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은 오래된 일본식 가옥이었다. 큰집이라 불리는 그곳은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듯한, 낡고도 위엄 있는 건물이었다. 벽은 어둠 속에서도 스산하게 빛나며, 마치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 집에는 여러 방이 있었지만, 딱 하나만 특별했다. 아니, 특별하다기보다는 '저주받았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 방에서 잠을 자면, 누구나 악몽을 꾼다. 아니, 악몽이라기보다는 어떤 현실 같은 꿈을 꾼다. 꿈속에는 항상 칼을 든 할머니가 등장한다. 그녀는 말을 멈추지 않는다. 끝없이, 끊임없이, 마치 세상의 모든 불만과 원한을 쏟아내듯이.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너의 아버지는 변변치 않다." "집 구조가 나쁘다." "너는 뭘 해도 안 된다." 그녀의 말은 마치 칼날처럼 꿈속의 사람들을 찔러댔다. 누군가는 지겨워져서 방귀를 뀌었다고 한다. 그 순간, 할머니의 칼이 그를 찔렸다. 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죽지는 않았다. 죽지는 않았지만, 그 고통은 현실처럼 생생했다.

추석 연휴가 되면, 친척들이 그 집에 모였다. 그들은 이 괴담을 들었고, 누군가는 호기심에, 누군가는 재미로 그 방에서 잠을 자곤 했다. 그리고 모두 똑같은 꿈을 꾸었다. 할머니는 변함없이 등장했고, 그녀의 말은 변함없이 차갑고 날카로웠다. 그녀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67세인 삼촌에게 물어봤지만, 그는 그런 할머니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는 마치 집 안의 어둠 속에서 태어난 존재처럼,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저 꿈속에만 나타났다.

할머니의 정체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그녀는 어디서 왔는지, 왜 그 방에 나타나는지, 왜 그렇게도 끊임없이 말을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시간의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고요한 밤을 가르며 들려올 뿐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아침이 되어도 그 말들이 귓가에 맴도는 것을 느낀다. 마치 할머니의 칼이 꿈을 넘어 현실까지 찌르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