 밖에서도 무어라 얘기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피를 닦으며 S 선생님에게 돌아가자 손수건을 빌려줬다.
향 냄새일지도 모르지만 무언가 좋은 냄새가 났다.
' 보였지? 들렸지? '
' 네.. 보였어요.. 계속 어째서? 라는 말만 반복했어요 '
S 선생님은 처음 본 그 상냥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도 이번에는 최대한 천천히, 진정하고 대답하는 것에 집중했다.
' 그렇네, 어째서? 라고 들렸었지. 뭐라고 생각하니? '
' .. 아니.. 음.. 모르겠어요.. '
' 아까 그것이 무섭니? '
' 무섭..습니다.. '
' 뭐가 무섭니? '
' 사람이 아니고.. 평범하지 않잖아요.. 귀신인데.. '
이쯤에서 나의 뇌는 사고 능력의 한계를 넘어섰다.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다.
' 그치만, 무슨 일을 당한 것은 아니잖아? '
' 목에서 피가 나고.. 게다가 무슨 부적 같은 것을 두르고 있었고.. 평범한 게 아니고.. '
그러자 S 선생님이 다시 얘기했다.
' 그렇지, 하지만 그것 말고는 없었잖니? '
' ... '
' 어렵지? '
' 네.. 저 잘 모르겠어요.. 스미마셍.. '
' 괜찮아 '
선생님은 나도 이해 할 수 있도록 얘기해줬다.
타일러주었다고 하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먼저, 그것은 귀신이라고 부르는 존재인 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악령이냐고 묻는 다면, S 선생님은 악령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고 했다.
확실히 질이 좋지 않은 부류에 들어가긴 하지만 악의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내게 일어난 일들이 뭐냐고 물었을 때엔
' 악의는 없어도 너무 강한 존재라면 이렇게 되어버려, 그것은 계속 외로웠던 거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만지고 싶다, 자기를 쳐다봐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있다는 걸 눈치 채 줘 , 눈치 채 줘
이렇게 계속 바랬던 거야, 본인은 모를 수도 있지만 너는 상당히 따뜻하단다. 여러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래서 분명 좋다, 착해 보인다 라고 생각한 거겠지. 그래서 자기 존재를 알아채 준 것이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랐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것과 비교하면 넌 너무 약해. 그래서 근처에 있는 것 만으로도 무서워져서 몸이 반응하고 마는 거야 '
S 선생님은 어린아이에게 얘기 하듯, 천천히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며 말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분명 악령 아니면 질 나쁜 존재라고 생각했었고, S 선생님께 제령을 받으면 끝이라고 생각 했었으니.
그러자 선생님은 다시 말을 이었다.
' 자, 그럼 이번에는 어떻게든 해야겠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 '
이 말 한마디에 구원을 받은 것 같았다.
이제 괜찮은 거구나 , 끝났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을 적는다. 내게 있어서는 평생 잊고 싶지 않은 말이다.
' 겉 모습이 무서워도, 자신이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네 자신처럼 괴로워 하고 있다고 생각하렴.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렴 '
선생님은 불경을 외우기 시작했다.
제령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성불 할 수 있도록.
그날 밤, 이마는 찢어졌고 자세히 보니 목에 있던 자국이 크게 찢어져서 아팠지만
정말로 편하게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나는 정말 일찍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S 선생님은 이미 일어나서 아침 기도를 끝내고 있었다.
' 잘 잤니? 세수를 하고 아침 밥을 먹고 오렴, 다 먹으면 본 산으로 갈 거니까 '
S 선생님이 속해 있는 교파는 전에 적은 대로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역사가 깊어서,
신자도 수행자도 전국에서 온다고 한다.
가르침은 똑같은데, 지리적인 문제로 동쪽과 서쪽에 각각의 본 산이 있다.
내가 따라 간 곳은 서쪽의 본 산이다.
본 산에 잠시 신세를 지면서, 내가 원래 지니고 있는 ' 덕 ' 을 높이고, 조금이라도 빨리 그것이 성불 할 수 있도록
본 산에서 공양을 드리기 위해서 가는 거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가장 기뻐한 건 할머니였다.
아직 믿기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게 아버지.
