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그림자"




지훈은 항상 혼자였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을 찾지 못했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언제나 얕았다. 그러나 대학에서 은지를 만난 순간,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은지는 밝고 아름다웠으며, 그녀의 미소는 지훈의 어두운 세상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는 그녀에게 빠져들었고, 그녀를 위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의 관계는 완벽해 보였다. 은지는 항상 따뜻한 말과 다정한 눈빛으로 지훈을 감싸주었고, 지훈은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은지의 태도는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소한 일이었다. 약속을 자주 취소하거나, 전화에 잘 응답하지 않는 일이 늘어갔다.

지훈은 불안했지만, 그녀를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힘든 일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지훈은 우연히 은지의 휴대전화를 보게 되었다. 그는 망설이다가 결국 메시지를 확인했고, 거기에는 다른 남자와 주고받은 다정한 대화들이 있었다.

"오늘 너무 행복했어. 너와 함께한 시간은 언제나 특별해."
"나도. 다음번엔 지훈 몰래 여행 갈까?"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 지훈의 세상은 무너져 내렸다. 그는 믿었던 그녀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가 돌아오자 지훈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은지는 당황한 듯 했지만 곧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어?"

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고개를 끄덕이고 평소처럼 그녀를 안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몇 주 뒤, 은지가 갑작스럽게 실종되었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았고, 경찰조차 그녀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지훈은 경찰 조사에서 침착하게 말했다.

"은지가 사라진 날 밤, 그녀는 제게 헤어지자고 했어요. 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결국 그녀가 떠났죠. 저는 그 뒤로 본 적이 없습니다."

경찰은 그를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기에 더 이상의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지훈은 그저 슬픔에 빠진 애인으로 남았다.

그러나 은지가 사라진 후, 그의 삶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은지의 흔적이 그의 집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가 자주 쓰던 향수가 방 안에 퍼지거나, 그녀가 즐겨 듣던 음악이 갑자기 재생되곤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신이 그녀를 그리워해서 생긴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더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자고 일어나면 침대 옆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거나, 욕실 거울에 그녀의 이름이 김 서린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지훈은 잠에서 깨어났다. 침대 옆에 누군가가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그녀를 보았다. 은지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텅 비어 있었다.

"왜... 왜 날 떠나게 했어?" 그녀가 속삭였다.

지훈은 비명을 지르며 방을 뛰쳐나왔다. 그는 자신이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은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매일 밤 그를 찾아왔다. 그는 불을 켜 놓고 잠을 청하려 했지만, 그녀는 항상 어둠 속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훈은 은지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날 밤, 그는 그녀를 집으로 초대했었다. 그녀가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끝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은지를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갔고, 두 사람만의 비밀을 남기기로 했다.

그러나 은지는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영원히 그를 따라다니며 복수를 다짐했다.

"너는 절대 나를 벗어날 수 없어."

지훈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 그는 집을 팔고, 도시를 떠났지만 그녀는 어디에나 있었다. 거울 속에서, 그림자 속에서, 그의 꿈 속에서. 그녀는 항상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나처럼 외로움을 느껴봐."

결국, 지훈은 그녀를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방에 앉아 은지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사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과로는 충분하지 않아."




그날 이후, 지훈은 실종되었다. 그의 집은 텅 비었고, 그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단지 거실 벽에 남겨진 문구만이 그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사랑은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