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나서 씀.

몇년됐음.

우리집에 개 한마리 키웠었음.
시골 가면 흔히 보는 암컷 백구인데 내가 순이라고 지어줬었거든.
집에 마당이 커서 풀어키우던 놈임.
순이는 친척만 오면 달려들듯이 짖고 물려고해서（심지어 한분은 물림） 명절때마다 목줄채워서 묶어뒀었음.
그러면서 순이는 나랑 동생은 독립해서 나가산다고 몇번 못 봤어도 매번 본가에 가면 가족이라고 한번을 안 짖고, 쓰다듬어주다가 손을 빼면 앞발로 손 끌어다가 더 쓰다듬어달라고 하던 애거든. 되게 똑똑한 애였어.

우리집 개 얘기는 여기까지하고..
암튼 그러던 차에 친척중 한분이 병사하시고 나랑 동생이 어쩌다보니 상주를 하게 됨.
나는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서 자고 다음날 이른 아침에 엄마랑 동생이 날 데리러 집에 오기로 함.
다음날 아침에 동생이랑 엄마가 대문에서 현관까지 오는데 순이가 진짜 소리소문도 없이 동생뒤로 돌아가서 동생 허벅지를 콱 문 거임.
엄마 말고 동생만 콕 집어서.
그러고는 물고 늘어지지도, 달려들지도, 짖지도 않고 바로 물러서서 동생이랑 엄마를 주시하면서 주위만 맴돔.
엄마는 당연히 놀라서 난리가 났고 동생은 물려서 피가나니 응급실로 바로 감.
위에 말했듯이 순이는 우리 가족한테는 짖기는 커녕 이빨 드러낸 적 한 번 없던 놈임.

그때
우리집 순이는 동생한테서 뭘 보고 뭘 물었던 걸까.

ps. 엄마가 나중에 친구들이랑 그 얘기를 하는데 그 친구분들 중에 한분이 그랬다고 함.
"너희집 개가 너네 아들 살렸나 보다."

그리고 아침에 창문너머로 봤을때 나도 그냥 그런 거 같더라고.
뭐 이상한거 붙어와서 순이가 동생을 물었나보다.
사나운 이빨을 가진 개가 동생을 물고 동생 주위를 빙빙 맴도는데도 이상하게 안 무서웠어. 순이 전에 키우던 개가 같이 살던 작은 개를 물어 죽였을 때는 무서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