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더운 여름날의 일이다.

나는 한때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던 신사에 발길을 옮겼다. 오래전부터 들은 소문이 있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인형이 모셔져 있다는 이야기였다. ‘인형의 집’이라 불릴 만큼 기이한 장소였지만,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한 외딴 신사였다.

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 나무 그늘 아래 숨이 가빠진 채 계단을 올랐다. 긴 계단이 주는 고양감은 내가 만끽하고자 했던 신비로움의 전조처럼 느껴졌다. 드디어 신사의 도리이를 지나며 마주한 풍경은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곳은 인형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인형, 인형, 인형. 그들로 채워진 공간은 비현실적이었다. 여러 개의 눈이 나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에 나는 숨이 턱 막혔다. 그 순간, 정면의 본전에서 하카마 차림의 신주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나는 주저 없이 그가 사라진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위는 조용했고, 다시 신주가 나타나 내게 물었다. "인형을 다스리러 오셨습니까?" 나는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그저 참배하러 왔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의 말은 나를 경고하는 듯했다. "오늘은 상황이 좋지 않다. 돌아가세요."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이 나를 자극했다. 나는 신사의 뒷편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곳에서 신관들이 모닥불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작업을 지켜보며 내 마음속에 품었던 불안감을 무시했다.

그 순간, 한 할아버지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인형을 굽는 거야." 그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인형을 구운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으나, 할아버지의 설명이 나를 매료시켰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그러나 이내 시작된 제식은 끔찍한 광경으로 변모했다. 신주가 주술을 외우고, 불길이 치솟았다. 그 속에서 인형이 소리쳤다. "돌려내! 나를 아내와 아이가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줘!" 그 말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인형이 아닌, 사람의 절망이었기 때문이다.

신주가 외쳤다. "넌 인형이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라!" 하지만 그 소리는 더 큰 비명으로 바뀌었다. 불길 속에서 인형의 형체가 흔들리며 발버둥쳤다. 마지막 순간, 신주는 술을 부으며 인형의 형체를 끝내 태워버렸다.

그 뒤로는 모든 것이 침묵에 빠졌다. 신관들은 여전히 주문을 외우며, 나는 비현실의 경계에 서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인지 믿을 수 없었다. 불안함과 공포, 그리고 호기심이 뒤섞인 채로 나는 그곳을 떠났다.

여름의 햇살 아래, 나는 잊고 있던 시간을 되찾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 여름날의 기억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