' 이제 괜찮아, 다녀올게 '
본 산에 도착하니, 젊은 사람이 마중을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S 선생님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본당 옆 안쪽에 있는 작은 방에서 본 산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 때도 모두들 S 선생님에게 꽤나 저 자세였다.
S 선생님은 사실 엄청난 사람이라서, 자신이 원했다면 상당히 높은 지위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나중에서야 들었다.
나는 본 산에서 잠시 동안 신세를 지며, 손님처럼 대해주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생활을 했다.
아마도 S 선생님이 말해 두었던 것이겠지.
그곳에서 지내면서 나는 정말 행운아라고 실감했다.
벌써 40년 간, 계속 뱀 귀신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여성과 가족, 친척한테까지 재앙이 내려서 혼자가 되어 버렸지만
집안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굉장한 무사 가문의 후예인 사람이나...
나보다 훨씬 괴로운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본 산에서 지낸지 한 달 정도가 됬을 때, S 선생님이 왔다.
' 어머, 꽤나 좋아진 것 같구나 '
' 네 , 다 선생님 덕분 입니다 '
' 그 후로 보이거나 들린 적이 있니? '
' 아뇨, 한 번도 없었어요. 아마 성불했거나 다른 곳으로 가버린 거 아닐까요? 여긴 본 산이니 '
' 그럴 리는 없는데? '
저 말을 들은 나는 굳었다.
' 어머, 미안해 또 무서워 지지? 그래도 말이야 이곳은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어, 그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구해주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야 '
아마도 선생님의 말에는 그것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 좀 더 이곳에서 공부를 하렴, 모처럼 왔으니 말이야 '
나는 선생님의 말을 따랐다.
그 때의 일이 아직 걱정이 되기도 했고, 나도 조금 더 본 산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지내다 보니 결국 3개월을 본 산에서 지내게 됬다.
이 후로 선생님은 이곳에 오지 않았다.
2개월 만에 S 선생님이 본 산으로 찾아와서 본 산의 생활이 끝을 맞이하려고 했다.
몸 단장을 하고, 신세를 진 사람들을 한 명씩 만나서 감사를 표하고 선생님과 돌아가려고 했다.
그렇게 산을 내려가던 중, 정신을 차려보니 내 옆에 있어야 했던 선생님이 없었다.
돌아보니 선생님은 내 조금 뒤에 있었다. 내가 너무 빨리 걸었나 싶어서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니
선생님은 상냥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 돌아가지 말고, 여기 있는 것은 어떠니? '
' 아뇨, 저는 여기 있는 분들처럼 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정말로 다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흉내조차 낼 수 없어요 '
쑥쓰럽게 내가 대답하니 선생님이 말했다.
' 아니, 그게 아니라 돌아가면 안 되는 것 같아 '
' 네? '
' 왜냐면, 아직 남아있으니까. '
그 말을 들은 내 얼굴은 다시 굳었다.
결국 그로부터 다시 2개월이 지나야 본 산에서 내려 올 수 있었다.
장장 5개월 동안이나 본 산에서 지냈다. 아마 이렇게 오랫동안 가족도 아닌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선생님은 말했다.
' 아마도 이제는 괜찮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얼마 동안은 주기적으로 오렴 '
선생님은 그것이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숨어버린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길고 길었던 본 산의 생활이 끝나고 드디어 일상으로 돌아왔다.
살 던 집은 어머니가 퇴거 수순을 끝냈기에 내 짐은 친가에 있었다.
어머니가 짐을 챙기러 현관 문을 연 순간, 무언가 그을린 것 같은 냄새랑
방 중앙 부분 바닥에 작은 벌레들이 모여있었다고 했다.
그것을 본 어머니는 너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왔다.
다음 날, 다시 문을 여니 냄새는 남아 있었지만, 벌레는 없어졌다고 했다.
어머니한테는 미안하지만 내가 보지 않아서 다행이다.
친가로 돌아와서 실로 약 반 년 만에 휴대폰을 보니 전화랑 메일이 엄청나게 와있었다.
그 중에 가장 많았던 것이 A의 메일.
A는 나름대로 본인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자책하고 있었는지, 사죄의 내용이랑
이렇게 하면 좋다던가, 이런 사람을 찾았다던가 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에게 전화를 했더니 주변이 시끄러웠다.
