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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들떠 있었따. 서서히 영토를 확장 중인 제국, 그 선봉에서 연일 승전보를 전하는 제1군단, 그리고 산처럼 쌓인 시체 위에서 식사를 한다는 최연소 군단장 오스카까지. 남자에게는, 특히나 혈기 왕성한 열아홉의 남자에게는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이야기여따.
그래서일까. 훈련소에 입소하기 전날까지도 지원병들이 잔뜩 몰린 거리에서 맥주를 마셨따. 전쟁에 대한 긴장감이나 두려움 따위는 겁쟁이들의 전유물이라 여기며. 언젠가는 우리도 적들의 시체 위에서 맥주를 마실 날이 올 거란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따. 생각해 보면 우스운 일이었따. 살아오며 봐온 시체라고는 고작 가축의 사체가 전부였으면서 （겁쟁이덜ㅎㅎㅎㅎㅎ）.
남쪽 공작령에서만 1만 명이 지원했따. 무려 1만 명이었따. 그들 가운데 우리 영지 출신은 나를 포함해 스무 명 남짓. 전체에 비해서는 초라한 숫자였지만, 영지의 규모를 생각하면 결코 적지 않았따. 군단에서도 나름대로 배려를 해주었따. 같은 출신끼리 묶어서 같은 소대에 배치해준 것이었따. 애당초 그런 조건으로 선전하 기도 했고.
어쨌든 우리는 훈련소에 입소했따. 또래 친구들끼리 소풍을 가듯, 마치 전쟁 체험 학습을 가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가짐이었따. 차라리 훈련 과정이 엄격했다면 결과가 지금과는 달랐을 지도 모르겠따. 정말이지 ‘선발’이라는 말이 무색 할 만큼 가볍기 그지없는 훈련의 연속이었따 （살만 쪗따ㅎㅎ）
덕분에 터무니 없는 자신감만 늘어갔따. 오죽 했으면 겁쟁이로 소문난 한스조차 적들을 꼬챙이에 차곡차곡 꽂을 거라며 허세를 부렸을까. 어쨌든 당시의 훈련 과정을 문제 삼으라면 끝이 없따. 그리고 그 결과는 당연하게도 고스란히 우리들의 목시었따.
전장 투입 첫날에만 3천 여명이 전사했따.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숫자였따. 물론, 그때까지 우리 소대에는 전사자가 없었따. 신병이라는 이유로 후방에 배치돼 있었던 데다, 맡은 역할도 전투가 아닌 물자 수송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따. 차라리 그때 탈영했다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따. 난 아직도 그 생각을 버릴 수가 업따.
그렇게 첫날 밤이 지나고, 시간은 빠르게 흘 러 어느덧 한 달 가량이 흘렀을 무렵. 우리 소대는 처음으로 전선에 투입됐따. 그리고 누군가 에게는 지옥이었을 그 첫날이 되풀이됐따.
한스와 데미안, 랄프, 테르가 죽었고, 윌슨은 팔을 잃었따. （ㅠ,.ㅜ） 고작 한나절 사이에 말이다. 하지만 전투는 승리했따. 우스운 일이었따. 서로가 가진 것을 덜 내어주는 쪽이 이기는 게 전쟁이라지만,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따.
그날 밤. 새벽이 지나 동이 틀 때까지 우리 소대원들은 한숨도 이루지 못했따. 건너편 막사에서 밤새 들려오는 윌슨의 울음소리 때문이었따. （흐흑! 흐으윽!） 팔을 잃은 억울함 때문인지, 아니면 낮에 겪은 전쟁의 참상 때문인지는 알 수 업었따. 윌슨은 동이 트자마자 숨을 거두었으니까.
그렇게 이틀째가 됐을 때, 우리는 비로소 전 쟁이 무엇인지 깨달았따. 아니, 정확하게는 그 참혹한 물가에 발끝이 젖은 정도라고 해야 했따. 부상 입은 수백 명의 병사들을 죽인 건 적이 아닌 어둠이엇따. 짙은 밤이 내려앉은 시간, 어둠은 온 세상을 뒤덮은 것도 모자라 간당간당하게 붙어있던 생명의 불마저 앗아가 버렸따.
