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난 5월의 날씨는 따가운 햇살 사이로 싱그러운 바람이 부는 쾌적한 느낌을 주었다.
A고등학교는 연례행사로 1학년들의 수련회를 5월로 기획하였는데 올해의 장소는 강원도의 유스호스텔이었다.
차례로 버스에 탑승한 학생들은 삼삼오오 친한 친구들과 미니게임, 수다를 떨거나 핸드폰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며 약 2시간 후 유스호스텔에 도착하게 되었다.

차례로 숙소에 짐을 푼 학생들은 지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점심식사를 마친 뒤 근처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기껏해야 무릎까지 올라오는 깊이라 서로 빠뜨리며 물을 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덕분에 온 몸이 흠뻑 젖은 학생들은 바로 샤워를 진행하였고 옷을 갈아입은 뒤 1층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첫날의 하이라이트인 강당에서의 팀 게임 시간이 시작되었다.

"반갑습니다. A고등학교 친구들, 선생님은 오늘 MC를 맡은 피에로라고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강당을 뒤엎었고 피에로는 과열된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하였다.
"오늘 여러분들이 여기 오시느라 고생이 너무 많아서 이만큼이나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피에로가 가르킨 방향에는 포장된 박스와 커다란 종이 판넬이 있었다. 그것의 존재는 학생들을 흥분시키기에 적당하였으며 그들의 열정과 투지를 불타오르는 도화선이 되었다.
"첫번째 게임은 @#@$@$~~"

풍선 옮기기, 369, 몸으로 말해요 등 여러 게임에 대해 다양한 반들이 점수를 챙겨갔다. 수많은 게임을 진행하였음에도 1등과 꼴지의 점수 차는 그리 크지않아 모두가 긴장하며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아 너무 팽팽한 결과에 누가 1등을 할지 너무 궁금한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여러분들의 파이팅을 위해 1등 상품을 공개해야겠죠?"
"네!!!"
강당을 울리는 커다란 함성이 지나가고난 뒤 피에로는 웃으며 종이 판넬을 가져왔다.
"1등 상품은 두구두구두구"
"이것 입니다!"

피에로가 뒤집은 판넬에는 자유이용권이라고 적혀있었다. 무엇이 자유인지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앞뒤로 저것이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 수근대는 소리가 모여 큰 소음을 만들었다.
"자 잡담은 여기까지. 이제 1등을 가릴 마지막 종목을 발표하겠습니다. 먼저 반 모든 인원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세요!"
학생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인원을 파악하는듯 하였다. 피에로는 말을 이어나갔다.
"자 영상을 봐주세요!"

（엉킨손풀기）

전방에 펼쳐진 스크린에는 학생들이 손을 잡고 열심히 돌고돌며 푸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 지금부터 제시된 동작에서 다음 동작으로 5분내에 제일 빠르게 완성한 반에게 플러스 500점! 상의할 시간 1분 드립니다!"
긴박한 bgm과 함께 모든 학생들은 반끼리 모여 어떻게 행동할지 상의를 시작하였다.

"1분 종료!" 제비뽑기로 먼저 시작할 반을 정하겠습니다. 5반 - 3반 - 1반 - 2반 - 4반의 순으로 시작하겠습니다."

5반의 대표는 두개의 동작을 뽑았고 5반의 모든 학생들은 손을 맞잡은 채로 서로 엉켜 다음 동작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이동하였다.
하지만 어설픈 행동은 진도를 나가지 못했고 끝내 미완성인채로 끝나게 되었다. 이러한 패턴은 3반과 1반 또한 마찬가지로 실패하였다.

"남은 반은 2개, 과연 2반은 성공할까요? 2반 시작해주세요!"
피에로의 말이 끝나자 2반은 앞선 반들의 행동을 교훈삼아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서로가 서로의 안으로 들어가고 몸을 비틀기도 하면서 무언가 진행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제한시간이 10초가 남은 시점에 2반은 최초로 엉킨손풀기에 성공하였다.

"2반 4분 55초 성공!"

2반 학생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함성을 지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였다. 마치 이런 어려운 것을 4반이 성공할 리 없다는 듯한 표정과 이미 1등과 자유이용권은 2반의 것이라는 듯 그들의 태도는 4반의 감정을 고양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야. 실패하면 다 뒤진다."
일진 김oo의 말에 주변의 학생들은 위화감을 느끼며 긴장하였다. 물론 이런 말을 꺼내지 않아도 흥분상태의 학생들은 이미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다. 그들은 무조건 2반보다 빠르게 완성하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하였다.

"4반, 아......어려운 주제군요. 하지만 할 수 있다! 그럼 시작합니다!"
피에로의 말이 끝나자 4반은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2반의 행동을 모방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행동이 앞선 두 학생이 교차하자 무언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처음 두 학생이 교차하였을때 뒤에 따라오던 두 학생이 얼굴을 부딪혔다.
두 학생의 손은 옆사람에게 묶여있었기에 그대로 끌려가 팔이 상대방의 팔 아래로 들어갔다.
앞에 있던 학생은 그 상황을 미처 모른채 안 따라오던 학생을 끌어당겼다.
그 순간 힘을 이기지 못한 한 학생이 넘어지면서 도미노처럼 뒤의 학생도 넘어지게 되었다.
김oo은 바로 앞에 넘어진 학생을 일으키기위해 위로 올렸지만 방향이 잘못되어 팔이 꺾이게 되었다.
당황한 김oo은 팔을 풀기위해 되돌리려 했지만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다른 학생이 이동하면서 중심을 잃었다.
커다란 비명소리가 강당을 채웠다.
이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학생은 없었다. 학생들은 부상을 방지하기위해 서로 묶인 손을 빼고자 하였다.
이유는 이제 아무도 모른다. 손을 빼지 못한 학생이 있었다.
주변에서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패닉에 빠진 학생이 나타났다.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뒷걸음질을 하다가 한 학생이 넘어졌다.
두칸 너머의 학생은 도미노를 방지하지 위해 넘어진 학생이 끌어당긴 학생을 자신의 쪽으로 다시 끌었다.
갑작스런 흔들림을 방지하지 못한 가운데의 학생은 양 손을 봉인당한 채로 뒤로 넘어져 머리가 깨지고 말았다.

선생님들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학생들 사이로 들어갔다. 학생들은 서로를 잡았던 엉킨 손을 풀고 이 현장을 벗어나고자 하였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은 0분 45초, 4반은 모든 반 중 최단시간으로 엉킨손풀기를 종료하였다.