A는 혀가 꼬부라진 상태로 얘기를 했는데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술을 처먹고 놀고 있었다.
' 죽여버린다 ' 라는 짧은 메일을 보내놓으니 다음 날 A에게서 메일이 왔다.
' 사죄를 하고 싶으니 시간을 내 주지 않을래? '
밤이 되자 A가 찾아왔다. 일부러 먼 곳까지 올 정도니 진심으로 후회와 반성을 한 것이겠지.
현관을 열고 A를 보자마자 주먹 감자를 두 대 날려줬다.
첫 번째는 그 놈이 자책하는 것을 그만두게 하고 싶어서 였고,
두 번째는 술 처먹고 놀아서 날 짜증나게 만든 것에 대한 것이다.
A에게서 B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도망친 B는 확실히 이상해져 있었다.
' 반항을 하거나 망설였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가 없었어 '
A의 말이 그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게 해줬다.
B는 차가 우리 집에서 멀어져 고속도로 입구의 신호 때문에 멈췄을 때 도망갔다고 한다.
' 그도 그럴게, 그 새끼 도중부터 갑자기 웃기 시작하다가 또 떨다가,
난 아니야 이러고, 그런 짓 안 할 거에요 라고 지껄이기 시작해서, 무섭더라고 '
A가 다시 돌아오지 않은 이유는 단지 무서웠기 때문이라고.
' 무책임하고 근성도 없는 놈이라서 미안해 '
이렇게 사과를 했으니 용서했다.
내가 A였어도 그랬을 것이다.
그 후 B가 어떻게 됬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A도 본인에게 B를 소개해준 친구에게 따졌다고 한다.
그렇게 결론으로 B는 사기꾼 축에도 못 끼는 쓰레기 같은 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소개해 준 친구가 꼬드겨서 소개해준 거래였다.
그래도 나에게 일어 난 일에 대한 원인은 본인의 정보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아서,
이번에는 정말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인맥을 총동원했지만, 이런 일에 끼어들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을 리가 만무했고, 아마도 ~~겠지 , ~~했겠지 정도 밖에 안되는 정보들 밖에 없었다고 한다.
' 무슨 조건이 몇 개 있는데.. 그게 우연히 갖추어져서 일어난 일이 아닐까 싶어.. '
A는 나에게 저렇게 얘기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에 나는 선생님의 말대로 매달 주기적으로 선생님을 찾아갔다.
처음 1년은 매달, 다음 해는 3개월에 한 번.
그것을 본 지 2년이 지났을 때,
선생님이 이 말을 했다.
' 이제 걱정할 것 없단다. 이제는 가끔씩만 오면 돼
그래도 이상한 짓은 하면 안된다 '
정말로 끝난 건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그로부터 3개월 후에 사망했다.
S 선생님에게 좀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었다.
그저 지금은 다 끝이 났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의 장례식이 끝나고 몇 달 후,
외로움이나 소중한 사람에 대한 애정도 옅어지기 시작하고, 그렇게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지내던 중, 할머니가 보낸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봉투를 열어보니 할머니의 편지와 다른 또 하나의 편지가 있었다.
할머니의 편지에는 나를 사랑한다는 내용과 함께 이렇게 적혀 있었다.
' S 선생님의 편지야, 49제도 끝났으니 선생님과의 약속대로 보내는 거야. '
지금은 편지에 적힌 내용의 진상을 확인 할 수도 없고
그대로 적는 것도 꺼려지니까, 대충 적는다.
' 오랜만이구나 S 란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났네.
지금은 괜찮니? 무서워하지 않으면 좋을 텐데,
나이가 들면 빙 둘러서 말하게 되는게 참 좋지 않네.
오늘은 말야 내가 사과를 하고 싶어서 편지를 적었단다.
하지만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야.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그치만 미안하구나.
그날 우리 집에 왔을 때, 선생님은 너무나 무서웠단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 온 그것은 도저히 내가 감당 할 수가 없었어.
하지만 두려워하고 있었잖니? 그래서 선생님이 더욱 무서워지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무리 손을 뻗어도 전혀 쳐다도 보지 않는 경우도 있단다.
그때는.. 운이 좋았어.