상황이 그쯤 되자,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든 알 수 있어따. 위생병들이 떨어대는 지랄발광의 대부분이 치료가 아닌 현상 유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로, 이 전쟁에서 중상을 입는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했따.
그렇게 하루하루 깨달음의 영역이 넓어지던 어느 날. 나는 영지에서 함께 출발했던 친구들을 모두 잃었따. 처음에는 그랬따. 적들이 친구 들을 도륙하면 뼈를 갈아서라도 복수하고 말겠노라고. 아마 먼저 떠난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난 오늘까지도 복수는커녕 내 한 몸 지키기에 급급한 게 현실이었따.
“화살이다! 방패를 올려라! ”
사방에서 들려오는 호각 소리 사이로, 각 소대 부관들이 목이 터져라 외쳤따. 발밑에 깔 린 시신이 방금 전까지 칼을 휘두르던 소대원 이란 사실 따윈 잊은 지 오래여따. 시체에서 무기를 뒤적거리던 나는 호각 소리를 듣자 마자 방패부터 챙겼따. 빌어먹을 전쟁터는 날이 부러진 검을 바꿀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았따.
“밀집 대형! ”
“흩어지지 말고 뭉쳐라! 화살이 날아온다! ”
나는 소대원들의 어깨에 의지한 채 밀집 대형으로 모여 방패를 들었따.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수백 개의 방패가 거북이 등껍질 마냥 촘 촘하게 맞붙었따. 수개월 간 전투를 겪다 보니 다들 알아서 척척 움직이고 있어따.
누구의 것인지 모를 땀 냄새와 피비린내, 숨을 내뱉을 때마다 풍겨오는 구취가 방패 속을 가득 메워따.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방패와 방패 사이의 좁은 틈새로 시커먼 그림자가 작열하는 태양을 가리는 게 보여따.
일일이 눈으로 셀 수조차 없이 많은 화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어따. 흩어진 소대원의 뒷덜미를 끌고 온 부관들이 대열의 끄트머리를 채우며 소리쳤따.
“더 촘촘하게! ”
늘 듣는 외침이었따. 뒤이어 그 목소리만큼이나 익숙한 소리가 방패 위를 묵직하게 때리기 시작했따. 마치 마른하늘에서 떨어진 번개가 방패를 내리치는 듯한 날카롭고도 묵직한 소리가 이어지고. 곳곳에서 틈새로 쏟아진 화살에 맞은 병사들의 비명이 줄을 이었따. （꾸엑 ㅠ.ㅜ）
“아악! ”
“악! ”
“커헉! ”
마지막은 보나 마나 즉사여따. 또 누군가가 허무하게 죽어 버린 것이어따. 우리 소대만 해도 이러할 진데, 언덕으로 이어지는 드넓은 평원을 메운 병력의 규모를 생각하면 상당수가 죽어 나가고 있을 터였따.
“움직이지 마라! 끝이 아니다! ”
그 말에 호기심이 생긴 몇몇 병사들이 틈새를 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ㅇ_ㅇ?）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화살이 먹구름처럼 날아오고 있어따.
“크하하하! 야만족 새끼들도 별거 아니구만! 안 그래, 알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털이 수북한 이민족 출신의 나자르가 날 보며 껄껄대따. 놈은 친구들을 잃고 방황하던 내게 생존이 무엇인지 알려준 좋은 동료이자 선임이었따. 부대가 수없이 재편되면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진 기수 차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나보다 한참 일찍 투입되어 긴 시간을 살아남은 그였따.
“주둥이 털 시간 있으면 방패나 똑바로 들어! ”
“이야, 알렌! 많이 거칠어졌는데? 걱정 마라. 이따위 쓰레기 같은 화살로는 이 몸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하니까!” （ㅋㅋㅋㅋ）
“내가 언제 네 걱정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쏟아진 화살 비가 방패를 두드려따. 그와 동시에 몇몇 병사들이 방패를 놓치며 쓰러졋따. 누군가는 가벼운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이 상황을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따. 나 또한 처음에는 그랫으니까. 문제는 그 화살이 하나가 아니라 수천 수만 개라는 것이었따.
한 손으로 방패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쓰러진 전우의 팔을 잡아당겻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바로 옆에 서 있던 녀석이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꼴을 지켜봐야 했따. 무려 이 지긋지긋한 화살 세례가 끝날 때까지 말이다.
“으하하! 알렌! 내가 뭐라고 했냐? 이깟 화살로는 날…….”
푸욱!
그때, 수많은 소리 중 하나 귓가를 파고들었다. 바로 옆에서 쓰러지는 전우의 비명보다도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 그건 화살에 목이 꿰뚫린 나자르의 신음이었다. （케켁......）
“나자르! ”
목소리가 갈라질 만큼 악을 써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곁에 쓰러진 전우의 손을 잡아당기는 게 고작이었따. 미칠 것 같았따. 나자르는 내게 단순한 전우가 아니었따. 삶에 의미를 잃고 전쟁터를 배회하던 내게 유일한 안식처이자 빛과도 같은 존재여따.
덕분에 나는 상실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 전쟁에 참전한 이후 처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었따. 그런 그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따.
“안 돼! X발, 안 돼! 나자르! 일어나! ”
나자르는 대답하지 못했따.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화살이 박힌 목을 움켜쥔 채 미친 듯이 사지를 비틀 뿐이었따. 죽음이 그를 뒤덮고 있어따.
“으흐흑……. 나자르…….”
눈물이 났따. 차라리 흘러내렸다면 그의 마지막 모습이나마 눈에 담을 수 있을 텐데. 애석하게도 시야를 흐릿하게 가릴 뿐, 한 방울도 흘러내리지 않았따. 그러는 사이, 부관들의 외침이 다시 한번 들려왔따.
“마지막이다! 조금만 더 버텨라! ”
빌어먹을 화살들이 또 날아오고 있었따. 그리고 고통에 몸부림치던 나자르는 빨갛게 부어오른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엇따. （ㅠㅠ...）
“하아…….”
나는 탄성과도 같은 외마디 한숨을 내뱉었따. 오늘도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하지만 그까짓 승리 따위 전혀 반갑지 않았따. 승전보라는 영광 아래 죽어 나간 수없이 많은 생명. 전쟁에서의 승리라는 건,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라는 건, 결국 누군가의 죽음을 딛고 서 있는 것이어따. 아침까지 나와 밥을 먹고 담배를 피우며 어제 떠난 전우들의 시체를 태우던 녀석들의 죽음 말이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따. 그래. 신이 있다면, 창조주라는 위대한 존재가 나를 보고 있다면 비웃을지도 모르겠따. 애당초 내가 원했던 그 무언가조차 적들의 죽음 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테니까.
삶이란 무엇인가. 삶은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는가. 그렇다면 죽음은 무엇인가. 방금 전까지 살아 숨 쉬다 죽어버린 나자르의 시신을 향해 물었따. 물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아따. 그는 죽었고 나는 살아있기 때문이었따. 종이 한 장 차이도 되지 않는 삶과 죽음이었지만, 그 가치와 진실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어따.
방패를 든 채 곰곰이 생각해 보앗따. 내 의지로 참전한 전쟁, 그러나 내 의지로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전쟁. 이런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우들의 피와 땀을 밟고 살아남아 금의환향 한다 한들, 내 삶은 이 끔찍한 지옥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할 터엿따.
다시 한번 나자르를 쳐다보았따. 빛이 꺼져가는 눈동자와 축 늘어진 손목, 군홧발에 짓밟힐 때마다 맥없이 뒤틀리는 관절들. 하지만 그 모습 어디에도 고통은 보이지 않았따. 평화라는 말조차 깃들 수 없을 정도의 고요만 보일 뿐.
방패를 쥔 손에 서서히 힘이 빠졌따.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는 걸지도 몰랐따. 애초에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었으니, 그걸 이루려는 자신만 끊임없이 고통에 시달리는 것이어따. 그간 꾸역꾸역 견뎌내고 있었지만, 사실 나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여따. 이제 그만 하고 싶었따. 살인도, 동조도, 방관도. 끔찍한 현실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었따.
그렇게 나는 유일한 방어 수단인 방패를 내렸따. 휘황찬란하게 떠오른 태양 아래, 구름 아래를 유영해온 수만 발의 화살이 쏟아진다. 죽음이 코앞까지 날아오고 있었따. （ㅇ_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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