본 산에서 지내던 생활은 어땠니? 조금이라도 마음이 놓였으려나?
산에서 나와 만날 때마다 선생님이 아직은 안 된다고 했던 거 기억하니?
그때엔 이대로 돌아가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본 산의 생활이 지루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돌아가라고 할 수가 없었어.
선생님은 매일 기도를 했는데 그것이 좀 처럼 다른 곳으로 떠나주질 않아서..
그렇지만, 이제 괜찮을 거야.
근처에서는 없어진 것 같으니 말이야.
하지만.. 이전과 같은 괴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본 산으로 가렴.
그곳이라면 아마 그것도 쉽게 손을 대지 못 할 거야.
마지막으로, 꼭 알려줘야만 할 게 있단다.
너무도 괴로워진다면, 부처님께 네 몸을 맡기렴.
더는 괴로운 일밖에 남지 않게 된다면 결심을 하거라.
죽음을 바라는 말이 아니란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라면.. 너에게 있어서는 괴로운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란다.
본 산에서 몇 명이나 만난 적이 있지?
정말로 나쁜 존재는 말이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괴롭힌단다.
절대 쉽게 끝내주지 않는 거야.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며, 빙그레 비웃고 싶은 거야.
분하지만 선생님들의 힘이 약해서, 눈 앞에서 괴로워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경우가 있어.
그런 사람들도 구해주고 싶지만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선생님은 너 만은 반드시 구해주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했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어.
기척은 느껴지지 않으니, 사라졌을 것 같긴 하지만, 아직 안심하면 안돼.
안심하고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알겠지? 결코 안심을 하면 안된다.
언제나 경계하고, 수상한 곳에는 절대 가지 말고, 이상한 짓도 하면 안된다.
선생님을 믿어 알겠지? 거짓말만 해서 미안하구나.
믿어 달라고 하는 게 너무 이기적이라는 건 알고 있어.
그래도, 끝까지 부처님께 기도 드렸다는 건 믿어주렴.
항상 건강하게 매일매일을 보낼 수 있도록 언제나 기도할게요.
S
편지를 읽으면서 편지를 들고 있는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분 나쁜 땀도 흘렀다. 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아직.. 끝나지 않은 거야?
그 순간, 갑자기 그것이 어디에선가 나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도망칠 수 없는 게 아닐까..
어쩌면 지금까지 그것은 그냥 숨어있었던 것 뿐이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내 눈앞에 나타날 수 있는 게 아닐까?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이제는 방법이 없다.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
S 선생님도 그것에게 당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런 편지를 남긴 게 아닐까?
B는 어쩌면 그것에게 씌어버린 게 아닐까?
대체 그놈이 뭐라고 속삭인 거야..
나랑은 다르게, 좀 더 직접적인 말을 들어서.. 이상해 진 것 아닐까?
선생님은 내가 걱정하지 않도록 거짓말을 했지만,
'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 ' 로 심각한 일이었던 건가?
결국 그걸 알고 있었으니 선생님도 마지막까지 걱정을 한 것이 아닐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혀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다.
거진 3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끝났는지 안 끝났는지 알 수 없는 이야기의 전부.
이유도 모른 체 단순히 운 좋게 해결이 되거나,
뭔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나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우연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우연이라기엔 너무도, 지독하게 괴롭다.
대체 이렇게까지 괴로워야 하는 죄를 저질렀나?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왜..?
' 뭔가에 씌이거나 노려지거나, 따라다닌다면
정말로 그냥 지낼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얘기한다.
마지막까지, 누군가가 끝났다고 해도, 안심하면 안돼 '
그리고 내가 사과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
이 얘기 안에 작은 거짓말이 몇 가지 있다.
이해하기 쉽도록 한 것이기도 하고.. 내가 알 수 없는 것도 있었기 때문에 한 거짓말이니 이해해줬으면 한다.
그래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전부 다 사과한다.
좀 더,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부분에 관련된, 근본적인 부분에 나는 거짓말을 했다.
눈치는 못 챘을 것 같고, 눈치 채지 못하도록 조심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모순되게 느끼는 부분도 있겠지..
하지만 , 이 이야기를 누군가가 알아줬으면 했다.
나는 A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내 후회는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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